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visual_section

문장의소리

[문장의소리] 노동은 눈물겹다 완강기가 필요해! with 백가경 시인 | 806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6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시집 '하이퍼큐비클'을 출간하신 백가경 시인과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백가경 시인님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하이퍼큐비클'이 있습니다 [방송정보] 00:00 인트로 01:07 자기소개 03:50 시집 '하이퍼큐비클' 07:20 기억에 남는 독자 코멘트 & 시집을 엮으며 힘들었던 점 09:22 하이퍼큐비클, 공간일까 감정일까 12:09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15:28 출구 없음의 순간 17:35 괴로웠던 노동의 경험 23:15 내가 시적 언어를 쓰는 방법 29:37 표를 예쁘게 만드는 꿀팁 31:00 다양한 해설들 36:30 진도 씻김굿 38:11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39:39 시 낭독 43:20 맺음말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MakeSense 이용호) ㅇ 디자인 | OTB Company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팟빵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2025.06.04
[문장의소리] 스포 없음! 로스트 6시즌에 대한 소설가들의 입장 with 손보미 소설가 | 805화 2부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문장의소리 805화 2부 '생활세계의 작가들' 코너에서는 최근 산문집『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신 손보미 소설가님을 모셨습니다. [초대손님] 손보미 소설가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사랑의 꿈』,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사라진 숲의 아이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상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첫 산문집 『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00:00 손보미 소설가의 산문집 『아무튼, 미드』 중에서 01:00 '생활세계의 작가들' / 손보미 소설가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주요 방송 내용]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손보미 소설가 : 삶이 거의 비슷한데요. 지금 시즌에는 개강했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학교에 가고, 나머지 날들은 거의 원고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올여름에 책 두 권이 나오기에 책 준비를 하고 있고, 마감과 연재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손보미 작가님의 근간인 『아무튼, 미드』에서 미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주시고 계십니다.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보셨다는 내용이 있기도 한데, 해당 내용을 자세히 청해 듣고 싶습니다. A. 아마 다영 작가님과 제 사이에 세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제 세대라면 잘 아실 것 같은데, 일요일 낮에는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 굉장히 잘생긴 바람둥이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인데요. 당시 일요일 오후 1시인가, KBS에서 했던 《전국 노래자랑》과 방영 시간이 겹쳤어요. 저희 아버지는 《전국 노래자랑》을 보시던 분이라 TV가 한 대였을 때 항상 둘 중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해 다툼, 갈등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반 정도는 이기고 반 정도는 졌어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미드 중 하나가 《명탐정 몽크(MONK)》인데요. 토요일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봤었고, 몽크라는 사람이 마음속에 상처와 결벽이 있어 일상생활을 잘하지 못했어요. 도와주는 여성 캐릭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였고요. 지금까지도 기억 나는 장면이 있는데, 몽크가 부잣집에 사건을 의뢰받아 갔는데, 기다리다 보니 지루해 옆에 있던 초콜릿 박스를 뜯어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었어요. 초콜릿을 뜯다 보면 은박지에 묻은 초콜릿이 손에 묻기도 하는데, 이 사람은 결벽이 있어 손에 안 묻게 먹으려다 손에 많이 묻히게 되고, 집 주인과 마주치며 어색해하는 장면이 있

