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거미줄」
- 작성일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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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거미줄」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 놓고
새끼를 건드리면 움찔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은 거미줄이 내게도 있어
수천 킬로미터 밖까지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한밤에 전화가 왔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고,
꿈자리가 뒤숭숭하니 매사에 조신하며 살라고
지구를 반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끈끈한 줄 하나
▶ 시_ 손택수 - 197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언덕 위의 붉은 벽돌집」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등이 있다. 신동엽창작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임화문학예술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낭송_ 손경원 - 배우. 영화 '다세포 소녀', '그 놈 목소리', '너는 내 운명', '하류인생' 외 다수
배달하며
어미와 새끼 사이가 탯줄로 연결 되어 있다는 것! 인류사가 드러낸 성차별의 시작에는 바로 이 탯줄이 작용했다는 설이 있다.
확증(確證)의 관계인 어머니와, 심증(心證)의 관계인 아버지와의 차이는 두렵고 큰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기실 모성애조차 여성을 억압하는 또 하나의 굴레로 보는 이론도 등장하고 있다.
어미와 새끼 사이의 거미줄? 가늘고 강하고 끈질긴 줄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제비도 풍뎅이도 원숭이도 돼지도 다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사랑의 줄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거미줄은 내 새끼, 내 자식에서 나아가 결국 이웃 사랑 까지 가야 한다고 한다. ‘거미줄’이라는 짧은 시를 읽으며 어머니와 사랑과 인인애(隣人愛)라는 큰 말들을 떠올려 본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창비)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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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복효근 시인, 창비청소년시선 05 『운동장 편지』, 창비교육, 2016. ■ 처음 인사드리는 그대여. 한때 저는, 제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하여, 아쉬운 맘 달래보자고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우고는 이팝나무 우체국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 작은 우체국 뜰에서 시엽서를 쓰고 시배달을 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풀벌레 소리처럼 떨려옵니다.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려오는 그대여, 그대에게 있어 가장 따뜻했던 저녁은 언제였는지요? 내가 멘 가방 지퍼를 닫아주는 척 붕어빵을 넣어주던 선재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은근, 기분이 좋아져 옵니다. 가장 따뜻한 저녁이 그대에게 당도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우체국 마당 구절초가 가는 목을 빼고 그대 향해 피었다는 소식 전하면서 이만 총총합니다. 문학집배원 시배달 박성우 - 박성우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워 이팝나무 우체국을 낸 적이 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청소년시집 『난 빨강』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더 좋은 시인으로 살기 위해 삼년 만에 홀연 사직서를 내고 지금은 애써 심심하게 살고 있다.
- 김 태 형
- 2016-10-13
양선희, 「늙은 신갈나무처럼」 몸을 침범하는 벌레를 중심을 어지럽히는 곰팡이를 속을 갉아먹는 나무좀을 그 속에 둥지 트는 다람쥐나 새를 용서하니 동공이 생기는구나바람을 저항할 힘을 선사하는 양선희 - 1960년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87년 계간 《문학과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가 당선되었다. 시집 『일기를 구기다』, 『그 인연에 울다』와 장편소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를 펴냈으며, 이명세 감독과 영화 의 각본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에세이로는 『엄마 냄새』, 『힐링 커피』가 있다. 낭송 - 나지형 - 배우. 성우. 연극 ‘9살 인생’, ‘대머리 여가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에 출연. 배달하며 지난여름은 지독한 불볕이었다. 그 중에도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불길하고 끔찍한 뉴스들이었다. 세상 어디를 손가락으로 찔러 보아도 더러운 악취가 새어나왔다. 시정신이 없는 혼탁한 기회주의 시인을 향해 어떤 시는 “이 땅은 방부제도 썩었다”라고 탄식했다.신갈나무는 도토리가 달린 참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그 이파리를 짚신의 신발창처럼 갈아 쓴다하여 신갈나무라 불렀다고 한다. 참나무 잎으로 신발을 갈아 신어야 할 것 같다. 온갖 설익은 말, 벌레 먹은 말, 끔찍하고 억지스러운 말, 다 가리고 크게 다시 숨 쉬고 용서하고, 가을 밤 하늘에 새로 떠오르는 처녀별 같은 그런 시가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폭력적이고 기형적인 언어의 흙탕물 속에서 싱싱한 생명의 시를 골라 배달하겠다고 했던 첫 인사말이 떠올라 가슴 아릿하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그 인연에 울다』(문학동네) ▶ 음악_ Tune ranch-orchstral-2 중에서 ▶ 애니메이션_ Alice Jiyu▶ 프로듀서_ 김태형
- 김 태 형
- 2016-09-26
