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순간(내 작품, 처음이야!)
- 작성자 헤러시
- 작성일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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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이 그렇게 행복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나는 아싸이기 때문이다. 아싸, 아싸는 아웃사이더의 줄임말로 친구가 없거나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왜 아싸가 된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었으면, 학창시절을 덮어버린 공황장애는 나를 아싸로 만들었다. 기숙사 생활이 나날이 힘들어지는 이유도 이것일지 모른다. 사실 고등학교는 건너뛰고 검정고시를 볼 생각이었으나, 사회에서 동떨어진 생활이 공황장애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엄마의 우려 때문에 단체 생활을 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나는 당연히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아우...” 말을 이렇게 하지만 오늘따라 몸이 가볍다. 하지만 무언가가 내 옆에 누워있는 것이 뭔가가 느껴졌다.
“응?” 여긴 고등학교 기숙사다. 내 침대는 나 혼자 쓰는 것이고 누가 내 침대 옆에 누워 있을리는 없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누가 내 옆에서 자고 있는지 확인했다.
“안녕?” 내 옆에 누워있는 누군가가 말했다.
“헉.” 나는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이 여자 누구일까, 고등학교 기숙사에 누가 들어올 이유는 없고 들어올 수도 없다.
“다...당신 누구야?” 생판 모르는 사람의 등장으로 식은 땀이 흘렀다. 나는 일단 몸을 한 바퀴 굴러 침대에서 빠져 나왔다. 다행히 그 여자는 벽 쪽에 자리를 잡고 누워있어서 침대를 쉽게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놀라지마,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해볼래?”
“넌 누구야?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생각을 해본다. 여긴 7층이다. 게다가 밤엔 기숙사 문을 잠가놓기 때문에 들어올 방법은 창문 밖에 없다.
“진정해, 일단 진정해.” 그 여자는 몸을 약간 일으켜 오른쪽 팔로 몸을 받치면서 섹시모델을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 가슴을 노출했고 기형적으로 크다, 성적가피학증이 있는 사람들이 대중매체에서 자주 입는다는 노출이 심한 가죽옷이다. 나는 SMer들의 성생활을 존중하지만 학교 기숙사에 이런 옷을 입고 무단 칩입한 걸 보니 정신이상자일 가능성이 있다.
“여긴 꿈이야.” 의아한 말에 잠깐 당황한다. 그러고 보니 나 말고 다른 룸메이트들이 보이지 않는다. 창문에 비친 햇살을 보니 낮 정도 되는 거 같다.
“음? 뭐라고?” 아무래도 진짜 정신이 나간 거 같다.
“내 말 잘들어, 나는 서큐버스 샤르이라고해” 정신나간거 맞다 자신을 서큐버스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여자를 빨리 경찰서에 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 샤르 빨리 정신병원에나 가자.”
“아니, 나는 몽마 샤르인데...”
“웃기시네.” 사실 샤르가 좀 예쁘게 생기긴 했다. 염색한 건지 연보라색 숏컷 머리에 쳐지지도 치켜 세워지지도 않은 커다란 눈의 호박색 눈동자가 크게 반짝거렸고 흰색에 가까운 살구색 피부에 악마 코스프레를 했으며 AV배우가 페티시를 자극하기 위해 서큐버스 코스프레를 한 느낌이었다. 결정적으로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가슴이 눈에 띄었다. 그 가슴은 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였다. 광택이 있는 면소재로 시상식에서 입을 법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는 위에는 아슬아슬하게 흘러내릴 법한 가슴이 유두를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하지만 이미 흘러내려서 유두가 노출된 이브닝 드레스처럼 생겼지만 아랫부분은 하이레그로 마무리 지어 서브컬쳐에 서큐버스들이 입는 전형적인 페티시 복장이 되었다. 그 아래는 맨다리 맨발이었다. 등 가운데 부분에 30cm 정도 된 박쥐의 것처럼 보이는 날개가 달려 있었고 머리에는 염소의 것으로 추정되는 뿔이 달려 있다. 소위 폭유물이라고 불리는 성인 애니에 나올 법한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설령 찾아본다고 해도 기네스북 기록이나 AV배우들 중 손꼽히는 가슴을 지닌 사람인 거 같았다. 나는 AV보다는 야한 만화를 선호하는 편이라 실사 배우들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샤르의 가슴은 비현실적으로 컸다, K컵 정도 되는 거 같다.
