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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헌팅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3-05-15
  • 조회수 2,594

- 홀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패를 포기하여 판이 종료되었을 때, 확인하지 않은 패를 볼 수 있는 것을 래빗 헌팅이라 힌다. 토끼를 따라서 포기한 패를 줍다 보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토끼발을 사서 허리춤에 차고 자꾸만 열리는 것들을 구경한다
진짜 토끼털은 아니지, 실낱같은 토끼 이야기와 너무 많은 털날림에 파묻힐 것 같고
구두가 딛고 있는 땅이 움푹 꺼져버린다 영화 인셉션처럼 아니야 아니지 마치 영화 파프리카처럼
자꾸만 따라가게 되는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 꿈결같은 시간 속에서 찾아야 하는 걸 잊어버리게 되는
이곳은 꿈이 확실하므로 뛰어내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지방 위에서 다이빙을 하며
물렁한 복숭아 조각을 하얀 커튼 뒤로 숨겨둔다
진짜 단단한 복숭아 조각은 어디에 있을까 중얼거리며 잠긴 문을 열어본다 그림자의 형태는 울렁거리며 자꾸만 바뀐다

시계만 쳐다보는 토끼를 따라서 굴속으로 기어 들어갔지 그곳에는 전자 기타음이 팽창하는 중
악기를 다룰 줄도 모르면서 밴드를 하고 싶었지 전설적인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어 기타를 연주하다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고
그냥 유튜브를 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무한 반복되는 펑크 록 쟤는 그런 카드야, 쉽게 버린 카드와 꿈속에서도 교복을 입고 있는 나
끝까지 채워져 있는 단추 구김이 없는 마이에 빳빳한 양말로 늘 다 아는 척을 했다 기둥이 무너진 지붕 같은 눈썹
기타도 없으면서 앰프는 어떤 게 좋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 사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집에 가서 검색만 했는데
떨어지는 선율 위에 발을 올려 보았지만 저 멀리까지 뛰어가 버린 토끼 길가에는 환각 버섯의 뱉어내는 구름만 가득하다

회중 시계의 초침에 매달린 토끼의 엉덩이를 쫓고 싶었지
나는 어딜 가고 있었더라 그래 단단한 복숭아 조각을 찾고 있었지
이미 검게 변한 카드를 주울 때마다 커졌다 작아지는 몸집 실패라는 이름의 패를 뒤집으며
토끼가 남기고 간 발자국 위로 발을 겹쳐본다 내가 가지고 있던 조각들은 모두 물렁해서 일찍이 포기했지
포기하는 게 알맞았다고 속삭이는 같은 얼굴의 소녀들로부터
인조 털이 양볼에 가득 차오를 때면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떨어진 카드를 주워야만 했다
기타를 연주할 수 없어서 무반주 배경음을 길 위에 올렸지 가는 길마다 그림자는 구부러지고 춤을 추다가도 도망가려 한다

나는 자꾸만 토끼를 따라 가려고 하고 갈 수 없는 곳을 향하는 발끝은 이지러진다
우리의 이야기를 손에 쥘 수 있다면 당도 높은 복숭아일거야 쉽게 물러지는
손끝으로 망설임 많은 과즙이 흘러 내린다 아직도 카드는 뒤집어지길 기다리고 있고
커튼 뒤에서 빛나는 조각들 쉽게 숨지 못해서 자꾸만 이마를 보인다
본래 종료 종이 울리기 전에도 패를 놓쳐버리는 게 헌터의 운명
직선으로 뛰어가는 토끼 곡선으로 떨어지는 카드 잠긴 문을 열어본다

그림자의 형태는 계속해서 바뀐다 울렁거리지는 않는다

모모코

우린 너무 아름다워서 꼭 껴안고 살아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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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믿음

마지막 시 쓰기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미래의 쓰기라는 과제를 내주었고 제출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믿는 것으로 시를 쓰기 다시 만날 때까지 계속해서 쓰기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종이를 받아들고서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며 나는 내가 사랑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무수한 블록을 쏟아놓고 천천히 조립하는 아이처럼 두리번거리며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아주 어둠 뿐이었지만 저편에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이마를 조용히 쓸고 지나갈 때 일찍이 땅바닥 보는 법을 알아버린 스킨답서스 그 곁에서 식물을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던 룸메이트의 옆모습이 흰빛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떻게든 식물을 죽이지 않으려 했지만 살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너는 화분 하나에게 최선을 다했다 마치 쏟아야 하는 몫이 있다는 듯 매일 창가로 가서 바라보았으니까 반려식물이 시들 때마다 화훼 시장에 다녀오던 너에게 가끔 묻고 싶었다 아직이냐고 그러니까 사랑하고 싶을 뿐이냐고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기를 소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침이 오면 내 시끄러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서 화분을 돌보던 모습 눈을 뜨면 언제나 창문 옆에 꼿꼿하게 서 있던 너를 속눈썹에 붙은 잠기운을 털어내지도 못한 채 쳐다보았다 오래도록 남았던 잔상 하얀 빛처럼 넘실거리는 옆모습을 위해 썼던 시들 가방 속에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선생님이 누구를 집요하게 기억하는 중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어째서 대답하지 못했는지 사랑한다는 말의 범주는 손목에서 헐렁하게 흘러내리는 머리끈 같고 빛속에서 다시 오래된 끈으로 머리를 묶은 채 걸어나가는 밤 정류장은 아직 먼 곳에 있었지만 아직은 낱장으로 날아다니는 시들로 묵직한 가방 그 무게를 믿으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제출하기 어려운 말들만큼 깊숙한 발걸음으로 나아가며 우선 계속해서 걸어보기로 했다

