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Story of Your Life」 중에서
- 작성일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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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테드 창 소설집, 김상훈 옮김, 『당신 인생의 이야기』 , 160-162쪽, 엘리, 2016년.
테드 창 │ 「네 인생의 이야기 Story of Your Life」를 배달하며…
영화 <컨택트 Arrival>의 원작으로 유명한 소설입니다. 외계에서 온 헵타포드라는 종에게 지구의 언어학자 뱅크스 박사가 이쪽 언어(영어)를 가르쳐주는 장면이고요. 이 학자는 헵타포드로부터 저쪽 문자 또한 배웁니다. 처음 이 서사를 접한 뒤 ‘대체 이런 착상은 어떻게 하지?’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시에 많은 작가들은 알고 있지요. 때론 놀라운 구상을 하는 것보다 세부를 구축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요. 테드 창은 그 세부를 누구보다 믿음직스럽고 또 그럴 듯하게 만들어내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저는 이 소설에서 저 장면, 뱅크스 박사가 자신과 옆 동료를 가리켜 ‘인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좋아합니다. 너무 당연한 걸 진지하게 말해 그 자명함이 도리어 의아해지고 의미심장해지는 순간을요. 어떤 문장들은 이렇게 쉽고 밋밋한 말로 서사의 공기를 확 바꿔놓습니다. 인간. 인류가 그토록 오랜 세월 매달렸으면서 여전히 알쏭달쏭해, 조금씩 다른 이야기로 번번이 다시 경험해보려 애쓰는 단어. 오늘은 어쩐지 저도 뱅크스 박사처럼 거울 속에 제 모습을 가리키며 태연히 물어보고 싶네요. ‘저것은 무엇입니까?’ ‘정말입니까?’ 하고요.
소설가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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