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계란후라이가 춤을 추면 말이야

  • 작성자 김줄
  • 작성일 2018-07-15
  • 조회수 685

 

그건 죽어가는 일이야

 

계란프라이가 앞치마 앞에서

기름 무대를 튀며 탭댄스를 춘다

 

프라이팬은 어려운 콧노래로 튕긴다, 기름을

 

흰자의 투명이 흰으로 기울어가고,

노랑은 노랑을 기울어가고,

기름은 온도를 숨기며 프라이팬을 미끄럽게 더듬는다

우린 순수하게 춤추며 죽은 생명이 될 수 없을까,

 

 

나는 발끝이 갈색으로 타버릴 때까지 출 거예요

 

타버린 계란 프라이엔 갈색 테두리가 그려지고

 

내 콧노래는

 

 

난 둥근 식탁에 놓이기 싫어요

구석에 놓아주세요

 

 

불순한 앞치마의 손놀림 앞에서

순도 100%의 춤을 위해서

김줄
김줄

추천 콘텐츠

어제 오늘 내일

어제는 소녀를 받았고 오늘은 자유를 받고 내일은 침대를 받을 것이다 어제는 드레스를 입었다 오늘은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내일은 노인을 기다릴 것이다 어제와 오늘은 사이가 좋지 않다 오늘과 내일은 지난 애인 관계다 어제는 늘 젤리를 달고 살았으며 젤리는 젖꼭지와 닮아있다 세 사람 중 과반수는 브래지어를 하기 싫어했다 셋은 시간을 자기 속도에 따라 걷고 있었다 시간은 브래지어를 해서 올라가는 순간이 둘, 내려가는 순간이 둘이다 그래서 인생에 좆같은 순간이 크게 잡으면 넷 이상이다 어제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오늘을 창녀로 생각했으며 오늘은 브래지어 하는 어제를 바보라 생각한다 오늘은 내일과 함께 브래지어만 하는 삶을 좋아한다 몸이 덜렁거리지만 젖꼭지를 드러내는 것은 복숭아가 잔디 위를 뒹구는 것처럼 자유롭다 어제가 먹은 젤리는 뾰족한 복숭아 향이었다 복숭아가 아니어도 괜찮았지만 소녀가 아니라는 취급에 어제는 인공 복숭아가 되었다 사람들은 복숭아의 골을 좋아하며 그곳에 칼을 꽂아 도려내는 것이 자랑이다 인간을 만들어 내니까 오늘의 젖꼭지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돌아보니 아빠도 노인도 개도 브래지어 없는 시간을 걷고 있다 침대 위에선 개같이 놀면서 브래지어를 우리만 한다는 사실이 복숭아를 멍들게 했다 하지만 괜찮다 복숭아에 칼을 쑤셔 박으면 내일이 멍들겠지만 복숭아의 자유로움과 젖꼭지는 멍청히 가려지지만 괜찮아질 것이다

  • 김줄
  • 2020-03-23
뒷담화

입술의 먹는다 얼굴의 일부를 먹는다 입술에 눈부시게 내려앉던 바람을 먹는다 진실만을 말하는 잠꼬대를 흡입한다 닫힌 낮잠 속에 희미하게 벌어지던 공간을 먹는다 꿈을 가꾼 관심을 끊임없이 핥다가 소파의 주름이 새겨지기까지 지난 나이를 세다가 혀끝이 스치던 물컵을 쌓아보고 그것을 지탱하던 턱을 받쳐본다 턱과 턱이 맞닿는다   턱에서 입술이 내밀어보다가   아무래도 존재하는 입술이 내 앞가림을 할퀴고 있다

  • 김줄
  • 2019-09-15
여전히 이야기의 힘을 믿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사촌 오빠의 게임기로 동물의 숲을 자주했다. 나는 사촌들이 게임 속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없는 일을 했다. 사촌들은 눈사람을 만들어 가구와 바꿔먹고, 과일을 줍거나 낚시를 해서 죽어라 빚을 갚고, 집을 키웠다. 그에 비해 나는 지나가다 강 속에서 떠다니는 유리병 속 편지를 줍고, 너굴 상점에서 유리병 속 편지지를 사서 편지를 쓰고 강에 던졌다. 편지 속 내용은 특별하지 않았다. 학교에 들은 소문을 쓰기도 했고, 괜히 게임 속 동물의 소문을 만들어 쓰기도 했다. 편지의 끝은 늘 ‘이 편지를 받게 된다면 답장 꼭 해줘!’라는 문장으로 끝이 났지만, 내가 띄운 편지의 답으로 보이는 편지는 사촌 오빠가 게임기를 잃어버릴 때까지도 볼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동물의 숲에서 사서 편지를 띄워 답장을 기다리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주변 사람들에게 손 편지를 쓰게 한다. 내심 내가 준 편지의 답장을 기다리게 한다. 길 가다 이야기를 지어내 메모장에 쓰게 하고, 매일 밤 일기를 쓰게 한다. 작년과 다르게 지금의 나는 작가가 되겠단 생각이 줄었다. 생각이 없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 절실하지 않다. 쓰면서 고뇌하는 시간을 잘 갖지 않고, 곁에 문학을 두고 즐기기만 한다. 과거의 내가 문학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 쓰는 것이라 생각한 것과, 좋은 시를 써내기 위해서 감히 내 인생을 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 편협해 보일정도로.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야기를 생각해낸다. 길가다 보이는 사물의 일생을 지어내보기도 하고, 내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의 생각을 지어내보기도 한다. 그 일생과 생각을 이어서 한 이야기를 만든다. 거기에 일생과 생각이 배경이 될 시간을 만들어내고, 그 시간 속 대다수의 인물이 갖는 일생과 생각을 또 생각해본다. 풀어낼 힘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 놀이를 일기장 안에서 핸드폰 메모장 안에서 해댄다. 마음에 들면 뿌듯해 하면서. 이런 내 모습의 이유엔 인간의 본능 중 하나에 서사 만들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반을 바꿔도 소문을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씩은 꼭 있었다. 소문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소문을 만들고 전하고 그러다 꼭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곤 하는 친구가. 내가 그 한 명이 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주변 사람을 이용해 이야기를 짓고 싶지 않아졌다. 내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악한 영향력을 주고 싶지 않으니까.거짓말이고, 내 마음속에선 내 이야기가 사실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 ‘무드 인디고’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시각적인 요소에 쉽게 현혹당하는 나를 저격하는 듯, 화려한 색상들이 나를 황홀하게 만들어준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를 빠지게 한  영화 ‘무드 인디고’의 첫 장면에 나오는 문구를 나는 사랑한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해냈으므로 이 이야기는 완전히 사실이다 -보리스 비앙’. 이 문장이 작년의 나를 시와 인생을 뒤바꿔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크게 기여한 문장이다. 시 속 나름의 이야기를 사실이라 생각할 수 있는 핑계가 생긴 기분을 만들어주고, 내게 의미가 깊다. 이

  • 김줄
  • 2019-05-1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