“그래 샤르야 그러니까 정신병원으로 가자.” 나는 정신병원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여긴 꿈인데... 정신병원에 들어가도 사람은 없을 거야.” 뭔 소린가 하면서도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에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눈을 빨리 뜨는 편이라 내가 깨면 룸메이트들은 다 자고 있다. 내가 기상나팔 소리에 민감하기도 해서 내가 늦잠을 자서 방에 혼자 남아있는 경우는 없었다. 나는 급하게 일어나 방문을 열고 주변을 살펴봤다. 아무도 없었다. 내가 늦장을 부렸을 때나 가끔씩 볼 수 있는 아무도 없는 기숙사 복도 나는 왼쪽으로 꺾으면 나오는 또 다른 긴 복도로 달려가서 문을 하나씩 열어 보았다. 이 기숙사는 문을 못 잠그게 되어 있기에 나는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도 없다, 그러나 아이들의 책가방은 그대로 나부러져 있다. 나는 재빨리 내 방으로 돌아가 나를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 샤르를 뒤로 한 채 저번에 용돈을 모아서 산 레저용 디지털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3시였다. 나는 오후 3시랑 헷갈린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어 계속 시간 확인을 반복했으나 틀림없는 새벽 3시 였다. 나는 샤르가 누워있는 내 침대에 올라가 벽과 침대 사이의 틈에 넣어놨던 내 휴대전화를 꺼냈다. 샤르라는 저 미친 여자랑 몸을 가까이 하고 싶진 않았지만 시간을 확인하고 싶었던 나는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오전 3시 정각 즉 새벽 3시라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시계는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새벽3시가 맞다는 것이다. 새벽 3시에 기숙사에 사람이 없을 리가 없다, 게다가 오늘은 화요일이다.
“그래, 이제 믿겠어 내가 너를 꿈 속으로 데려왔다는 걸?” 나는 혹시나 진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볼을 꼬집어 봤다, 안 아프다, 머리를 몇 대 때려봐도 아프지 않다. 샤르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말한다.
“몇 번을 해도 안 아플 걸? 이건 꿈이니까.”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내가 경계한다는 걸 알았는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너, 섹스해보고 싶지 않아?” 샤르가 말했다.
“어,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생각해도 나는 단호하게 말한 것 같다. 날 갖고 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던 것 같은 샤르의 미소 띈 얼굴이 무표정이 되면서 당황한 기색을 띄었다. 서큐버스는 인간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정액을 얻는 악마니까 당황한 것일 수도 있다.
“왜? 사춘기 남자라면 당연히 성교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샤르는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바닥에 닿아 있는 팔을 90도로 꺾어 몸을 살짝 든 즉 성인 잡지 따위에서 모델이 남성을 유혹할 때 취하는 자세에서 몸을 좀 더 일으켜 그냥 다리 펴고 바닥에 앉은 모양새를 만들었다.
“아, 미안, 나 무성애자야.” 뻥이다, 하지만 나는 성교를 하고 싶지 않다, 이유는 모르지만 나의 심리 상태와 관련있을 지도 모르겠다. 정신과를 찾아가면 내가 정신병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된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간 적이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찾아본 결과 내가 성욕장애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했다. 물론 사는 데 지장이 없어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남녀공학임에도 불구하고 여자한테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원래 여자와 대화를 못하는 성격인 것도 있고 예쁘지 않은 여자얘는 배척하면서 예쁜 여자얘만 골라서 말을 거는 즉 여색을 갈구하는 남자얘들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껴 여자에게 관심을 끄기로 결심했다. 물론 얘기를 아예 안하는 건 아니고 말을 먼저 걸거나 필요할 때는 하는 편이다. 룸메이트가 나보고 여혐 아니냐고 물었을 땐 진짜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여혐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나는 그저 여자얘와 말을 못할 뿐이다.
