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조깅」
- 작성일 20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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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임솔아 더러워졌다. 물병에 낀 물때를 물로 씻었다. 투명한 공기는 어떤 식으로 바나나를 만지는가. 멍들게 하는가. 멍이 들면 바나나는 맛있어지겠지. 창문을 씻어주던 어제의 빗물은 뚜렷한 얼룩을 오늘의 창문에 남긴다. 언젠가부터 어린 내가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닌다. 꺼지라고 병신아, 아이는 물컹하게 운다. 보란 듯이 내 앞에서 멍든 얼굴을 구긴다. 구겨진 아이가 내 앞에 있고는 한다. 사랑받고 싶은 날에는 사람들에게 그 어린 나를 내세운다. 사람들은 나를 안아준다. 구겨진 신문지로 간신히 창문의 얼룩을 지웠다. 창밖을 내다보다 멍든 바나나를 먹었다. -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문학과지성사, 2017)
- 2025-05-08
움직이지 않고 달아나기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 있기 임유영 시험이 끝나고 너와 같이 걸었다 옛날처럼 손잡고 다정하게 여기서 만날 줄은 정말 몰랐네 그렇지 개구리 군복을 입은 넌 중앙도서관에서 내려왔고 나는 종로 어디 구석진 찻집에서 대추차랑 약과를 먹고 있었는데 통유리창 밖에서 네가 손 번쩍 들고 인사했지 우리 그때 눈이 마주쳐서 웃었지 네 코에 걸쳐진 잠자리 안경 밑에 (넌 가끔 안경을 꼈지) 하얀색 마스크 속에 (너도 요즘 마스크를 쓰고 있겠지) 너의 입술이 천천히 그리는 반달 우리는 천천히 산책을 했지 아무래도 쫓기는 마음으로 이제 곧 경찰이 들이닥치고 나의 친구들은 모두 맞아서 다칠 텐데 하지만 내가 대오를 벗어나는 선택을 한번 해본 것인데 경멸 없이 너를 만나보고 대추차도 먹어보고 허름한 찻집에도 들어가보고 불친절한 주인 남자에게 화내지도 않고 담배 피우지 않고 술 마시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우울하지도 않고 한 번쯤 그래보고 싶었어 다르게도 살아보고 싶어 그날 내가 본 것 그날 내가 겪은 것 모두 새로 기입하는 이 흐린 저녁 그 가로등 아래서 다시 만나자 다시 만나자 - 시집 『오믈렛』(문학동네, 2023)
- 2025-04-05
세컨드핸드 조용우 시장에서 오래된 코트를 사 입었다 안주머니에 손을 넣자 다른 나라 말이 적힌 쪽지가 나왔다 누런 종이에 검고 반듯한 글씨가 여전히 선명했고 양파 다섯, 감자 작은 것으로, 밀가루, 오일(가장 싼 것), 달걀 한 판, 사과주스, 요 거트, 구름, 구름들 이라고 친구는 읽어 줬다 코트가 죽은 이의 것일지도 모른다며 모르는 사람의 옷은 꺼림칙하다고도 했다 먹고사는 일은 어디든 비슷하구나 하고 웃으며 구름은 무슨 뜻인지 물었다 구름은 그냥 구름이라고 친구는 답했다 돌아가는 길에 모르는 사람이 오래전에 사려고 했던 것들을 입으로 외워 가면서 어디로 간 것일까 그는 여전히 조용하고 따뜻한 코트를 버려두고 이 모든 것을 살뜰히 접어 여기 안쪽에 넣어 두고 왜 나는 모르는 사람이 아닌 것일까 같은 말들이 반복해서 시장을 통과할 때 상점으로 들어가 그것들을 하나씩 바구니에 담아 넣을 수 있다 부엌 식탁에 앉아 시큼하기만 한 요거트를 맛있게 떠먹을 수도 있다 오늘 저녁식사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면서 놀라운 것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면서 구름들 바깥에서 이곳을 무르게 둘러싸고서 매일 단지 다른 구름으로 떠오는 그러한 것들을 이미 일어난 일처럼 지나쳐 걷는다 주머니 속에 남아 있는 이름들을 하나씩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오고 있다 - 시집 『세컨드핸드』(민음사, 2023)
- 20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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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1건
이 시의 제목 조깅... 나도 매일 한다. 이 시에 내용처럼 후하 후하 하면서 리듬을 타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시에 나와있는 땅바닥이 뛴다, 나무가 뛴다. '햇빛이 뛴다, 버스가 뛴다, 바람이 뛴다.창문이 뛴다. 비둘기가 뛴다. 머리가 뛴다.' 처럼 나와 함께 모든 것이 뛰고 있다는 생각을 안해 봤다. 난 조깅을 할때 내 몸이 가벼워 지는것같다.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몸이 병이 나는 것 같다. 나에게 있어 조깅은 친구 그 자체이다. 작가에 말에 '찬바람 속에 봄기운이 느껴지는 3월입니다. 이불 박차고 두꺼운 옷 벗고 새 공기를 마시면서 뛰고 싶은 3월입니다.' 이 다음 부분 도 마음에 들었지만 생략하겠다. 3월에는 날씨가 아직 쌀쌀하다. 바람도 불고 나무도 흔들리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진다. 바람을 타며 달리면 나 자신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조깅에 대해 한번더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시다.
