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정진규, 「엄마」

  • 작성일 2016-08-22
  • 조회수 3,226

정진규, 「엄마」


엄마아, 부르고 나니 다른 말은 다 잊었다 소리는 물론 글씨도 쓸 수가 없다 엄마아 가장 둥근 절대여, 엄마아만 남았다 내 엉덩이 파란 몽고반으로 남았다 에밀레여, 제 슬픔 스스로 꼭지 물려 달래고 있는 범종의 유두로 남았다 소리의 유두가 보였다 배가 고팠다 엄마아

▶ 시_ 정진규 - 1939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으며,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제1시집 『마른 수수깡의 평화』 이후 『有限의 빗장』,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매달려 있음의 세상』, 『비어 있음의 충만을 위하여』, 『연필로 쓰기』, 『뼈에 대하여』,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몸詩』, 『알詩』, 『도둑이 다녀가셨다』, 『本色』, 『껍질』, 『공기는 내 사랑』, 『律呂集·사물들의 큰언니』, 『무작정』 등 17권의 시집과 여러 권의 시선집이 있다.

▶ 낭송_ 문성진 - 배우. 오페라연극 ‘햄릿’ 등에 출연.

배달하며

‘몸시’를 쓴 시인의 시의 원류는 엄마. 생명의 소리를 내는 범종의 유두가 여기 있다. 종소리가 울리는 동안 모든 번뇌를 지우고 가장 둥근 절대, 파란 몽고반, 에밀레로 돌아가 배고픈 아이가 되는 시이다. 행갈이 형식의 시들이 오히려 리듬감을 상실하고 산문 형태의 시들이 효과적으로 리듬을 운용하고 있음을 본다는 시인의 산문을 떠올려 본다. 딸이 아니라 아들이 쓴 시라는 느낌이 짙게 풍기는 시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나무옆의자)
▶ 음악_ Backtraxx-mellow 1 중에서
▶ 애니메이션_ 송지유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추천 콘텐츠

복효근,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작품 출처 : 복효근 시인, 창비청소년시선 05 『운동장 편지』, 창비교육, 2016. ■ 처음 인사드리는 그대여. 한때 저는, 제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하여, 아쉬운 맘 달래보자고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우고는 이팝나무 우체국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 작은 우체국 뜰에서 시엽서를 쓰고 시배달을 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풀벌레 소리처럼 떨려옵니다.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려오는 그대여, 그대에게 있어 가장 따뜻했던 저녁은 언제였는지요? 내가 멘 가방 지퍼를 닫아주는 척 붕어빵을 넣어주던 선재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은근, 기분이 좋아져 옵니다. 가장 따뜻한 저녁이 그대에게 당도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우체국 마당 구절초가 가는 목을 빼고 그대 향해 피었다는 소식 전하면서 이만 총총합니다. 문학집배원 시배달 박성우 - 박성우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당 입구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워 이팝나무 우체국을 낸 적이 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동시집 『불량 꽃게』, 청소년시집 『난 빨강』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더 좋은 시인으로 살기 위해 삼년 만에 홀연 사직서를 내고 지금은 애써 심심하게 살고 있다.

  • 김 태 형
  • 2016-10-13
양선희, 「늙은 신갈나무처럼」

양선희, 「늙은 신갈나무처럼」 몸을 침범하는 벌레를 중심을 어지럽히는 곰팡이를 속을 갉아먹는 나무좀을 그 속에 둥지 트는 다람쥐나 새를 용서하니 동공이 생기는구나바람을 저항할 힘을 선사하는 양선희 - 1960년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87년 계간 《문학과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가 당선되었다. 시집 『일기를 구기다』, 『그 인연에 울다』와 장편소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를 펴냈으며, 이명세 감독과 영화 의 각본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에세이로는 『엄마 냄새』, 『힐링 커피』가 있다. 낭송 - 나지형 - 배우. 성우. 연극 ‘9살 인생’, ‘대머리 여가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에 출연. 배달하며 지난여름은 지독한 불볕이었다. 그 중에도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불길하고 끔찍한 뉴스들이었다. 세상 어디를 손가락으로 찔러 보아도 더러운 악취가 새어나왔다. 시정신이 없는 혼탁한 기회주의 시인을 향해 어떤 시는 “이 땅은 방부제도 썩었다”라고 탄식했다.신갈나무는 도토리가 달린 참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그 이파리를 짚신의 신발창처럼 갈아 쓴다하여 신갈나무라 불렀다고 한다. 참나무 잎으로 신발을 갈아 신어야 할 것 같다. 온갖 설익은 말, 벌레 먹은 말, 끔찍하고 억지스러운 말, 다 가리고 크게 다시 숨 쉬고 용서하고, 가을 밤 하늘에 새로 떠오르는 처녀별 같은 그런 시가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폭력적이고 기형적인 언어의 흙탕물 속에서 싱싱한 생명의 시를 골라 배달하겠다고 했던 첫 인사말이 떠올라 가슴 아릿하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그 인연에 울다』(문학동네) ▶ 음악_ Tune ranch-orchstral-2 중에서 ▶ 애니메이션_ Alice Jiyu▶ 프로듀서_ 김태형

