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흰둥이 생각」
- 작성일 200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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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둥이 생각
손 택 수(낭송: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날 아침 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달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이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시로 여는 세상》(2004년 겨울호)
이 흰둥이. 어디서 본 적 있는 흰둥이. 어릴 때 우리 집에서도 길러 본적이 있는 것 같은 흰둥이.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핥아주던 흰둥이. 정 깊이 들어 헤어지려면 눈물 나던 짐승.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가슴 무거우면서도 살려주고 싶던 흰둥이. 바보 같이 다시 돌아와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눈빛이 축축히 젖어 있던 그 흰둥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문학집배원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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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5건
‘흰둥이 생각‘이라는 이 시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참 와 닿는 시였다. 처음에 이 시의 제목을 봤을 때 화자가 좋아하는 강아지와의 이별 상황에서 강아지를 생각하는 내용이라 짐작했었다. 그리고 시를 읽어보면서 나의 짐작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자가 좋아하는 강아지가 보신탕감으로 팔려나갈 것을 알고 몰래 강아지의 목줄을 풀어준 것은 화자의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강아지는 다음 날 다시 집에 돌아와 있었고 그 모습을 본 화자는 결국 울고 말았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는 흰둥이의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내 가슴 한쪽이 시려졌다. 그런데 이 시를 읽으면서 의문이 드는 점이 있었다. 이 시에서 강아지가 화자를 핥는가는 표현이 나와 있다. 그런데 나는 핥는다는 것의 의미가 실제로 핥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라는 시구에서 핥는다는 것이 슬픈 눈빛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시각적 심상을 촉각적 심상으로 바꾸어 표현한 공감각적 심상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기 드문 산문 형식으로 쓰여진 이 시는 나에게 더욱 와 닿았다.
시의 화자가 평소 아끼던 흰둥이가 아버지의 약값을 대기 위해 팔려나가게 된 안타까운 상황을 담은 시입니다. 흰둥이가 멀리멀리 도망가게 돌팔매질을 한 후 아버지의 약값을 걱정하는 모습에서 어린 화자가 겪을 내적 갈등이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그날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에서 흰둥이가 팔려 나가기 전 먹는 마지막 푸짐한 식사를 상상하니 마치 내가 아끼던 강아지가 죽게 된 듯 가슴이 아팠습니다. 울음보를 떠트린 나를 위로하는 흰둥이의 모습을 보고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어도 사랑과 애정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만 같아서 더욱 슬퍼졌습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결국 개장수에게 끌려가는 흰둥이의 모습을 보면서 시의 화자가 겪게 될 비탄을 생각하니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강아지와 같은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 애완동물을 잃는 슬픔이 얼마나 슬픈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 시를 읽은 뒤 슬프고 가슴 아픈 감정을 가졌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흰둥이를 보신탕감으로 팔아버려야 할 처지에 놓인 화자는 밤에 몰래 흰둥이를 풀어주고 돌팔매질로 보내는 장면이 안타까웠습니다. 다음 날 돌아와서 젖은 눈빛으로 화자를 핥는다는 구절에선 화자가 돌아온 흰둥이를 '왜 멍청하게 돌아왔냐.'며 원망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인간 세상의 일을 알지 못하는 동물이지만, 동물 또한 사람과 친밀감을 느끼고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린 화자가 흰둥이를 떠나보낼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주인을 위로하는 것 같은 흰둥이가 대견스럽다-20424
저는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 혀보다 더 축축이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고만 있는 것이었다."라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약값을 포기할 정도로 흰둥이를 사랑했지만 개장수에게 보내야 했던 화자가 불쌍했고, 팔려가는 순간에도 주인을 위로하는 흰둥이와 보내기 싫어하는 화자의 이별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20531최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