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병(想思病)
- 작성자 조관우
- 작성일 201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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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2,005
상사병은 짝사랑이나 외사랑을 할 때는 절대 생길 수가 없는 병이다.
처음엔 상사병이란 게 사랑이 너무 깊어져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 상(想)이나 항상 상(常)에 생각 사(思), 병 병(病)을 써서 상사병인 줄 알고 있었다.
알고 보니, 서로 상(相)에 생각 사(思), 병 병(病)을 붙여 상사병이었다.
서로 사랑함에도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해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짝사랑이나 외사랑을 할 땐 절대 생길 수가 없는 병인 것이다. 또한, 짝사랑과 외사랑 모두 혼자만의 사랑이란 점은 같지만, 크다 못해 차원이 다른 점이 존재한다.
짝사랑이 상대방 모르게 혼자 속병을 앓으며 사랑하는 것이라면, 외사랑은 고백을 했든 눈치를 챘든 안 챘든 간에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앎에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랑이다.
외사랑이 너무 절망적으로 보이는가? 나도 그렇게 보인다. 그러므로 깊다랗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단, 짝사랑은 아직 던져지지 않은 주사위며 외사랑은 이미 던져진 주사위다.
짝사랑이란 주사위는 어느 눈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므로 두려워하다가 주머니에 도로 넣고 다시는 꺼내지 않게 된다.
짝사랑이란 주사위를 던져 '실패'라는 눈이 나왔다면 이제 그 주사위는 외사랑이라는 주사위가 된다. 던져진 주사위가 된 것이다.
외사랑이란 주사위의 눈을 보면 상심이 크겠지만, 그것을 감수하고 실망을 안겨 준 주사위를 다시 집어 들어 던질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다시 시도해볼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지, 이것이 내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이미 주사위를 다시 던질 용기를 잃었고, 한 번 던져 볼 용기가 담길 용기조차 개미지옥 같은 주사위 눈에 빨려들어 간 지 오래다.
상사병은 내게 있어 想思病일 뿐이다.
주머니 속에는 여섯 면 모두 실패라는 눈이 박혀 있는 주사위만이 솟아나고 있다.
나는 바지를 움켜쥐어 주사위가 밖으로 나와 굴러떨어져, 실패라는 눈을 다시 보게 되는 비극을 막으려 애썼지만 결국 주머니가 터져..
실패라는 이름의 눈이라는 눈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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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렁뱅이님. 반갑습니다. 짝사랑과 외사랑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주었네요. 상대에게 내 감정을 드러냈느냐 아니냐에 따라 외사랑과 짝사랑이 나뉘는군요. 사랑 고백을 주사위를 던진 것으로 비유해 주셔서 이해가 쉬웠습니다. 주사위를 던졌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해 많이 힘드신 것 같네요. 자신이 알고 있던 상사병의 뜻마저 다르다는 사실에 더 실망하신 것 같습니다. 상사병의 뜻이 고사성어의 유래로는 서로의 사랑을 이루지 못해 생긴 병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마음에 둔 상대를 홀로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서두보다 결말이 아쉽습니다. 결말 부분에서는 전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나야 합니다. 자신의 견해에 의미부여가 되면 더 좋습니다. 서두에서 제시한 상사병에 대해 결말에서 다시 짚어주고 가면 글이 유기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사병마저 허락하지 않는 사랑에 주사위조차 굴릴 힘을 잃었다.’ 등으로 마무리 짓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은 사랑고백에 실패했다 정도로만 전달이 되어서 깊이 있는 여운이 남지 않네요. '결국 눈이 되었다.'라는 마지막 구절은 어떤 의미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결론을 맺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결국 눈이 되었다는 건 저 자신이 사랑의 실패 그 자체가 되어 버렸음을 나타내려 해 보았어요 글 쓰다가 저도 모르게 제 이야기에 너무 감정이입을 했네요 날씨 좋은 날 황혼기에 끝을 다시 다듬어 보겠습니다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