“거짓말, 무성애자는 성적 끌림을 못 느끼는 거지 성욕을 못느끼는 게 아니야.” 성욕을 못느끼는 무성애자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길게 끌고 싶지 않으니 거짓말임을 밝혀야겠다.
“아, 미안 거짓말이었어.” 진짜 나한테 성욕장애가 있는 건지 나는 성교를 전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샤르에 저 커다란 가슴에는 관심이 간다. 폭유물을 좋아하던 나는 언제부턴가 머리보다 크지 않은 가슴에는 꼴리지 않았고 현실에서는 그런 가슴을 찾기 힘들었기에 샤르의 가슴에는 큰 관심이 있었다.
“거봐, 너 내 가슴 보고 있었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샤르의 가슴을 응시해 버렸는지 샤르가 눈치채고 말았다.
“가슴에만 관심이 있어, 직접적인 성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선을 그었다.
“그럼 내 가슴 만지면서 사정이라도 해줘 나는 네 정액이 필요하단 말이야.” 샤르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담겨있다.
“내 정액은 왜 남자가 그렇게 없어?” 정액도 싸 본적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몽정할 때, 혼자 자위를 해본 적은 없다. 성교욕이 없었으니까 나는 내가 성교를 못한다고 루저라 생각하지 않는다. 성행위를 못하는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 성교를 못하는 사람이 루저라는 개념이 박혀있는 사회가 잘못된 것이다.
“아, 실은 성별이 없는 악마가 많아서 악마들은 번식하기가 어려워 그래서 서큐버스들이 정액을 채취하는 건데 너의 정액이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 솔직하다, 보통은 너가 마음에 들어서 또는 내가 선택받은 자라서 라는 사탕발린 말로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럼, 내가 정액 주면 뭐해 줄 건데?” 그래도 악마한테 잘해주면 불이익이 있을 거 같으니까 조건을 걸어봐야겠다. 어차피 꿈이니까 무의미해질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네 여친 해줄게 어때?” 좋은 조건이지만 생판 처음 본 여자랑 연애를 할 수는 없다. 미팅이나 잦은 만남으로 유대감을 형성한 거면 모르지만 그냥 예쁘다는 이유로 무조건 애인으로 받아드린다면 반외모지상주의자인 나의 신념에 어긋난다.
“처음 본 여자랑 사귀라니 제정신이냐? 게다가 너 때문에 내가 사정하면 나는 몽정하는 거잖아, 기숙사에서 사정하면 얼마나 치우기 귀찮은지 알아?” 서큐버스와 관계를 가지면 몽정을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럼 정액 안 새게 제대로 몽땅 가져 갈게 응?” 이 여자 은근 고집이 쎄다. 내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자 샤르가 말을 이었다.
“야, 너 평생 결혼 안 할 거야? 평생 혼자 살 거냐고? 평생 여자없이 살 거야?” 따지는 목소리에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여자한테는 관심이 없지만 결혼만큼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외로우니까 그래도 결혼은 하고 싶다. 물론 서큐버스랑 결혼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럼 이렇게 하자, 바로 성적인 관계를 맺는 건 조금 그렇고 일단은 데이트부터 하는 거야, 응?” 섹스를 성적인 관계라고 순화해서 말한다. 왜인지 나는 섹스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좋은 생각이야, 둘이 알콩달콩 데이트하는 거야 응?” 샤르가 말했다,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 푸는 데는 데이트가 직빵일 것 같다.
*
“으아아아아아아!” 샤르의 날개는 작고 귀여워서 도저히 못 날 거 같았지만 나의 팔을 한 쪽씩 잡고 잘만 난다. 솔직히 엄청 무서워서 내려달라고 하고 싶지만 무서워서 입이 열리지 않는 데다가 샤르가 지금 내가 무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차로 왔다갔다하고 등하교 이외에는 이 근처에 나와 본 적이 없어서 주변 지리는 전혀 모른다. 무서워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내가 정신이 제대로 혼미해져 있었을 때 비로소 나와 샤르가 공원에 와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기서 놀자!” 샤르는 들떠 보였다. 땅에 철푸덕 주저 앉아있는 나의 얼굴을 마주 보며 행복하다듯이 미소를 띈다. 보통 웃음을 크게 지으면 얼굴이 찌그러져 별로 예뻐 보이지 않지만 샤르는 예외였다. 주저 앉아있는 나의 얼굴을 마주보기 위해 몸을 90도로 굽힌 샤르의 가슴이 중력의 영향으로 늘어나자 내 눈에 띄었다.