2025.05.26
임철우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그리운 남쪽』 중 「봄날」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젠 필요 없게 된 꽃다발을 껴안은 채 순임이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걸었고, 병기는 연신 담배 연기만 한숨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때마다 하얀 병원 건물의 벽에 무수히 뚫려 있는 유리창들이 마치 숱한 들짐승들의 눈알마냥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어느 흙더미 속에 산 채로 묻어 놓고 너 홀로 돌아오는 것이냐.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렇게 자꾸만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상처 입은 한 마리 들짐승처럼 울부짖는 그 소리는 우리가 버리고 온 또 하나의 우리들의 부끄러운 아벨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다리에 다다랐다. 거기서부터 병원은 산자락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 아래 개울에서 꼬마 아이들이 여럿 보여 웅성대고 있었다. 가방이며 신발을 모래밭에 벗어놓고 아이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수면 위로 희고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무수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물고기들이었다. 겨우 엄지손가락 크기의 어린 물고기들을 손으로 건져내며 아이들은 키들키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저 위쪽에서 어른들이 약을 풀었대요.” “뱀장어를 잡아요. 이만큼 큰 걸루만 많이 잡았대요.” 아이들이 우리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개울 상류 쪽에서 사내 둘이 팬티바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오던 길에 보았던 바로 그자들이었다.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다리 아래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자갈 박힌 푸른 하늘이 투명한 물밑에 깔려 있었고, 우리들의 얼굴 위로는 죽은 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쉴 새 없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언제쯤······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수면 위에서 병기의 얼굴이 말했다. “누구?” “상주 말이야.” “······” 그때 나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작은 붕어 하나가 꿈틀거리며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있는 참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끼어들었다. “근데 말야. 난 아직도 한 가지만은 모르겠거든. 정말 그날 새벽 죽임을 당하기 전에 명부가 녀석의 집을 찾아갔었을까······” 병기는 여전히 시선을 물 위에 던져둔 채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말예요. 그건 혹시 사실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구.&rd

2025.05.22 천운영
[문장의소리]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우주적 무대! with 조시현, 이소호 작가 | 805화 1부

문장의소리 제805회 : 1부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소호 시인은 2014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산문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 다섯, 늙는 기분』 등이 있다. 최근 첫 소설집 『세 평짜리 숲』을 출간하였다. 조시현 시인은 2018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9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아이들 타임』, 작품집 『AnA Vol.01』, 소설집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이 있다. 최근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출간하였다. ● 오프닝 : 소설집 『숨 쉬는 소설』에 수록된 조시현 소설가의 단편 「어스」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Q. DJ 우다영 : 시와 소설을 병행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두 분을 모셨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조시현 시인 : 이제 막 출간하여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고,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저도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이 공교롭게도 제 열 번째 단행본이에요. 행사가 그런 걸로 좀 있고, 열 번째 단행본을 통해 좀 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작가님께서 최근 출간된 소설집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조시현 시인 : 제 소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은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우주와 지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소설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제 『세 평짜리 숲』은 열 번째 단행본으로써 소설집으로는 첫 작품입니다. 연작 소설이고, 지구에 있는 ‘에어 포켓’에서 어디로 향해 생존해야 할지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고민하는 밸런스 게임이 보이는 책입니다. Q. 시와 소설을 병행하는 두 분께서 느끼시기에 창작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소호 시인 : 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쓰는데, 소설은 상상력에 기대어 쓰는 것 같아요. 제 중편 소설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세 평짜리 숲』도 미래의 지구에 대해 썼습니다. 저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소설이라고 한다면 시와는 다른 길을 가 보고 싶었어요. 상상력에 많이 치우친 것 같습니다. 조시현 시인 : 들이는 시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소설은 엉덩이 힘으로 쓰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시는 조금 더 감각이 바깥으로 열린다면, 소설은 한 세계에 골몰하며 쓴다고 느껴져서 쓰는 몸의 감각이 제게는 다르게 느껴진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부위를

