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547회 : 이수명 시인의 물류창고 편
목록

문장의 소리 제547회 : 이수명 시인의 물류창고 편


인터넷 문학 라디오 <문장의 소리>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560여명의 초대손님이 다녀갔습니다. 연출과 진행, 구성 모두 현직 작가이며 2018년도는 소설가 조해진, 해이수, 시인 정현우가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를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조해진(소설가)
진행 해이수(소설가)
구성작가/로고송 정현우(시인)

 
ㅇ 코너
  – 작가의 방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책들의 방 : 책을 둘러싼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 책을 소개합니다 : 첫 책을 발간한 작가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작품을 소개합니다.


 



 


오프닝 : 김선태 「내 속에 파란만장」


 


 


 


<로고송>


 


 


 


1부 <작가의 방> / 이수명 시인


 

    이수명 시인은 1994년 작가세계로 데뷔하였으며 시집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마치』 등이 있습니다. 최근 새로운 시집 『물류창고』가 출간되었습니다. 이수명 시인의 작가의 방은 후배 시인 이재훈 님과 함께 합니다.

Q. DJ 해이수 : 이수명 시인님은 등단한 지 25년이 되었는데 이번에 나온 시집 『물류창고』를 묶으면서 어떤 생각을 많이 하셨나요?

A. 일곱 번째 시집인데요, 시집 묶을 때마다 '뭐가 좀 달라졌나?', '예전과 다른 시도를 하고 있나?'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는데 언제나 조금씩은 달라져 있는 것 같긴 해요. 일곱 권이 다 조금씩 달라져 있는데, 어떠한 중요한 변화를 하고 있다든지 그런 것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의미는 잘 모른 채 '조금 다른 춤을 추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예전에 비해서 변하는 것 같긴 한데 이게 어떠한 길로 나아가는 건지 그 의미를 캐치하는 것까지는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어제 했던 얘기보다 오늘은 말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진 것 같고, 이번에는 좀 더 편해진 것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말하는 게 좀 자유로워진 것 같긴 한데, 이게 정말 자유로워진 건지 예전과 어떤 방향이 달라진 건지는 제가 판단하기가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Q. 『물류창고』라는 시집 제목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A. 길거리나 지방을 가다보면 물류창고라고 써진 컨테이너 박스 같은 건물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 연작을 쓰던 초기 무렵에 보니까 서울에서도 그런 것이 상당히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대부분 크고 세련되지 못한 조립식 건물 같은 데에 '물류창고', '의류 물류창고' 같이 다양한 상품의 물류창고라고 쓰여 있는데, 그 물류창고라는 말의 '물류'라는 것에 상당히 흥미가 돋고 재미를 느꼈어요. 왜 그런가 하면 제가 옛날부터 사람보다는 사물에 대한 시를 많이 썼거든요. 그래서 초기 시들에서도 사람의 정서나 생각, 판단보다는 사물에 다가가고 집중하는 것들을 더 많이 쓰고 그런 성향이 좀 있었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사물의 현상학, 사물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쪽으로 많이 쏠리는 제 성향이 물류창고라는 제목으로 집약된 경우라고 볼 수 있고요. 약간의 변화가 있다면 예전에는 주변 시인들이 제 시에 사람이 별로 안 들어 있다고 해요. "아 당신 시에는 사람이 없어" 이랬는데 이번 시집엔 사람이 많이 있거든요. 근데 사람도 물류 속에 같이 놓여 있는 거죠. 그래서 사람도 물류와 같이 배치되어 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그리고 있어서 사람이 나오긴 나오는데 사람의 정서나 사람의 판단이 사물을 좌지우지하기보다는 '사물 옆에 같이 있는 사람' 그러니까 '물류처럼 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집약된 그런 공간으로 물류창고 라는 제목을 쓰게 된 것 같아요. 거리에 가다보면 물류창고가 많이 있어서 친숙하기도 하고 또 물류창고라는 말을 제목으로 잡았을 때 여기에 포함될 수 있는, 들어올 수 있는 여러 사물이나 사람의 이야기들이 풍부하게 가능한 것 같아서 앞뒤의 수식어나 치장하지 않고 이 제목으로 단순하게 잡아봤습니다.

 

 

Q. 열 편의 「물류창고」를 쓰시면서 시의 번호를 제거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출석번호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특별히 기억나는 출석번호들이 있어요. 줄을 잘못 선다든지 앞에 서고 싶었는데 뒷번호를 받았다든지 이랬던 기억들이 있는데 번호를 매긴다는 것은 줄을 세우는 혐의가 있는 것 같아요. 줄을 세워보지 않으려고 그냥 번호를 붙이지 않은 것이에요. 사실 번호가 없기 때문에 제목만으로는 어떤 물류창고인지 모르도록 해서 이 작품들이 빙글빙글 돌아다니길 바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어떤 1연과 다른 물류창고의 3연이 만나기도 하고, 어지럽지만 주저 없이 서로 만나고 같이 있기도 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동일한 제목 하에 다른 연속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한편 보면 같은 이야기 같기도 하고 또 한 편 보면 완전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비슷하고 동일한 것과 낯설고 다른 느낌과 이미지들이 그냥 같이 놓여 있으면 어떨까, 그런데 만약 이걸 번호 속에 집어넣으면 어떤 하나의 그릇 속에 다 넣는 거니까 그 그릇을 좀 없애보자, 이런 생각으로 시도를 해봤어요. 그런데 만약에 이 열 편을 그냥 앞에서부터 뒤까지 배치를 해버리면 좀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물류창고라는 제목을 갖지 않은 다른 시들을 끼워넣어 보자 해서 중간 중간에 배치를 한 번 해봤어요. 물류창고와 물류창고 아닌 시, 다시 물류창고, 물류창고 아닌 시… 이런 지그재그 배치를 통해서 물류창고와 물류창고가 너무 붙어 있지 않게, 그러니까 너무 붙어서 서로의 접점을 숨김없이 찾게 되는 게 아니라, 좀 떨어져 있어서 떨어졌다 만났다 하는 그런 리듬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약간의 거리를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다른 시들을 사이사이에 넣는 방식을 한 번 택해봤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문장들>


