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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110층에서 떨어지는 여자」

  • 작성일 2010-09-13



110층에서 떨어지는 여자

- 9ㆍ11에 죽은 여자를 추모하며

김승희

110층 화염의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여자는 핸드폰을 목숨처럼 껴안고
사랑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110층에서 떨어지는 여자는
두 신발에 오렌지색 불이 붙은 것을 느끼면서
너를 사랑했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110층에서 떨어지는 여자는
꼭두서니빛 불타오르는 화염으로 치마를 물들이면서
너를 사랑했으며 너를 사랑한다,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하며
110층에서 떨어지는 여자는
엉덩이를 다 먹고
허리 한복판을 너울너울 화염이 베어먹는 것을 느끼면서
110층에서 떨어지는 여자는
이 불타는 허리 이 불타는 등줄기 이 불타는 모가지
110층에서 떨어지는 여자는
누구나 자기 무덤을 만들 시간은 없지만
너를 사랑했다고 말하는 여자는
난폭한 머리카락 난폭한 두 귀가 갈기처럼 일어서는 것을 느끼며
110층에서 떨어지는 여자는
죽지 마, 죽어선 안돼, 라고 연인이 말할 때
불길이 그녀의 하얀 두 손을 먹고 핸드폰을 녹여버릴 때
그때
바로 그때까지
죽어선 안돼, 절대로 안돼,라는 연인의 말이 전해진
귀 두짝을 소중히 움켜쥔 채
110층에서 떨어진 여자는



!

 시_김승희

    1952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가 당선되었고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태양 미사』『왼손을 위한 협주곡』『미완성을 위한 연가』『달걀 속의 생』『어떻게 밖으로 나갈까』『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냄비는 둥둥』,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과 장편소설 『왼쪽 날개가 약간 무거운 새』 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고정희상 등을 수상함.

 낭송_박경미

    성우. 라디오 드라마 <파한집>, 마당극 <신흥부놀부뎐> 등 출연.

 

 플래시_이지오

 음악_심태한

 연출_김태형

 출전_『냄비는 둥둥』(창비)

9ㆍ11 테러사건 때, 무역센터빌딩 붕괴 직전 가까스로 탈출했던 이의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건물에서 빠져나오는데 무언가 퍽, 퍽,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불탄 잔해들이거니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람들 떨어지는 소리였다는군요. 불타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창밖으로 몸을 던졌던 거지요.
시인은 110층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길게 늘려 희생자에게 연인과 마지막으로 절박하게 사랑을 나눌 기회를 줍니다. 희생자를 태우는 불에게 "오렌지색 불", 치마를 물들이는 "꼭두서니 빛" 화염, 엉덩이와 허리를 베어 먹는 "너울너울 화염" 등과 같은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줍니다. 마치 사랑을 불로 정화하려는 듯이. 이것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추모하는 시적 방법이죠.

문학집배원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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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건

  • 김재호10607

    이시를 처음 봤을때 110층에서 덜어지는 여자라고 해서 우스운이야기인줄 알았는데 2001년 9월 11일에 발생한 911테러 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을 알수있게 되었다. 그당시에 있었던 한 연인들이 마지막 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핸드폰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잘표현해서 좋앗던것 같다. 또 이시에서 "오렌지 색 불",엉덩이와 허리를 베어 먹는 "너울너울 화염"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서 마치 사랑을 불로 정화시키려는 방법이 좋아서 이시가 마음에든다.얼마나 숨쉬기도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110층에서 스스로 뛰어 내렸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이 시로 통해 911테러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않아야한다

    • 2018-10-31 10:59:07
    김재호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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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현10801

    나는 제목에 적힌 110층이 무슨 비유법인가? 했지만은 이내 실제 쌍둥이 빌딩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시의 배경인 9ㆍ11테러가 일어났을 당시에는 나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에는, 부모님을 통해서 미국에서 충격적인 규모의 테러사건이 일어났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나랑은 관련이 없는 사건이었고, 내 주변에 피해를 입은 사람또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시는 나이게 9ㆍ11테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목숨은 도대체 무엇으로 보상이 가능할까? 남겨진 유가족들의 아픔은 그 누가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이 시가 9ㆍ11테러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 시에서 나오는 여자의 연인을 잃어버리게 된 마음을 슬프게 담아낸것 같았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9ㆍ11테러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고, 이런 끔찍한 재앙이 다시는 일어나게 해서는 안되도록 해야한다.

    • 2018-05-28 14:56:20
    김재현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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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이렇게 사랑할수있는 사이를 갈라놓는 이 사건이 정말 원망스럽네요. 저도 이렇게 할만큼 누군가를 사랑할수있을까 의문이에요.

    • 2011-04-13 00:40:1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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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사랑해....

    • 2010-12-18 11:13:49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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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불타는 여자가 내 자신인 양 고통이 느껴지고, 그 연인인 양 눈물이 납니다. 고통 속에서 가장 진한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순간, 사랑을 확인하며 이 세상을 떠나가는 모습이 이 세상에서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각인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 2010-09-20 08:29:59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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