2025.05.21
[문장의소리] 20주년 기념 파티 with 오은 시인, 한유주 소설가 | 804화 2부

문장의소리 제804회 : 2부 오은 시인, 한유주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 : 문학을 향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 본 20년, 뜻깊은 축하를 위해 오랜 시간 자신의 문장을 지켜온 작가님들과 함께합니다. 오은 시인은 2002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등,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너랑 나랑 노랑』, 『다독임』, 『초록을 입고』 등이 있다. 한유주 소설가는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달로』, 『얼음의 책』,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연대기』, 『숨』, 중편소설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 등이 있다. ● 오프닝 : 올해 문장의소리가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문장을 처음으로 들려주었던 자리, 작가들의 목소리가 차곡차곡 모여 어느덧 한국 문학의 한 시대를 함께 기록해 온 공간이 되었습니다. ● 〈로고송〉 ● 2부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 / 오은 시인, 한유주 소설가 Q. DJ 우다영 : 스무 살을 맞이한 문장의소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주신다면? A. 오은 시인 : 스무 번째 생일이잖아요. 사람이라면 성인이 되어 축하를 받는 날인데, 저는 그때는 스무 살이 귀한 줄 모르고 탕진했습니다. 문장의소리는 그렇지 않고 차곡차곡 역사를 모아 서른 살까지 잘 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유주 소설가 : 벌써 20주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갔습니다. 200주년이나 2000주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Q.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을 앞두고 두 분의 각오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오은 시인 : 제가 시끌벅적을 담당하도록 하고요. 무게를 잡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건 한유주 작가님께서 계시니 참 든든합니다. 한유주 소설가 : 저는 제가 든든하지 않은데요. 처음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 오은 시인과 함께한다고 해서 ‘내가 말을 좀 덜 해도 되지 않을까? 묻어갈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았습니다. Q. 두 분께서 처음 쓰신 시와 소설을 기억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오은 시인 : 재수할 때 처음으로 시를 썼는데, 시 제목이 ‘은둔하는 말에 관하여’였어요. 독서실이라는 곳이 갇힌 느낌이 들고, 쓸 수 있는 공간이 좁다 보니 갇힌 느낌, 가슴 속에 꾸물거리는 말에 대해 처음 뱉어낸 시였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파일이 남아있지 않아 좋습니다. 얼마나 끔찍할지. 한유주 소설가 : 의식적으로 써보려고 했던 건 기억이 나는데, 중학교 3학년 때쯤 PC통신에서 『드래곤 라자』를 읽기도 했고요. 그때 김영하 작가님의 『나는 나를 파괴

2025.05.14
창밖을 내다보다 멍든 바나나를 먹었다 | 임솔아「멍」

멍 임솔아 더러워졌다. 물병에 낀 물때를 물로 씻었다. 투명한 공기는 어떤 식으로 바나나를 만지는가. 멍들게 하는가. 멍이 들면 바나나는 맛있어지겠지. 창문을 씻어주던 어제의 빗물은 뚜렷한 얼룩을 오늘의 창문에 남긴다. 언젠가부터 어린 내가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닌다. 꺼지라고 병신아, 아이는 물컹하게 운다. 보란 듯이 내 앞에서 멍든 얼굴을 구긴다. 구겨진 아이가 내 앞에 있고는 한다. 사랑받고 싶은 날에는 사람들에게 그 어린 나를 내세운다. 사람들은 나를 안아준다. 구겨진 신문지로 간신히 창문의 얼룩을 지웠다. 창밖을 내다보다 멍든 바나나를 먹었다. -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문학과지성사, 2017)