    이수명 시인은 열 편의 「물류창고」중에서 첫 번째 「물류창고」를 읽습니다. 이 시는 이수명 시인이 2014년 『마치』를 내고 제일 처음 쓴 「물류창고」입니다. 대부분의 시는 한 편 쓰고 나면 그 시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처음 쓴 「물류창고」는 고갈되고 해갈되지 않는 기운이 남게 되었기에 같은 제목의 시를 계속 쓰게 된 시초가 되었다고 얘기합니다.
    이재훈 시인은 시집 『물류창고』에 여섯 번째로 실린 「물류창고」를 읽습니다. 마지막 두 문장과 화자가 계속 말을 주고받는 부분들이 좋아서 이 시를 골랐다고 말합니다.


 


 


 


<사운드 앤 스토리>


    이수명 시인이 가져온 소리는 러시아의 현대음악 작곡가 소피아 고바이둘리나(Sofia Gubaidulina)의 바얀,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실린치오(Silenzio)"라는 곡의 1악장입니다. 이태리어로 침묵이라는 제목의 이 곡은 무겁고 가라앉아 있고 내면에 있는 것이라 생각되는 침묵이 실은 우리의 존재 밖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합니다. 또, 침묵이란 사실은 우리가 캐치하지 못하는 날카로움을 갖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하고 들었을 때 사로잡는 느낌이 있어서 이 음악을 골랐다고 설명합니다.


 


 


 


2부 <책들의 방>/ 시인이자 편집자 최지인, 백상웅 2


 

 

   책들의 방 두 번째 시간은 가장 사랑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백상웅 시인은 소설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르부아르』, 최지인 시인은 최근에 출간된 김선재 시인의 시집 『목성에서의 하루』에서 「남은 것과 남을 것」을 읽습니다.

Q. 읽어주신 소설의 첫 부분이 백상웅 시인에게 유독 강렬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A.백상웅 시인 : 저는 문장을 읽으려고 하니 피에르 르메트르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 작가를 되게 좋아하는데, 이 작가는 문학 강좌를 하다가 55세 때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스물 몇 개의 출판사에서 다 거부당하고 처음 낸 소설이 추리문학상을 수상을 했어요. 그 뒤로 유럽에 있는 추리문학상은 다 받고 처음으로 쓴 이른바 순문학 소설인 『오르부아르』로 공쿠르 상을 수상한 거죠.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본격문학에서도 일가견이 있는 그런 작가예요. 이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처음 읽자마자 그 두꺼운 책을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어요. 이 첫 장면이 흡입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 시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최지인 시인 : 저는 "사랑했던 날들을 지나 사랑한다 말한다."라는 구절이 오래 남았습니다. 저도 되돌아보면 사랑했던 날들이었는데도 그땐 그걸 몰랐던 순간들이 많았는데요. 뒤늦게 깨달아봤자 그 순간들이 이미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럼에도 화자가 말하는 부분이 저는 좋았거든요. "남을 것만 남았다"라고. 그래서 그 남은 것들이 무엇일까, 남을 것들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시였습니다.

 

 


 


 


<첫책을 소개합니다>/ 유순예 시인의 『호박꽃 엄마』



 

Q. 시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제가 전라북도 진안의 고추 농사를 짓는 농부의 딸이다 보니까 제가 태어나고 자란 농촌 풍경에 들어가는 게 예를 들어서 호박고구마라든가 더덕, 몸빼, 인삼막걸리, 보름달, 고추, 이런 것들이에요. 특히 우리 할머니가 무당을 하셨는데 아버지가 무녀의 아들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일들과 태평양 전쟁 때 희생당했던 외할아버지가 일제시대 때 징용을 당해서 고아로 컸던 우리 엄마의 삶, 엄마가 농사가 지으면서 살아갔던 이야기가 있어요. 또, 83년도에 제 딸을 아이의 아빠가 몰래 입양을 보내서 32년 만에 찾은 딸을 만난 이야기 등,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은 시집이에요.

 

Q. 시를 안 쓰면 어떤 일을 하세요?

A. 제가 시를 쓰지 않으면 거의 붓꼬리잡고 붓글씨 연습해요. 제가 시 써놓은 것들을 쓰는데 먹물 풀어서 정통 붓글씨는 아니고 '캘리그라피'라고, 그 글씨를 씁니다. 제가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까 붓을 잡으면 조용하게 앉아서 제 나름대로 붓글씨 수행을 해요. 또 시가 오지 않을 때는 남들이 보내온 시집도 읽어보고, 시가 오면 메모해 놓았다가 시를 써요.

  

 


 


 


문장의 소리 547회는 팟빵과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구성 : 박정은(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목록

첫번째 댓글을 올려주세요!


Flyhigh
12 일 17 시 전

방송 한 편을 한 번 로그인으로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요?ㅠ.ㅠ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최지인 시인께서 시 낭독하실 때 배경음악으로 깔린 곡 이름을 알고 싶어요…그렇다고 시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운드트랙에 유난히 꽂히는 날이 있잖아요. 날도 흐리고..음악이 듣고 싶은 오늘이네요. 늘 편안한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 갑니다.

wpDiscu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