손 세실리아, 「갠지스강, 화장터」 다홍 천 턱까지 끌어올리고 장작더미에 누운 여자 기척도 없다 불길 잦아들도록 끝끝내 이글거리던 가슴뼈와 골반 회(灰)가 되어 허물어진다 한 때 소행성과 대행성이 생성되고 해와 달과 별이 맞물려 빛을 놓친 적 없던 여자의 집, 감쪽같이 철거당했다한우주가 사라졌다 시_ 손세실리아 - 북 정읍에서 태어나, 2001년《사람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기차를 놓치다』, 『꿈결에 시를 베다』와 산문집『그대라는 문장』이 있다. 낭송 - 나지형 - 배우. 성우. 연극 ‘9살 인생’, ‘대머리 여가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에 출연. 배달하며 힌두(Hindu)의 삶은 갠지스에서 시작되고 갠지스에서 끝난다. 갠지스 성스러운 물에 몸을 담그는 세례로 시작하여 그 강에 회로 뿌려지는 것으로 끝난다. 물로 시작하여 불로 끝을 맺는 제전이다.이 시는 장작더미에 누워 화장을 기다리는 여자의 자궁속의 해와 달과 별이 맞물리는 윤회와 인연을 포착하고 있다. 그녀의 자궁 속에서 진행되던 생명의 달거리, 소행성과 대행성을 품었던 생명 원류로서의 여자의 집! 이 시는 그것이 장작더미 불길에 의해 감쪽같이 철거되고 한우주가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걱정 말라! 갠지스에 뿌려지면 죄는 사라지고 다시 생명으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 장엄한 회귀를 위해 그녀의 발목에 화장의 삯으로 은발지가 걸려있었을 것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출전_ 『기차를 놓치다』(애지) 음악_ 07-A Simpler Time 중에서 애니메이션_ 이지오 프로듀서_ 김태형
- 김 태 형
- 2016-09-19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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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건
어머니는 내가 학원에서 늦게 끝날 떄마다 가끔씩 나에게 물어보신다. 아직 학원이니? 빨리 끝내고 조심해서 집에오렴. 하고 말이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어머니가 괜한 걱정을 하신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늦은 밤중이라도 서울 한복판에서 무슨 일이야 일어나겠는가? 하고 말이다. 이 시를 읽고 난 후 나는 그런 내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던, 얼마나 가까이 붙어있던 나를 항상 생각해 주시는 사람이 어머니였다. 항상 집에서 나를 기다려주시는 사람도 어머니이고, 내가 진정으로 곤란할 떄 마다 찾는 사람또한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모성애는 그야말로 이 시에서 나오는 거미줄과 같이 끈끈해서 내가 어디에있든 나를 제일로 걱정해주고, 그 길이도 매우 길어서 내가 학원에 갔을 때도, 심지어 수학여행을 갔었을 때도 나를 걱정해준다. 나는 지금이라도 이런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평생을 효도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는 내가 학원에서 늦게 끝날 떄마다 가끔씩 나에게 물어보신다. 아직 학원이니? 빨리 끝내고 조심해서 집에오렴. 하고 말이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어머니가 괜한 걱정을 하신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늦은 밤중이라도 서울 한복판에서 무슨 일이야 일어나겠는가? 하고 말이다. 이 시를 읽고 난 후 나는 그런 내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던, 얼마나 가까이 붙어있던 나를 항상 생각해 주시는 사람이 어머니였다. 항상 집에서 나를 기다려주시는 사람도 어머니이고, 내가 진정으로 곤란할 떄 마다 찾는 사람또한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모성애는 그야말로 거미줄과 같이 끈끈하여 자식을 외면하는 일이없고, 항상 나의 편이 되어준 것이었다. 나는 지금이라도 이런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평생을 효도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수학여행 때 잠시 헤어져 있는 동안 내가 안전하게 잘 있는지 문자로 자주 확인하신 우리 부모님이 생각나는 작품이다. 내가 즐겁고 기분 좋게 친구들과 함께 잘 놀고 있는지, 혹은 반대로 위험하고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지 걱정을 했을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면 '모성애'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맴돌고 있다. 이 시에 나온 거미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동물들도 이렇지 않을까? 다큐멘터리에서 본 장면 중 멀리 있는 새끼 동물에게 천적이 날아올 때 이를 가만히 두지 않고 맞서 싸우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기억난다. 천적이므로 엄마, 아빠 또한 죽을 수 있지만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서 죽을 각오로 싸우는 부모. 이것이 바로 진정한 새끼를 보호하는 희생 정신이 아닐까? 자기 자신보다 자식을 더 우선하는 이 자세는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로 만들어주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이 시를 읽고 모성애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학교와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할 때마다 학원 앞으로 바로 달려와 내가 차를 타고 편하게 갈 수 있게 해주시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언제나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는 이런 내 고마움을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게 도와준 시이다. 나도 내 어머니와 연결된 강철보다 끈끈한 줄을 통해 어머니가 나에게 주신 내리사랑에 보답해드리고 싶다. 항상 부모님께서 주시는 사랑을 마땅한 것이라고 여기지 말고, 적어도 내가 학교에 갈 때 내가 먼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나와 부모님을 연결해주는 그 거미줄을 더 굵고 튼튼하게 만들고 싶다.
이 시에서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는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음에도 새끼를 건드리면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 그리고 어머니가 꿈자리가 뒤숭숭할 때도 연락한 것은 자식이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본능적인것이다. 어머니는 어디에 있든, 언제든 자식 걱정을 하고 게신다. 내가 늦은밤 학원이 끝났을때 우리 어머니는 항상 연락하신다. 배고프진 않은지, 피곤하진 않은지. 하지만 난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성의 없는 답변을 보낸다. 이 시를 읽으니 과거 나의 행동이 너무 부끄럽고 앞으로는 걱정하지 않으시게 먼저 연락도 드리고 좀 더 살갑게 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