  • 모모코
  • 2024-10-23
놓는 연습

마음을 오래 쥐었다가 놓으면손금이 깊어진다는 걸 알기 전 그러니 내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창문을 열면 골목이 길게 쏟아졌다 넘쳐흐르는 아이들의 웃음 뒤엉켰다가 다시 흩어지는 동안 흙먼지처럼 피어오르는 즐거운 비명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모두 모여서 길이 되었다 커튼 아래 숨어 버렸던 그때 펄럭이는 정오가 나를 휘감고 아이들의 옆으로 나를 데려다 놓을까 봐 나는 아직 아무 겉옷도 챙겨 입지 못했는데 내 겉옷은 서랍 가장 안쪽에 살고 있었다 긴 소매는 팔을 접어둔 채 잠들었고 마음에 드는 외투는 늘 계절과 맞지 않았다 쉽게 잠들고 말던 어린 날 눈을 감을 때마다 새로운 길을 상상했다 내일은 내게 어울리는 날씨가 찾아올 수 있도록 꿈을 꾸며 깊어졌다 외투의 주름이 스치는 곳에손금이 자라났고상처처럼 골목처럼 선명해져갔다 들었다가 내려놓는 일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기분들이 손끝으로 모일까 나는 자주 굽는 어깨를 가지게 되었다 겉옷을 쥐었다 놓으면 결국 나는 놓아버린 사람 창문처럼 반쯤 열린 귓구멍 사이로 야 너도 나와 왜 안 나오는 거야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조금씩 깊숙해졌다 그러니 그때내가 아직은 놀이터에 가지 않고 바깥으로 걷지 않고 서랍 속을 방처럼 맴돌고 있을 때 시간의 주름을 놓아주며무수히 뻗어나가는 꿈을 꾸었다

  • 모모코
  • 2024-08-21
초능력자의 메일링 –메일링 서비스를 하며 느낀 것

이슬아 작가의 월간 이슬아, 문보영 시인의 일기 딜리버리. 그런 메일링 서비스들을 보며, 언젠가 나도 사람들에게 나의 글을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어딘가에 올려서, 불특정 다수가 나의 글을 보고 가는 것 말고. 애초부터 독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므로 그들을 위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 그건 작년 겨울에 어렴풋이 떠올린 것이었다. 언젠가, 그러니까 언젠가 해보아야지. 그런데 언제 하지? 언젠가는 해 보겠지. 그렇게. 그리고 나는 올해 초부터 여름까지 고선경 시인의 메일링 서비스를 꾸준히 신청하였다. 나는 그가 ‘럭키 슈퍼’로 등단하였을 때부터 큰 팬이었다. 웹진 ‘비유’에 실린 시편을 보고서 더욱 팬이 되었는데, 가볍고 산뜻한 어조가 지닌 위트로 무언가 핵심을 찌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능력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 쓰지 못할 것 같은 시를 쓰고 있다고 해서 좋았고, 그런 시인이 갓 구운, 따끈따끈한 시와 산문을 내게 배달해준다는 건 큰 기쁨이 될 것 같았다. 2023년 초, 나는 굉장한 슬럼프를 겪고 있었으나 고선경 시인이 배달해준 시편들을 읽으며 어떠한 용기를 얻었다. 얘들아 문예창작과는 더 슬픈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야 게임을 더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야 계속 지고도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고선경, ‘수정과 세리’ 中 이 시는 1월의 중반 메일링으로 처음 받아보았고, 이후 고선경의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에도 수록되어 내가 자주 읽는 시가 되었다. 내가 시인이라는 꿈을 가진 이유, 굳이 문예창작과에 진학하겠다고 다짐한 이유, 지금 나에게 매너리즘이 들이닥친 이유를 고선경 시인의 텍스트와 함께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고열과 함께 아주 꿈을 꾸는 듯한 기분으로 시를 썼는데, 이것이 ‘래빗 헌팅’이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손에 쥘 수 있다면 당도 높은 복숭아일 거야 쉽게 물러지는손끝으로 망설임 많은 과즙이 흘러내린다 아직도 카드는 뒤집어지길 기다리고 있고 (...) 직선으로 뛰어가는 토끼 곡선으로 떨어지는 카드 잠긴 문을 열어본다그림자의 형태는 계속해서 바뀐다 울렁거리지는 않는다 나는 무언가 막힌 것을 뚫어버리듯 이 시를 썼다. 모든 건 사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고, 나의 이야기를 막힘 없이 써내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나는 왜 이렇게 괴로워 하는 걸까. 그런 마음들로. 그리고 나는 이 시를 ‘글틴’을 비롯한 나의 블로그 등에 업로드 하였고, 운 좋게 글틴 시 부문 멘토님들께서 나의 시를 월장원으로 선정해 주셨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놀라게 된 계기는, 모 sns를 하던 중 발견한 게시글 덕분이었다. 올해 여름부터 친한 동생의 권유로 sns에 글을 올리는 계정을 만들었다. 내게는 몇백 명 정도의 구독 계정이 있었으나 그들은 대개 비공개 계정이었고, 나 또한 겁이 많아 따로 소통 창구를 마련하지 않아 사실 내게 그런 구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어느 밤, 한 구독자분께서 내게 ‘글틴’에서 본 시가 이

  • 모모코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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