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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 「외계로부터의 답신」

  • 작성일 2018-07-05
  • 조회수 5,966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강성은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강성은 |「외계로부터의 답신」을 배달하며…



나의 말이나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기까지 50년쯤 걸린다면 얼마나 곤란한 일일까요? 26광년 떨어진 별에 사는 외계인에게 그쯤 걸린다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보다 가까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멀어도 우리가 보낸 말들은 언젠가는 도착하긴 한답니다. 오늘밤 우리가 보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별빛도 200만 광년 전에 우리를 향해 출발한 거래요. 아무리 오래 걸려도 결국 우리에게 도달한다니 희망적인 기분이 듭니다. 문제는 이 은하의 어떤 별들은 우리가 그 별빛을 볼 때쯤이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죠. 100만 광년 전에 별의 생애를 끝마치고 먼지로 돌아가 버렸으니까요. 따듯한 마음이 이렇게 느껴지는데 그 마음의 주인이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 멀리 두지 말아야겠어요.

시인 진은영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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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0건

  • 우주미아

    내가 혼자라고 느껴지던 순간에도, 세상 일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순간에도, 무엇보다 내가 나를 받아들이기 어렵던 순간에도 우리는 이 넓디 넓은 우주에서 아주 오랫동안 그어진 선으로 공명하고 있었군요. 나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그리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당신께 호안 미로의 'Constellation: Awakening at Dawn'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답신을 제게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 2018-11-12 12:49:40
    우주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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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추

    직장생활을 할 때 무서웠던 순간은 참 조직생활 안맞구나 싶었던 내가, 대강 잘 맞춰줄 줄 알고 다른사람이 듣고싶은, 딱히 내 맘 아닌 반응 해주는게 편해진다는 거였다. 살기는 수월해지는데 진짜 내가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세탁기가 부르는 멜로디를 더이상 들을 수 없는 사람이 될까봐.. 피곤한 삶일 것이다. 세탁기가 부르는 노래까지 듣고살려면. 근데 그게 들리는 사람은 듣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세탁기는 세탁기로만 가방은 가방으로만 쓰는 그런 깔끔한 삶은 자기 것 아닌 예쁜 옷 입고 사는 삶 같다.

    • 2018-11-12 00:49:49
    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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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후추님의 단상이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세탁기가 부르는 멜로디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사람이 될까봐..'라는 표현이 후추님의 단상을 아주 잘 정리한 한 줄이라 생각듭니다. 저도 깔끔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에서 고뇌가 많았습니다. 그렇지 않은 삶은 거의 불가능하리만큼 어렵더라구요. 요즘 저는 점점 그 두 삶 중 깔끔한 삶쪽으로 타협해가고있는건 아닌지 무서운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척 하면서도 순간 순간 나를 드러내는 센스를 발휘하면 그렇게 자괴감은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적당한 줄다리기가 필요한 작업같아요.

      • 2018-11-12 10:55:35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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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상아

    '어떤 날에는 우주로 쏘아올린 시들이 내 잠 속으로 떨어졌다' 참 알 수 없는 일들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앞 뒤가 맞지 않는 일들이.... 내 인생으로 쏟아졌다. 꿈도 아닌데 꿈 같은 일들이 꿈처럼 많이 생겨서, 꿈 공부를 하러 다녔다. 꿈은 "신이 보낸 러브레터"라고 했다. 그 러브레터의 암호문을 푸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잤다. 틈만 나면 꿈을 꾸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나의 공간이 바뀌고 이제는 시를 만난다. 시의 언어들도 꿈의 언어들만큼이나 난해할 때도 많다. 꿈만큼이나 시도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시가 인간이 간절하게 쏘아올린 이야기라면, 꿈은 그에 대한 친절한 외계인의 답신이라니.... 참 재미있고, 아름다운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살짝 슬픈 이야기이다.

