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알 수 없어요」
- 작성일 201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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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임솔아 더러워졌다. 물병에 낀 물때를 물로 씻었다. 투명한 공기는 어떤 식으로 바나나를 만지는가. 멍들게 하는가. 멍이 들면 바나나는 맛있어지겠지. 창문을 씻어주던 어제의 빗물은 뚜렷한 얼룩을 오늘의 창문에 남긴다. 언젠가부터 어린 내가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닌다. 꺼지라고 병신아, 아이는 물컹하게 운다. 보란 듯이 내 앞에서 멍든 얼굴을 구긴다. 구겨진 아이가 내 앞에 있고는 한다. 사랑받고 싶은 날에는 사람들에게 그 어린 나를 내세운다. 사람들은 나를 안아준다. 구겨진 신문지로 간신히 창문의 얼룩을 지웠다. 창밖을 내다보다 멍든 바나나를 먹었다. -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문학과지성사, 2017)
- 2025-05-08
움직이지 않고 달아나기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 있기 임유영 시험이 끝나고 너와 같이 걸었다 옛날처럼 손잡고 다정하게 여기서 만날 줄은 정말 몰랐네 그렇지 개구리 군복을 입은 넌 중앙도서관에서 내려왔고 나는 종로 어디 구석진 찻집에서 대추차랑 약과를 먹고 있었는데 통유리창 밖에서 네가 손 번쩍 들고 인사했지 우리 그때 눈이 마주쳐서 웃었지 네 코에 걸쳐진 잠자리 안경 밑에 (넌 가끔 안경을 꼈지) 하얀색 마스크 속에 (너도 요즘 마스크를 쓰고 있겠지) 너의 입술이 천천히 그리는 반달 우리는 천천히 산책을 했지 아무래도 쫓기는 마음으로 이제 곧 경찰이 들이닥치고 나의 친구들은 모두 맞아서 다칠 텐데 하지만 내가 대오를 벗어나는 선택을 한번 해본 것인데 경멸 없이 너를 만나보고 대추차도 먹어보고 허름한 찻집에도 들어가보고 불친절한 주인 남자에게 화내지도 않고 담배 피우지 않고 술 마시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우울하지도 않고 한 번쯤 그래보고 싶었어 다르게도 살아보고 싶어 그날 내가 본 것 그날 내가 겪은 것 모두 새로 기입하는 이 흐린 저녁 그 가로등 아래서 다시 만나자 다시 만나자 - 시집 『오믈렛』(문학동네, 2023)
- 2025-04-05
세컨드핸드 조용우 시장에서 오래된 코트를 사 입었다 안주머니에 손을 넣자 다른 나라 말이 적힌 쪽지가 나왔다 누런 종이에 검고 반듯한 글씨가 여전히 선명했고 양파 다섯, 감자 작은 것으로, 밀가루, 오일(가장 싼 것), 달걀 한 판, 사과주스, 요 거트, 구름, 구름들 이라고 친구는 읽어 줬다 코트가 죽은 이의 것일지도 모른다며 모르는 사람의 옷은 꺼림칙하다고도 했다 먹고사는 일은 어디든 비슷하구나 하고 웃으며 구름은 무슨 뜻인지 물었다 구름은 그냥 구름이라고 친구는 답했다 돌아가는 길에 모르는 사람이 오래전에 사려고 했던 것들을 입으로 외워 가면서 어디로 간 것일까 그는 여전히 조용하고 따뜻한 코트를 버려두고 이 모든 것을 살뜰히 접어 여기 안쪽에 넣어 두고 왜 나는 모르는 사람이 아닌 것일까 같은 말들이 반복해서 시장을 통과할 때 상점으로 들어가 그것들을 하나씩 바구니에 담아 넣을 수 있다 부엌 식탁에 앉아 시큼하기만 한 요거트를 맛있게 떠먹을 수도 있다 오늘 저녁식사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면서 놀라운 것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면서 구름들 바깥에서 이곳을 무르게 둘러싸고서 매일 단지 다른 구름으로 떠오는 그러한 것들을 이미 일어난 일처럼 지나쳐 걷는다 주머니 속에 남아 있는 이름들을 하나씩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오고 있다 - 시집 『세컨드핸드』(민음사, 2023)
- 20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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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건
처음 이 시의 제목을 보고 나는 이 시에서 무엇을 알 수 없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 시에서 ‘누구’는 ‘임’을 의미했고, 임의 발자국과 얼굴, 향기, 노래, 시를 자연물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한 은유법을 사용하였다. 또한, ‘연꽃 같은 발꿈치’, ‘옥 같은 손’이라는 표현으로 직유법을 사용했다.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 ‘돌부리를 울리는 작은 시내’ 같은 표현에서는 의인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시에는 직유법, 은유법, 의인법 등 대표적인 비유법이 사용되었다. 비유법이 사용되면서 시 자체에서의 운율이 많이 느껴지면서 나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이 시는 화자가 ‘임’을 지키려는 마음과 그리움이 느껴지는 시였다. 특히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라는 부분은 화자의 마음을 약한 등불이라 표현하였고 자신(약한 등불)의 희생으로 인해 님의 존재를 더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 작품 속에서 들어나는 '누구'는 자연현상 중에서도 은은한 향기와 빛깔, 소리를 통해 들려지는 '신비로운 존재'이자 '절대자'(신) 라고도 표현 할 수 있습니다. 혹은 한용운작가의 시에서 부각되는 '임'이라고도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내용을 생각할때, 이시의 화자는 끊임없이 계속 '절대자'와 같은 신비로운 존재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목 "알 수 없어요"에서 알수 있듯이 인간, 즉 화자는 이 시의 '신비로운 존재'를 끝내 알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 할 수있다. 하지만 후반의 4~6연은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이 그존재를 알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절대자'를 탐구할 것 이라는걸 의미한다. 내가 느끼는 바로는 한용운작가는 이시를 통해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간을 표현한것 같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이 부분이 제일 좋은거 같아요
시들을 둘러보며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라는 낯 익은 시구가 있고 한용운이 쓴 시여서 더욱 관심 있고 몰입도 있게 감상하였다. 나는 시를 감상하면서 상징법, 은유법, 역설법, 설의법 등 매우 다양한 표현상의 특징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평소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대부분 의문형으로 끝나는 행으로 구성된 시를 보며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계속 의문형으로 행을 마무리 짓다가 마지막에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라는 역설의 의미를 가진 평서문이 불쑥 튀어나와서 당황스러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이 시를 읽으며 나는 화자의 간절한 의지와 희생이 와 닿았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시에서 경어체를 사용하다 보니 마음이 경건해지고 가라앉는 듯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