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출처 : 김애란 소설집 , 『바깥은 여름』, 79-81쪽, 문학동네, 2017년.
김애란 │ 「노찬성과 에반」을 배달하며…
이 작품을, 고통과 선택 그리고 상실에 대한 소설이라고 읽는 것은 어떨까요. 찬성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입니다. 소년이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 옆 화단에 묶인 늙은 개를 발견했을 때, 저는 외로운 존재 둘이 서로를 알아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를 에반이라고 부를 때, 이제 소년이 조금 덜 외로워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에반은 큰 병에 걸립니다. 소년은 에반의 지독한 고통을 없애주려고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돈을 모읍니다. 소년의 그 슬픈 목표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소설이 마지막을 향해 치달아갈수록, 읽는 이는 안절부절 못하게 됩니다. 가장 낮은 곳에, 가장 작고 허약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어두운 고속도로 옆 갓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소년의 마지막 뒷모습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소설가 정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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