“만져볼래?” 아무래도 샤르는 눈치가 너무 빠른 거 같다.
“가슴 말하는 거지?” 확인 차 묻는다. 혼자 김칫국 마신 거면 엄청 창피할 테니
“그럼 가슴이지 뿔 말하는 거야?” 나는 대꾸대신 몸을 일으킨 뒤 왼팔로 샤르의 왼 어깨를 돌려 백허그를 하듯이 샤르를 반바퀴 돌려 샤르의 등을 내 가슴에 밀착시킨 뒤에 양손으로 샤르의 가슴을 가린, 뒷목에서 이어진 두 천쪼가리의 바깥쪽에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주물렀다.
‘그래,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여자가슴을 만져보겠어.’ 원래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꿈이라서 그런지 하고 싶은 일을 해버렸다.
“이렇게 빨리 만질 줄 몰랐네” 나는 이것이 꿈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일이다. 샤르는 서큐버스라 그런지 이런 것에 익숙한가 보다.
그렇게 약 40초 동안이나 샤르의 가슴을 정열적으로 주물렀다. 40초 이상 주무르면 샤르가 아플 것 같아서이다. 어쨌든 샤르의 가슴을 주무른 건 나름 좋은 추억이 될 거다. 샤르가 신음소리를 내긴 했지만 나의 성욕을 자극하기 위해서임이 너무 티가 났다. 나는 40초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얼굴이 조금 붉어지긴 했지만 티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꿈이니까 상관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가슴을 만진 후에 샤르를 놓아주자 샤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너 진짜... 목석인줄 알았는데...” 실망했다는 뉘앙스였지만 진짜로 실망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고 보니 목석의 뜻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예전에 소설에서 읽은 거 같긴 한데
“아,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사람 말하는 거냐?” 생각이 입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하지만 어차피 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후회하지는 않기로 한다.
“그래!” 샤르는 나의 머릿속에 자신의 말을 박아넣으려는 생각인지 얼굴을 돌려 나와 시선을 맞춘 뒤에 강하게 악센트를 넣어 말했다.
“그러면 고자라는 표현을 써야되는 거 아닌가?”
“응... 그러면 네가 기분 나쁠까봐...” 샤르는 다시 목을 똑바로 돌린 후 목소리에 힘을 뺐다. 나름 귀여운 면이 있다.
“그러든가 말든가, 근데 여긴 어디야?” 내가 물었다.
“응? 그냥 공원 아니야?” 그냥 공원이 맞는 거 같다. 푸른 잔디에 황토색 길, 듬성듬성 솟아있는 나무까지 영락없는 공원이었다.
“그나저나, 여자랑 데이트하는 건 처음이네” 나는 여자들이 싫어할 만한 아싸다, 내 인생에 여자가 있을 리 없다.
“엄마랑 데이트 안 해봤어?” 나는 엄마랑 데이트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런 질문은 좋지 않다, 내가 말한 건 외간여자고 만약 내가 엄마가 없었더라면 그 말은 상처로 다가왔을 것이다.
“엄마는 제외해야지.” 성적인 것만 빼면 나름 순수해보이는 이 여자랑 말다툼하고 싶지 않아서 간략하게 대꾸했다.
“이제 뭐할까?”
“네가 데려왔으니 네가 생각해 그런 건!” 쫀 거 같다. 샤르는 일어나려다가 나의 호통을 듣고 다시 주저앉았다.
“미... 미안” 이 말은 샤르가 먼저하고 그 뒤에 내가 따라한 말이다. 샤르한테 미안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나를 데리고 왔다는 것에서는 약간 짜증이 난다.
샤르는 몸을 180도 돌려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엎드린 상태, 즉 절을 한 상태였다.