2025.05.08
바로가기

글틴

모든 것은 영원했다

1 KTX를 타고 고향에 갔어요. 조금 졸다 깨니 부산이네요. 어쩌면 이곳은 부산이 아닐 수 있어요. 지구는 자전하고 공전하니. 어쩌면 이곳은 LA가 있던 곳일 수도 있어요. 물론 게이 퍼레이드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아요. 그래서 이곳은 아타카마나 바얀작 일거에요. 이 도시에도 쌓인 수 많은 지층이 있겠죠. 화석과 발자국 그리고 시체도 가득 묻혀 있고요. 또한 그들의 원한까지도요 .그 도시들의 지층처럼 2 오랜만에 바다에 갔어요. 해변엔 납작한 사람의 조형물만이 드문드문 있어요. 현대 미술이라는데 이해할 수 없어요. 난 대중적인 아름다운만 추구하나 봐요. 무작정 해변에 앉아 노을을 기다렸어요. 노을은 없고 내 앞에 앉은 아이가 핸드폰으로 새해 일출을 보았어요. 마인크래프트에서 일출을 보는 게임방송이었죠. 그 앞의 파도엔 해변가에 산처럼 지어진 아파트가 비현실적으로 비쳐 있었어요. 밤바다처럼 어둡게 어둡게. 3 숙소를 못 구해서 아무 아파트나 들어갔어요. 아파트는 주인이 없고 노숙자들이 그들의 주인이 되었어요. 칠레산 고등어를 실컷 먹어서 잠이 쏟아졌어요. 가게 앞 길거리에 부산하게 놓여있던 BOOSAN IS GOOD이 계속 생각났어요. 로고 앞에서 자신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담배연기를 입에서 뱉는 할아버지가 생각났어요. 그 할아버지가 뱉은 꽁초가 네온사인에 번뜩이는 것이 생각났어요. 낡은 네온사인이 가득한 번화가가 생각났어요. 그 비린내와 묵은 냄새가 생각났어요. 거리에 울려퍼지는 청아한 시곗소리가 생각났어요. 그러다 느껴졌어요. 지구는 계속 자전하고 공전하고 있었어요. 부산도 자전하고 공전하고 있었어요. 이곳은 아타카마와 바얀작에서 벗어나고 있었어요. 헛리버 공국, 만주국, 남조선국...... 어디로든 상관없어요. BOOSAN IS GOOD이잖아요

2025.06.15 임세헌
밤공기에 맺힌 기억

한여름밤의 밤공기가내 살갗을 스미면아슴푸레 다가오는너의 숨결어디서 오는 것일까그댈 불러봐도돌아오는 것은 작은 곤충들의속삭이는 소리초승달은 저편으로희미해져만 가고잩어져가는 안개에그들은 사라져가네귀뚜라미 소리가 멈추고마지막 낙옆을 즈려밟으면너의 향기 사라져도그대 기억하리그들 이름 석자 잊지 않으리

2025.06.15 도래솔
아직도 그게 향초로 보이나요?

낮이든 밤이든, 거리 곳곳에는 불 붙은 향초들이 보인다.밑둥은 두갈래 다리, 몸통엔 팔이 붙어있다.맨 위는 동그랗고, 그 앞에는 하얀색 심지가 꽃혀있다.향기로운 타는 내.그 끝에서 흘러나오는 흰색 연기는 멋들어짐을 더해준다.불에 타는 심지의 끝은 계속해서 갈아끼워준다.이 향초는, 향초 안의 두 덩어리 심지가 모두 까맣게 물들 때까지 타오른다.길을 가다 향초를 볼 때면, 향에 취한 향초들을 볼 때면.진한 향기에 머릿속이 아찔해지면서도,그 가족들의 눈에서 흘러내릴 밀랍 방울을 떠올리게 된다.그러니 향초분들에게 묻겠습니다.자신의 몸을 태워가며 향을 피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그 향이 너무나 유혹적이던가요?아직도 그것이, 아직도, 향초로 보이시나요?

2025.06.15 안타티칸
누구도 철창 속에 손을 넣지 않는다.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 평등하게 대우받는 것,다름을 추구하지 않은 것은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요구하는 내가 아닌 인간들의 본성이다. 창 넘어 구박받는 소리꾼이자 외국인 노동자들. 머리를 요란하게 돌리지 않아도 소극적인 눈치 한번의 창문 ㅡ정확히는 철창 속 창문ㅡ 에서 보이는 하룻강아지에게 철창을 연설하는 연설자. 그리고 그들의 암담한 얼굴에 이중으로 비쳐지는 관조자. 나는 나의 눈이 연민에 침전된 두루마리임을 깨닫고는 물에 절여진 종잇조각을 잡으려 문에 향했을 때,드르르르 쿵현관문으로 인한 충격 파동이 내 손에 쥐어진 독촉 편지를 울리게 만들 때, 나는 이미 불평등 속 자만에 빠져 만족하였다.멀어지는 그들의 절도있는 붉은 색 스팩트럼은 나를 검은 바탕의 붉은 맹세로 그었다. 붉은 색 스팩트럼이 연해지고다른 색이 들어왔을 땐, ㅡ예를 들어 파란색ㅡ 나는 내가 아닌 인간들이다.