처음에 나오는 후 후 하 하 라는 부분에서 화자가 정말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수있었다. 이 시에서 화자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조깅을 하고있는것 같다. 이 시를 읽고 나선 마치 내가 실패했던 일도 다시 준비하여 시작할수 있을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루를 시작하기 힘든 사람과 새로운것을 도전하는 사람들에겐 큰 힘이 될것같은 내용이였다. 정말 시를 다시 읽고나니 내가 다시 학교에 입학한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시가 난 정말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정말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시를 읽고난 지금부터라도 내 하루를 힘차게 뛰어가며 살아가고싶다.
이 시에서 화자의 생동감과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 시에서는 화자는 뛰고 있다. 후 후 후 하 하 하라는 호흡으로 땅바닥도, 나무도, 햇빛도, 버스도, 바람도, 창문도 같이 뛰고있다. 새로 시작되는 아침에 조깅을 하니 새롭고 색다른 아침을 시작 할 수 있게 된다. 나 또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고등학생 생활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게 한다. 입학식을 한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이 시를 읽으니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인다. 새로운 출발은 새로운 행동에서 시작된다. 너 자신이 뛰면 다른 것도 같이 따라올 것 이다. 오늘 한 번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너 자신을 위해서 뛰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맨 처음의 후후 하하 에서 글쓴이가 실제로 달리고 있는 것 같아 생동감이 느껴졌고 현실성이 드러나 다른 시 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또, 글쓴이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 모습을 땅바닥, 나무, 햇빛 등에 비유하여 이 시를 읽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도 글쓴이 옆에서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시 전체에서 봄기운이 크게 느껴져 겨울잠에서 벗어난 곰도 생각이 나고, 이를 통해 나도 이불을 벗어나 힘차게 나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 하하 에서 화자가 거친 숨을 몰아치며 달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땅바닥이 뛴 다는 의미는 달리는 도중에 바닥을 보면 내가 달리고 있기 때문에 바닥이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므로 바닥이 뛰는 것 처럼 느꼈다. 이 시는 봄기운이 느껴지는 3월이라고 한다. 3월은 봄의 기운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새 학기 처럼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간대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서 두번째 행을 읽어보면, 아침이 뛴다고 한다. 이 구절은 하루를 시작하기 힘든 사람들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지만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하루를 위해 마음속으로 달리는 것 뿐만 아니라 화자의 생동감있는 숨소리 전달로 새벽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강에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때 까지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