“미안해, 일단은 산책하자, 다음부턴 생각해올게.” 다음은 무슨 꿈에서 깨면 끝날텐데 뭔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샤르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그러고는 팔을 잡아 샤르를 이끌어 황토색 길로 다가갔다. 샤르는 갑작스런 움직임에 당황했지만 이내 중심을 잡아 나와 나란히 걸어가는 모양새를 취했다.
‘한번 때려보고 싶네’ 샤르가 뒤돌아 있을 때 힐끔 본 앞은 하이레그지만 뒷부분은 T팬티의 형태로 예쁘게 모양이 잡혀있는 빵빵한 엉덩이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뭐든지 정도라는 게 있으니까 더 이상은 하지 말아야겠다.
“근데 넌 이름이 뭐야?” 그러고 보니 이름을 말 안 해줬다.
“이은빈” 샤르가 못들을 것을 대비해 힘을 내어 또박또박 말해준다.
“아, 은빈, 예쁜 이름이네” 내 이름이 예쁜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샤르가 나한테 미안해 한다는 걸 알았다. 이 뒤에 한 말이 나를 경악시켰다.
“은빈아, 엉덩이 때리고 싶으면 한 대 때려도 돼” 이 여자 무슨 독심술사라도 되나. 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손을 잡고 있었으나 내 왼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는 것을 대신하고 오른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한 대 때렸다.
“찰싹!”
“아흠!” 의성어도 신음소리도 안 들릴 줄 알았는데 제대로 빗겨나갔다. 신음을 낸 뒤 입이 다물어져 위로 치켜세워졌는데 인정하긴 싫지만 조금 예쁘다.
“때리라고 해서 진짜 때릴 줄이야.” 샤르는 정말 야한 여자다. 마음만 같아서는 아주 그냥 눕힌 다음에 괴롭히고 싶지만 참는다. 아니다, 꿈이니까 그냥 해도 될 거 같다.
“샤르, 근데 내 정액이 그렇게 필요해?”
“응!” 샤르는 순수한 어린이가 엄마의 질문에 대답하듯이 아주 활기찬 목소리를 내었다.
“그럼 사정만 하면 되는 거지? 섹스는 절대 안 한다.”
“어쩔 수 없네. 알았어” 서큐버스의 목적은 정액이니까 별로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 듯하다.
“그리고 샤르 궁굼한 게 있는데 그 옷은 대체 어디서 난 거야?” 야한 일러스트에서 볼 수 있긴 하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다, V자 형태의 수영복 같이 생겼는데 정말 섹시함 그 자체인 것 같았다.
“이거? 꿈이잖아, 뭐든지 만들 수 있어, 이건 슬링샷이라는 건데 섹시함의 상징이지.” 샤르는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들어올렸다. 안 그래도 묵직한 가슴이 모아져 만져보고 싶은 꼴리는 형태다.
‘아, 나는 정말 천국에 와있는 거구나.’ 나는 외간여자의 가슴을 만져본 적이 없다, 전혀 물론 나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서큐버스의 가슴을 주무르는 것을 느끼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고 보니 아프진 않은데 촉감은 느껴진다.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샤르”
“음?”
“악마들은 생식능력이 없다고?”
“있긴 한데 아이를 낳기 어려워 천사들이 인간과 접촉해 있는 악마들을 발견하면 지옥으로 끌고 가거든.”
“음? 이동이 자유로운 거 아니었어?”
“영혼만, 육체들은 천사들이 지옥에 봉인시켜놔 나는 육체까지 지상에 놔뒀거든.”
“그렇구나, 안 잡히게 조심해.”
“걱정 마 절대 못 잡아.” 솔직히 공원으로 데려오긴 했는데 할 게 없다, 사람도 없고.
“여기 혹시 사람말고 다른 동물들도 없어졌냐?” 내가 물었다.
“아니 사람만 없어졌어.” 이런 공원에는 토끼나 잉어들을 볼 수 있을 터 아니나 다를 까 눈 앞에 보이는 완만한 오르막 길에서 초록색 철장이 보인다.