2025.06.14 보라나
소설 세습

미영은 아직도 빨간색 캐비넷 안에서 햄스터 두 마리가 기어 다니는 꿈을 꾼다. 장난감 창고. 미영이 어릴 때 쓰던 걸 딸이 그대로 물려받은 빨간색 캐비넷을 미영의 가족은 장난감 창고라고 불렀다. 딸이 어릴 때까지만 해도 캐비넷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문이 닫힐 줄을 모르고 활짝 열려 있었지만, 이제는 문이 꽁꽁 잠긴 채 베란다로 밀려난 비운의 장난감 창고였다.그 잠긴 문이 몇 년 만에 활짝 열린 건 이사를 가던 날이었다. 미영은 이사 박스 하나에도 돈이 들어가는 걸 아까워했다. 그래서 결국엔 파란색 상자 두개에 세 가족의 짐을 전부 욱여 담아야 했다. 그 말은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는 말이었다. 딸 물건 이만큼, 남편 물건 이만큼, 미영의 물건 이만큼이 모이니 작은 산을 이뤘다. 딸의 물건은 대부분이 어릴 때 쓰던 장난감이었다. 딸이 직접 버리겠다며 내다 놓은 것은 사놓고 한 번도 쓰지 않은 분홍색 헤드셋, 포장을 뜯어보지도 않은 색종이 묶음뿐이었다. 미영은 되려 그것들을 아깝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이런 기회에 과감히 버리지 않으면 평생 못 버려. 그래도 이건 너무 많이 버리는 것 아닌가. 딸은 아쉬운지 투덜거리며 자기 물건 이만큼을 끌어모아 품 안에 가두었다. 조그만 장난감들은 훌쩍 커버린 몸으로도 다 품어지지 않았다. 미영은 딸을 달래어 끌어안은 물건들을 바닥에 일렬로 늘어놓았다. 여기서 앞으로 진짜 쓸 것들만 골라. 그녀는 제법 단호하게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딸은 요새 레트로가 유행이라며 또다시 절반도 넘는 물건들을 골라내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거야, 엄마. 딸은 그렇게 말했지만, 미영이 보기엔 순 어린애 잡동사니뿐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남겨진 물건들을 내려다보았다. 잡동사니 중의 잡동사니. 전부 낡고 망가진 것뿐이었다. 그 물건들을 하나씩 줍던 미영의 손이 멈췄다. 몇십 년이 지났음에도 그녀는 자신의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미미 인형이었다. 미영이 그것을 집어 들자 딸이 촌스럽게 생겼다며 야유를 보냈다. 확실히 딸이 끌어안고 있는 미미 인형과는 생김새가 사뭇 달랐다. 자신이 가지고 놀았던 미미가 더 예쁘게 생겼다고, 미영은 생각했다. 오래전 입혀줬던 공주 옷은 어디다 버려뒀는지 알몸이었다. 그래도 좋다고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미의 왼팔에는 하얀 반점이 흉터처럼 나 있었다. 미영은 그렇게 하면 낫기라도 할 듯, 그 부분을 조심스럽게 쓸었다. 칠이 벗겨진 부분만 만져지는 느낌이 달랐다. 미영은 왠지 그녀의 팔에 난 상처처럼 아팠다. 미미는 몇십 년 전과 똑같은 표정을 하고, 똑같은 얼굴을 하고, 머리 길이도 삐죽빼죽 그녀가 잘라준 그대로였다. 그런데 옷이 날개였던 건지, 아니면 팔의 반점 때문인지 그녀와 같은 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마간의 시간을 자란 것 같았다. 제 것을 소중하게 끌어안은 딸이 딱 집어 버리려면 그런 걸 버려야지, 하고 말했다. *요새 자기 또래 애들 사이에서는 햄스터 키우는 게 유행이라 했다. 미영은 그런 유행을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어릴 때 병아리 키우던 거랑 비슷한 거야. 자기는 병아리 안