  • 김 태 형
  • 2016-09-26
손 세실리아, 「갠지스강, 화장터」

손 세실리아, 「갠지스강, 화장터」 다홍 천 턱까지 끌어올리고 장작더미에 누운 여자 기척도 없다 불길 잦아들도록 끝끝내 이글거리던 가슴뼈와 골반 회(灰)가 되어 허물어진다 한 때 소행성과 대행성이 생성되고 해와 달과 별이 맞물려 빛을 놓친 적 없던 여자의 집, 감쪽같이 철거당했다한우주가 사라졌다 시_ 손세실리아 - 북 정읍에서 태어나, 2001년《사람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기차를 놓치다』, 『꿈결에 시를 베다』와 산문집『그대라는 문장』이 있다. 낭송 - 나지형 - 배우. 성우. 연극 ‘9살 인생’, ‘대머리 여가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에 출연. 배달하며 힌두(Hindu)의 삶은 갠지스에서 시작되고 갠지스에서 끝난다. 갠지스 성스러운 물에 몸을 담그는 세례로 시작하여 그 강에 회로 뿌려지는 것으로 끝난다. 물로 시작하여 불로 끝을 맺는 제전이다.이 시는 장작더미에 누워 화장을 기다리는 여자의 자궁속의 해와 달과 별이 맞물리는 윤회와 인연을 포착하고 있다. 그녀의 자궁 속에서 진행되던 생명의 달거리, 소행성과 대행성을 품었던 생명 원류로서의 여자의 집! 이 시는 그것이 장작더미 불길에 의해 감쪽같이 철거되고 한우주가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걱정 말라! 갠지스에 뿌려지면 죄는 사라지고 다시 생명으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 장엄한 회귀를 위해 그녀의 발목에 화장의 삯으로 은발지가 걸려있었을 것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출전_ 『기차를 놓치다』(애지) 음악_ 07-A Simpler Time 중에서 애니메이션_ 이지오 프로듀서_ 김태형

  • 김 태 형
  • 2016-09-19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7건

  • 10615장준원

    이 시를 읽고 저는 엄마께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모두 들었습니다. 그것은 엄마께서 언제나 가족을 위해 희생하시는 것으로 인한 감사함과 저는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시에서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니 다른 말은 다 잊었다 라는 구절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저에게도 공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아주 짧지만 주제인 엄마라는 감사한 존재라는 주제를 충분히 전달하고 강렬한 여운을 남겨주는 아주 좋은 시 같습니다. 도한 대구법을 사용하여 리듬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시를 저의 친구들과 부모님님과 사이가 좋지않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2018-10-31 11:00:12
    10615장준원
    0 / 1500
    • 0 / 1500
  • 10703김동현

    이시는 짧지만 아주 강렬하게 여운이 남는 시인것 같습니다. 엄마라는 이 간단한 단어만으로 나의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동시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어렸을적 부터 지금까지 어머니는 항상 날 찾으셧습니다. 학교,학원등이 끝나면 먼저 전화를 하셔 옷따뜻하게 입어라, 감기조심해라,밥은 먹었냐는 등의 철 없는 저에게는 모두 잔소리 처럼만 들렸습니다. 아직까지도 후회가 됩니다. 어머니한테 조금만 더 다정하게 다가갈껄, 그때 화내지말걸, 예전에 내가 햇던 행동들을 돌이켜보며 과연 나는 어머니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아들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시를 쓴 사람또한 한 어머니의 아들로서 공감이 되며 성공해서 꼭 효도드리고자 하는 마음을 한층더 쌓게 되엇습니다. 자식들을 위한것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으시고 언제든지 희생하신 어머니에게 오늘 집에가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게 만드는 시인것같습니다.

    • 2018-10-31 09:59:28
    10703김동현
    0 / 1500
    • 0 / 1500
  • 설상현

    이 시를 듣고 항상 나를 위해 희생하시고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매번 잘못하고 실수해도 항상 바른길로 인도해주시고 길잡이역할을 해주십니다 그런 부모님께 아무것도 해드린게 없는 저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시고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음 어버이날에는 이시를 적어서 부모님께 편지로 드리면 좋을것같다는 생각도들고 뜻깊을거 같습니다 앞으로 사소한것에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로 감사하다고 표현해야겠습니다

    • 2018-05-31 11:02:26
    설상현
    0 / 1500
    • 0 / 1500
  • 이경주10511

    이 시를 보니, 젊은 청춘 다받쳐서 저를 키우신 저희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 한창 놀러다닐 세월을 다 받치고 막창집을 열어 생고생을 다 하시며 저를 키우신 저희 어머니는 누구보다고 위대하신 분이라 자부합니다. 자신의 청춘을 다바쳤지만 그 성과물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고작 한다는게 게임과 뭣도 아닌 것들이고 아까운 돈만 먹는 귀신이니 얼마나 속상하실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런 못난 아들을 두었음에도 항상 친구같이 제 곁에서 저를 응원하고 지원해주시는 저희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이 은혜를 다 갚을 수 있을까 걱정 됩니다. 어머니 항상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2018-05-29 14:33:34
    이경주10511
    0 / 1500
    • 0 / 1500
  • 이현호10316

    이 시를 보고 직장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저는 어머니에게 준 것이 화와 짜증 밖에 없는데 어머니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저와 제 동생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해주셨습니다.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에게 사랑을 주신 어머니에게 고맙고 말하고 싶습니다.집에 가서는 사소한 말,행동부터 시작해서 부모님이 저에게 주신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제가 부모님께 사랑의 표현을 잘 못하는데 오늘부터는 사랑의 표현을 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어릴때는 모유부터 지금은 밥과 반찬까지 매일매일 챙겨주시는 어머니께 다시 한번 감사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 2018-05-29 10:20:11
    이현호10316
    0 / 1500
    •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