    • 2018-11-11 22:39:08
    푸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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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곡안개

    이 세상에서 제일 빠른 것은 무엇일까? 기차! 아니 비행기다. 비행기? 아니 총알이다. 총알보다 더 빠른 것은 무엇일까? 로켓이다! 로켓? 로켓 보다 더 빠른 것은 무엇일까? 빛! 정말 빛이 제일 빠르다. 빛이 제일 빠르다고? 글쎄? ~ 그럼, 빛 보다 더 빠른 것은 무엇일까? 있을까 없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사랑?...... 나?...... 너?........... 어떤 날은 한밤중 세탁기에서도 물소리가 흘러나오지. 흙 묻은 내 운동화가 하얗게 표백되어 나오는 소리. 어떤 날은 냉장고 속에서 배고픈 소리가 나기도하고, 어떤 날은 내 집 앞에서 항상 나와 대면하는, 새빨갛게 질린 단풍나무에서도. 어떤 날은 내가 읽은 시(詩)마다 사랑의 독이 묻어 있고, 나는 독에 취해 비몽사몽 죽어가지. 그런데 이상하지, 과음 다음날 속 뒤집히는 배를 움켜쥐고 다시는 독배를 들지 않겠다고 하고서는. 그런데 또 미쳐 스러지도록 사랑에 빠져 든다. 그럴때 마다 더욱 더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남자가 되어​.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병들어가고. 어떤 날에는 당시에게로 쏘아올린 생각들이 내 꿈속으로 떨어져 내가 된다. 어쩌면 이것은 외계로부터의 답신. 내가 보낸 것에 대한 나의 입장입니다

    • 2018-11-11 19:55:49
    계곡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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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곡안개

      사람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그래서 불완전하여 누군가를 찾는다.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있고, 마지못해 동호회라도 가입을 하고, 이것도 저것도 여의치 않으면 반려동물이라도 찾는다. 그런데 잘 찾지를 못한다. 아니, 찾을수록 꼭꼭 숨어있다. 그래서 나는 숨바꼭질을 한다. 어디 어디 숨어 있을까? 하지만 나는 숨바꼭질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숨은 그(그것)를 항상 생각 한다. 이럴 때는 외계로 향하여 내 생각을 쏘고 싶을 심정이다.

      • 2018-11-11 23:03:21
      계곡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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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lm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든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가 된다는 건, 그만큼 아프고 병들어가는 것이라고 시인은 이야기한다. 참으로 이상하지.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친구들과 토로할 때 우리는, 누렸던 즐거움과 희열만큼 아픈 거라고, 강렬히 좋았던 그만큼 강렬히 고통스러운 거라고 결론을 내렸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타이레놀을 까먹으며 더 먹어도 되나 어떻게 더 참아야 하나 고민할만큼 머리가 지끈거리는 내 상태도 이해가 된다. 그럴만도 하지. 그간 얼마나 신이 났었나. 세탁기, 냉장고, 가방, 변기에서만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었던 게 아닌 걸. 맨밥을 먹어도 달콤했었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얹혀진 뜨끈한 와플과 마쉬멜로우를 띄운 진하디 진한 핫초콜렛과 상큼한 딸기 크레이프를 맛보고 있는 그런 기분이었지. 왜 이렇게 좋고, 또 왜 이렇게 아픈걸까. 그게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 그런 걸지도 몰라. 우리의 몸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함께 들이마시고 내뱉지만, 나의 세계와 너의 세계는 26광년 떨어진 다른 차원의 세계일지도. 그래서 나의 말이 너에게 바로 가 닿지를 못하고, 너의 말이 나에게 올곧이 해석되지 않지만, 중요한 건 나는 너에게 시를 쏘아올렸고, 너도 너의 언어로 내게 답신을 보내고 있다는 것. 우리는 이 알 수 없는 나날들을 이어가고 싶다는 것. 이토록 이상한 서로의 시와 답신들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는 것.

    • 2018-11-11 17:01:46
    b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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