2025.06.13 인가
감상&비평 인공지능의 발전: 격차와 ‘옳은 것’ 에 대한 단상

모든 사회 현상에는 양면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보편성에서 인공지능이 예외는 아니다.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과 연결된 다른 산업들은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현실 상에서 가까운 위치에 놓여 있어야 했다. 인공지능의 데이터망은 가시적인 상품이 아닌 만큼 생산 공장과 자금 운용의 주체가 멀리 떨어져 있는 공간적 분업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는 반대로 기업군이 위치한 곳에서만 경제가 활성화되어 부의 격차가 심화되는 한 요인이 된다.인터넷은 설립 초기부터 그 기술력을 통해 정보에 대한 접근이 편리해지고, 사람 간의 소통이 원활해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인터넷에 가입하는 것 자체는 ’생계에 쪼들리지 않는 사람이 여유자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휴대용 컴퓨터‘라는 자격요건을 필요로 했다. 이 때문에 발생한 사각지대는, 전혀 해소되지 않은 채로 영향을 미치는 범위만 더욱 넓어져 이제 국가, 심지어는 대륙 단위로 엄청난 경제력의 격차를 가져다주었다.기술의 발전은 국가 차원, 또는 지역 단위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닌,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현상이다. 당장 작년부터 보아도 ‘X’라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AI 불매운동, 그리고 예술 작품에 대해 원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기 위한 탄원서를 작성하였다. 4차 산업과 인간의 실직은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발전 이전에도 충분히 대두되던 문제였는데, 이젠 비단 단순 노동 작업 뿐만이 아닌 안내원, 화가, 판사 등의 여러 ‘오로지 인간의 것’으로 생각되던 분야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음을 볼 수 있다.윤리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인공지능의 발전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을 넘어 무엇이 옳고 그르냐 라는 화두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이다. 단순히 사람들의 생계 연명을 위해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부당하다. 인간의 원초적인 학구열과 발전에 대한 욕망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생존에 대한 이유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사회가 그다지 평등하지 않다는 것도 하나의 쟁점이 될 것이다. 사회는 언제나 강자를 편의하는 쪽으로 발전해왔고, 사람들은 자신이 약자가 아닌 이상 눈을 감고 이를 묵인해왔다. 비겁하다고 하기에는 이 또한 인간의 생존 속성 중 하나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리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선과 도덕은 누구의 손을 들 것인지 궁금해지고, 도덕이라는 게 어떤 상황에서는 강자의 힘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기에 조심스러워진다.인공지능의 발전을 통해 이미 만연해 있는 차별과 불평등의 풍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고, 이는 여태까지 발생했던 사회와는 달리 약자와 강자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보다 다수에게 문제를 끼치기 시작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을 제정하고 기술을 억압한다면 인간의 합리화, 그리고 이기성에 대한 논지로도 파고들 수 있겠다.약자는 늘상 도태되어 왔고,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를 조금 더 확실히, 그리고 가시적으로 보여준 한

2025.06.13 강완
별빛은 반짝인다

별빛은 반짝인다.작지만, 밤을 지키는 빛.태양은 되지 못해도누군가의 밤을끊임없이 비춰준다.하지만 내 밤에는별빛이 없다.사방이 밝다.네온사인 간판,열을 맞춘 가로등,손보다 작지만세상보다 큰 휴대폰이내 밤을 비춘다.빛은 쏟아지는데왜 내 밤은여전히 어두울까.그림자는이제 내 밖이 아닌내 안에 있는 걸까.별빛만이비출 수 있는무언가가 있는걸까.

2025.06.13 Lehymn
바로가기
mun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