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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의「산」

  • 작성일 2007-07-02
  • 조회수 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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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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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아닌
그 산이
두어 점 구름 아래
조용히 누웠는 이름 없는 그 산이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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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부서져
황금빛으로 물든
오솔길에는
빨갛게 익은 열구밥이
정물화같이
푸른 대기 가운데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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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짐승과 안개가
산 저편으로 잦아든 뒤
해 기울고
소달구지 하나 지나지 않는
신작로길이
영원처럼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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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우짖음 소리도
강물의 고요한 숨결도
알지 못하나
소박한 자태로 하여
쓸쓸한 기쁨 안겨주던 산
어린 나를 키워준 산이
탕아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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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여
너의 고뇌와 눈물의 아름다움
그리워하지 않은 때 없으나
이룬 것 없이
죄만 쌓여
언젠가는 돌아가게 될
고향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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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철없이 나선
유랑길
몸은 병들어 초라하기 짝이 없으나
받아주리라 용서해주리라 너만은
이름 없는 나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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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느릅나무에게』,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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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ㆍ낭송- 김규동 : 1925년 함경북도 종성에서 태어나 1948년『예술조선』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나비와 광장』『죽음 속의 영웅』『오늘밤 기러기떼는』『느릅나무에게』등이 있으며, 자유문인협회상,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함.

김규동 시인의 시집을 펼쳐봅니다. 1925년이라는 출생연도가, 아득해서 아픈 숫자가 찍혀 있습니다. 팔순을 훌쩍 넘긴 연세입니다. 시인은 두고 온 북녘 고향과 통일을 열망하는 시를 평생 동안 써오신 분이지요. ‘열구밥’은 아가위의 함북 방언입니다. 이 붉은 열매가 “푸른 대기 가운데 고정되었다”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는 그리운 풍경의 정지 상태를 뜻합니다. 이러한 안타까움은 스스로를 ‘탕아’라고 규정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회한으로 바뀝니다. 언어는 순하고 소박합니다. 하지만 그 언어 속에 깃든 진정성으로 하여 노시인의 심장 가까이 귀를 대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문학집배원 안도현 2007.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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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 201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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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 20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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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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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건

  • 익명

    산내음이 좋아 산에 오른다.온갖 향이 있어 산에 오른다.먼 메이리를 들을 수 있어 산에 오른다.사계절 아름답기때문에 산에 오른다.새들의 노래소리, 이야기소리가 즐거워 산에 오른다.언제나 변함없이 돌쇠같은 바위가 정겨워 산에 오른다.인간들의 발자욱소리가 좋아 산에 오른다.귀천이 없어 산에 오른다.빈부차가 없어 산에 오른다.건강한 내 모습이 좋아 산에 오른다.우뚝 우뚝 건장하게 서 있는 산봉우리들이 나를 정겹게 반겨주니 산에 오른다.

    • 2007-07-28 13:01:1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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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제 어릴때의 산은 산중에서 메고 있던 가방도 벗어 던지고, 입고 있던 웃옷도 벗어 던지고 혼자 개울가에 둑쌓기, 물꼬트기 등을 하며 어두워 지도록 무서운줄 모르고 놀이에 열중한 한 어린 소녀를 보둠어주던 포근한 산입니다.지금 오십고개를 반쯤 넘은 시점에도 그 시절의 산을 떠올리며 김동규님의 시를 읽었습니다.

    • 2007-07-16 23:34:0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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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건너 산을 봅니다. 늘 아침이나 낮이나 저녁이나 늘 건너 산을 봅니다. 제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건너 산은 아닙니다. 마흔이 넘어 자리를 잡기 시작 마을에서 집 앞에 개울 건너 산을 봅니다. 제 아이들도 저 건너 산을 보며 김규동 선생님의 그 산을 알까요? 제 아이들이 저 건너 산을 이름없는 산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솔잎혹파리 때문에 울창했다던 솔숲은 없지만 잡목 간혹 눈에 소나무 몇 그루 보이지만 그 산에서 아이들이 밤도 줍고 딸기 나무에서 딸기도 따먹고 하던 지금, 먼 훗날에도 추억으로 남아 있을 거라 믿습니다.

    • 2007-07-02 23:40:1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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