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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마라톤」

  • 작성일 2016-05-09
  • 조회수 1,842

오세영, 「마라톤」


무슨 일일까,
일순의 정적이 끝나자
-팡-
빙벽 깨지는 소리,
스타트 라인에 선 건각(健脚)들 일제히
앞으로 뛰쳐나간다.
돌돌돌
졸졸졸
보폭과 보폭을 다잡으며
먼 태양을 향해 나란히 일렬로 달리는 그들의
힘찬 역주(力走),
양안(兩岸)에 늘어선 산벗꽃, 진달래가 환호작약,
잠에서 막 깨어난 다람쥐, 꽃사슴의
갈채가 요란하다.

구만리인가, 십만리인가.
봄은
긴 마라톤 코스의 출발점인가.

▶ 시_ 오세영 -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전남의 장성과 전북의 전주에서 성장했다. 1965년-1968년 《현대문학》에 추천으로 등단했다. 『별 밭의 파도소리』, 『밤하늘의 바둑판』, 『시론』, 『시 쓰기의 발견』 등 수십 권의 시집과 학술서, 산문집 등이 있다.

▶ 낭송_ 김병수 - 배우. 연극 ‘챠이카’, ‘내일은 참피온’ 등에 출연.

배달하며

계절이 새로 시작 되는 것을 팡! 하는 의성어로 요약했다. 그리고 마라톤으로 마무리했다. 하나의 계절이 시작되는 것은 순환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혁명이요, 창조이며 탄생이기도 하다.
모든 시작은 팡! 이며 마라톤이다. 빙벽이 깨지고 건각들이 뛰쳐나가고 돌돌돌 졸졸졸 양안의 자연의 환호와 갈채가 있다. 그 속에 질주가 있다.
이것이 몇 만리이건 그것은 스스로 관여할 길이가 아니다. 인간과 자연의 긴 순환, 마라톤의 역사를 즐겁게 읽는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바람의 그림자』(천년의시작)
▶ 음악_ soundidea/solo instrument 중에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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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복효근 시인, 창비청소년시선 05 『운동장 편지』, 창비교육, 2016. ■ 처음 인사드리는 그대여. 한때 저는, 제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하여, 아쉬운 맘 달래보자고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우고는 이팝나무 우체국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 작은 우체국 뜰에서 시엽서를 쓰고 시배달을 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풀벌레 소리처럼 떨려옵니다.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려오는 그대여, 그대에게 있어 가장 따뜻했던 저녁은 언제였는지요? 내가 멘 가방 지퍼를 닫아주는 척 붕어빵을 넣어주던 선재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은근, 기분이 좋아져 옵니다. 가장 따뜻한 저녁이 그대에게 당도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우체국 마당 구절초가 가는 목을 빼고 그대 향해 피었다는 소식 전하면서 이만 총총합니다. 문학집배원 시배달 박성우 - 박성우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워 이팝나무 우체국을 낸 적이 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청소년시집 『난 빨강』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더 좋은 시인으로 살기 위해 삼년 만에 홀연 사직서를 내고 지금은 애써 심심하게 살고 있다.

  • 김 태 형
  • 20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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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태 형
  •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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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태 형
  •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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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건

  • 11103기재형

    이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마라톤을 시간에 비유한 시이다. 마라톤은 끈기와 노력이 있어야 완주를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계속 달리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 완주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완주를 하면 매우 뿌듯 할 것이고 그처럼 나도 지금 이 시간이 힘들어도 계속 포기하지 않고 나의 목표를 위해 계속 달려나갈 것입니다. 또한 이 시에서는 주위의 동물들이 갈채를 보내는 내용을 보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더 열심히 하고 싶게 만드는 시입니다. 저는 여러사람의 응원을 얻어 완주릃 하기 위해 노력할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시를 보고 이와 같은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2018-11-05 11:50:42
    11103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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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재11119

    마라톤의 시작을 봄에 비유한것은 참 좋은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은 365일 그리고 마라톤의 42.195km는 둘 다 참 먼 거리처럼 느껴집니다. 마라톤의 시작을 알리는 팡 소리는 저에게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핸드폰 알람을 연상하게 해줍니다. 저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제가 어떻게 시작했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어서 이 시는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달리는 1년을 마라톤이라 생각하고 옆에서 자연의 갈채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재미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마라톤을 달리고있다고 생각하면 시에서 말하는것과 비슷하게 보이는 것 같아 참 의아하고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비슷한 시를 읽으며 감동해봅니다.

    • 2018-11-05 11:44:58
    최민재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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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410윤찬휘

    나의 동아리가 마라톤부여서 이 시가 무슨시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서 들어가보게 되었다. 마라톤은 -팡- 소리가 나면 출발선에 서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출발하게 되고 보폭과 보폭을 다잡으며 42.195km의 긴 거리를 뛰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힘찬 역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봄은 긴 마라톤 코스의 출발점이다. 지금 시기가 끝봄에 다달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겨울까지의 긴 거리를 향해서 힘찬 역주를 시작해야겠다. 힘들때마다 보폭과 보폭을 다잡으면서 남은 일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냥 앞만 보고 달리지 않고 양안에 늘어선 산벗꽃, 진달래가 환호작약, 잠에서 막 꺠어난 다람쥐, 꽃사슴의 갈채 등 예쁜것들을 보면서 겨울까지의 긴 마라톤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2018-05-28 10:15:01
    10410윤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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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엠스타

    머물다 갑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 2016-05-17 21:37:35
    포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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