“저기 한번 가볼래?” 나는 샤르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오르막길을 올랐다. 푸른 언덕에 나무로 된 벤치 몇 개는 왼쪽으로 꺾으면 나왔고 오르막길을 오르면 푸른 철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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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러시
- 2019-08-17
-고흐의 해바라기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서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서지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전시회에 와 있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전시회의 정중앙 복도였다. 반 고흐의 모든 그림들이 그녀에게 정기를 퍼붓는 듯 했다. 서지는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의 피가 끓어오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마치 꿀로 되 늪에 알몸으로 잠기는 것 같았다. 그녀가 고흐에게 집착하기 시작한 건 그 이후였다. 그녀는 고흐의 명화들을 몽땅 복사해 집에 걸어두었다. 다이소에서 액자를 사비로 사 유리 부분을 때서 붙였다. “내가 부자가 된다면 고흐의 그림을 몽땅 살 텐데” 그녀는 그림을 걸 때마다 그렇게 말했다. “아무리 부자가 돼도 고흐의 그림을 몽땅 사는 건 불가능할 껄” 어머니가 딴지를 걸곤 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녀의 가능성에 눈독을 드렸다. 늘 그녀가 화가가 되기를 꿈꿨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늘 고흐의 그림을 따라 그렸다. 그녀는 미술에 재능이 없었다. 선이 거칠고 물건의 형상도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렸다. 집에 있는 물건들, 특히 과일과 전분류 등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릴 때 방해받는 걸 제일 싫어했다. “그 때 전시회에 데려간 게 잘한 일이었을까.” 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밥먹고 자고 학교가는 시간만 빼고 그녀는 그림을 그렸다. 그림도 쌓일대로 쌓여갔지만 그녀는 단 한 점의 그림도 버리지 않았다.그녀는 재능이 없었지만 점점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림이 인상주의로 정형화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림을 연구하는 동시에 고흐의 생애에도 무척이나 관심이 갔다. 그녀의 그림에 대한 욕망은 한 인물의 연대기까지 퍼진 것이었다. 그녀는 고흐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운이 나빴어도 자신의 심장을 꿰뚫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일까?, 그녀는 예전에 본 시사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고흐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호기심에 총을 가지고 놀다가 우연히 발사되었고 하필 옆에 있던 고흐가 총에 맞아, 여관까지 걸어간 후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해 자살을 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가설이었다. 그녀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총을 쏜 아이들을 증오하기로 했다. 증오할 방법은 따로 없었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서지는 제 2의 고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렸다.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녀는 재능이 없었다. 미술 시간 언제나 점수가 꼴찌였고 아무도 그녀의 그림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능과는 별개로 그녀는 그림을 너무나도 그리고 싶었다. 부모님도 처음엔 그녀의 예고 진출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은 날이 갈수록 발전했다. 결국 그녀는 예고에 입학하였다. 그녀가 그 날 뽑은 그림은 해바라기였다. 그녀는 해바라기가 열정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부모에게 계속해서 해바라기를 설명했고 덕분에 그녀의 부모는 관심도 없던 해바라기의 꽃말과 상징, 개화시기까
- 헤러시
- 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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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해러시 님. 반가워요. 몽마와의 백일몽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에요. 소설 자체가 라이트노벨적이고, 몽마를 묘사하는 여러 디테일이 소설에 언급된 바 그대로 서브컬쳐적 설정을 복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물이 계속 몽마와의 관계를 회피하고 있지만 막상 일인칭 서술이나 여러 수다스러운 합리화와 핑계들이 그 관계를 원하는 인물로 읽히도록 만드네요. 문체에 가독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실지 궁금하지만 서브컬쳐적으로 조합된 몽마가 일인칭 인물의 성적 판타지를 대리해 보여주는 인물로 소비되거나 사물화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서술 또한 그런 디테일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네요. 덜 전개된 걸까요, 이 꿈은 몽마의 언급대로 성적 판타지를 서술한 이야기일까요. 이야기의 본격적인 메시지를 도출해내기 위해 지금 서술한 몽마와의 조우 이후 사건 내지는 갈등, 인물의 파국이 더 전개되어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의 철장이 그 힌트처럼 보입니다. 다음 소설 기다리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