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우리는 서로에게」
- 작성일 20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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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창작과비평》2016년 가을호.
■ 문태준의 「우리는 서로에게」를 배달하며…
며칠 전, 바깥일을 보고 잠깐 쉬러 집에 왔을 때의 일입니다. “집이 누구 지시오? 집이 누구 지시오?” 아흔 넘으신 가춘(양봉순) 할매가 저를 찾았습니다. “집이는 밤낭구랑 대추낭구랑 읎지?” 몇 번을 싸우다 여남은 개 밤과 대추만 받고 겨우 가춘 할매를 돌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시인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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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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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6-14
- 관리자
- 2023-12-28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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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1건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남에게 도움이 됬을까? 라는 의문이 이 시를 읽으면서 생각이 납니다. 우리는 혼자 있는것 같지만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형과 저를 잘 돌보지 못해서인지 저는 형을 많이 의지하게 됬습니다. 과거 회상에 재미를 느끼는 저는 제 과거를 뒤돌아 보면서 재점검을 하게 됬습니다. 형이 있었기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더 와 닿는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이렇게 시에 비유가 되니 신기하게 느껴지면서도 이해가 잘 가는것 같습니다. 앞으로 의지하고 서로 맞닿아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며 다시 한번 감동과 따뜻함을 느껴봅니다.
이 시의 제목을 읽고 나는 요즘 힘이 되주고 싶은 친구가 있어서 뭔가 내 상황에 맞는 시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내 예상이 어느정도는 맞았다는걸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환한 등불인 그친구에게 남은 온기 환한 등불이 되고싶었는데 혹여나 부담스러워 불편해서 너무 큰 외투가 되지않을까 아니면 다가가는 내가 싫어 고통의 구체적인 원인이 되지않을까 한참동안 생각했다 이 시는 사람과사람의 관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시 같다 이 시를 읽으면 나에게 환한 등불이자 남은 온기인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떠올라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나도 내 사람들에게 환한 등불이 되어주고 싶다
어떤 시를 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스크롤을 내리며 시를 찾다 '우리는 서로에게'라는 시를 보았다. 아무 생각없이 넘어갔지만 문득 공부하는 형이 생각나 페이지를 올려 다시 이 시를 듣게 되었다. '등불', '온기', '별', '날개' 등과 같이 긍정적인 시어들을 행마다 배열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의지적인 시들과는 다르게 따뜻하고 행복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시였다. 또한 15행을 제외한 모든 행을 명사로 마무리하니 시가 아직 끝나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이렇게 명사로만 마무리하는 것보다 15행이 가장 독특한 여운을 남겼다. '우리는 서로에게'로 행을 마무리하며 다음 행으로 읽기 전까지 '서로에게 무슨 관계라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풀에게는 풀여치', '가을에게는 갈잎' 이 자연 속에서 서로 의지하는 시어들이라는 것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로 같이 하는 형이 생각났다. 반면 '우리는 서로에게 환한 등불'에서 나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나를 가장 아껴주며 어디를 가도 챙겨주는 형이 지금까지의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환한 등불의 역할을 했지만 나는 형에게 해준 것이 없었다. 이 시를 읽고 형뿐만 아니라 나를 만난 누구든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나가야 겠다.
시가 시작될 때 '환한', '온기' 등으로 시작하여 처음부터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또한 시 초반부엔 서로의 관계가 '환한 등불' 로 '등불'이 '대상' 에게 배푸는 일방적인 관계이다. 그러나 시 중반부에 '풀에게는 풀여치', '가을에게는 갈잎' 이 나오면서 서로가 있음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이 더 강해질 수 있게하는 그러한 관계가 나온다. 하지만 시 후반부로 갈수록 서로의 관계 속에서의 긍정적이지 못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첫 행으로 쓰인 '우리는 서로에게' 가 다시 나오고 '절반' 이 나오며 '다른 입장'이 나온다. 이 시는 우리는 서로에게 무조건적으로 배푸는 무언가, 서로 힘이되고 도와주는 무언가 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다른사람과 상부상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은 이기적이며 결국 그의 '절반'은 본인을 위해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를 읽고 다른이와 잘 지내며 살아가기 위해선 어쩔수 없이 자신의 절반을 속여야 하는 세상에 그러나 그 절반을 감추고 나에게 잘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에 세상의 모순된 아름다움에나마 기쁨을 느낀다.
우리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오르게 해주는 시에요! 매일 매일 보는 엄마와 아빠니까, 늘 나에게 너무 잘해주시니까 잊고 있었던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어요. 풀에게는 풀여치가 있는 것이, 가을에는 갈잎이 있는 것처럼 엄마와 아빠가 늘 우리 주위에 있어 당연시 되었어요. 하지만 식물과 그 뿌리는 토양이 없으면 절대로 성장할 수도 살아날 수도 없듯이 식물뿌리처럼 가녀린 자식들이 따뜻하게 품어주는 토양같은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를 이 시를 통해서라도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시인이 의도한 내용과 일치하는 지는 자신 없지만 제가 이 시를 통해 느낀 것은 주위 사람 특히,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