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클로로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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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클로로포름」을 배달하며…

 

 
    우리는 정신 차리고 똑바로 걸으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단테는 『신곡』의 천국편에서 철학자 아퀴나스의 입을 빌어 다르게 말합니다. “부디 ‘네’와 ‘아니오’를 앞에 두고 가늠하다 지친 사람처럼 느리게 움직이도록 당신 발에 추를 달기 바랍니다.”* 삶이 던지는 물음 앞에서는 성급한 긍정과 부정을 내려놓고 지친 사람처럼 걸어보세요. 그렇게 걸으며 사물과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은 연기처럼 풀리며 내 속으로 스며들 거예요.
    시인은 우리에게 견고한 세계를 기화시키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 같습니다. ‘잠시라도 클로로포름에 취한 듯, 긴장을 풀고 움직여 봐. 그리고 천천히 둘러봐. 그러면 의식의 습관이 깨어진 틈 사이로 당신은 처음 보는 미소와 푸른빛을 만나게 될 거야.’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3』, 박상진 옮 옮김, 민음사, 2013.
 
 

   시인 진은영

 

작품 출처 : 송승환 시집, 『클로로포름』, 문학과 지성사, 2011.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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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thoughts on “송승환, 「클로로포름」

댓글
  1. 당신, 꽤나 자주 내 꿈에 방문했답니다.
    맨발로 걷는 길에 보석 같은 유리조각으로.
    데이트 나서는 현관에 신발 한짝을 감추러.
    어떤 날은 빽빽한 스케줄 채워진 복도에 나타나
    내 모든 일정을 취소하게 만들었지요.
    지난 모든 것 실수였다고. 그런 쓸데없는 말을 왜 했나요?

    깨지 않으려 그렇게 조심해도 꼭 깨고야 말더군요
    나는 한참 가슴팍에 이불을 꼭 누르고 눈만 깜박였습니다
    그런날은 비틀비틀 걸었습니다

    1. '당신'이 아무 것도 못 하게 만들었군요. 유리조각은 맨발에 많이 아팠을텐데, 신발이 없어 데이트에 나갈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을텐데, 일정을 취소하면 후추님이 곤란했을텐데도 지난 모든 것이 실수였다라는 말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던가요? 그래서 깨고 싶지 않으셨나요? 평소에도 눈을 깜박 깜박 하시는 귀여운^^ 후추님의 모습에서 시 속의 모습 또한 쉬이 그려졌습니다. 비틀비틀 걸었다는 마지막 말에서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그 '당신'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네요.

  2. 마취제가 정맥주사관을 통해 들어오는 순간, 혈관을 타고 온몸이 마비되는 느낌이 퍼지면서 내 정신은 순식간에 아득한 곳으로 떨어진다.
    지난 목요일에 수술을 받았는데, 시인의 시는 수술대에 누워서 마취를 하고, 기억을 잃을 때까지의 내 모습을 너무 생생하게 떠올리게 했다. 몇 초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수술실 밖에서 나보다 더 긴장하고 있을 가족들의 얼굴도 떠오르고,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고생했던 지난 몇 달동안의 내 모습도 스쳐 지나갔다.

    이 시를 읽으면서 영화 엑스맨의 퀵실버가 떠오르기도 했다. 총이 발사되는 찰나의 순간에도 퀵실버는 자신만의 속도로 많은 것들을 경험한다. 가끔은 남들과는(또는 평소의 내 모습과는) 다른 속도로 세상을 들여다 보는 것도 꽤 재미난 것 같다. 난 어떻게 하면 다른 속도를 가져볼 수 있을까?

    1. 햇살토끼님, 수술 잘 마치셨는지 안부 묻습니다.. 저도 마취는 해봤지만 햇살토끼님보다 더 금방 아득한 곳으로 떨어졌는지, 이 시에서 미처 마취했을때의 저를 떠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성인이 되서 수술대에 누운 적도 없군요. 있었다면 저도 긴장됐을테고, 밖에서 나보다 더 애가 타고 있을 가족들의 얼굴도 떠올랐을테고, 고생하는 내 모습에 울컥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수업시간에 직접 안부를 여쭤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엑스맨: 아포칼립스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퀵실버가 귀여운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햇살토끼님의 글을 보니 자신만의 속도 그 독특함때문에 귀엽다고 생각한 것 같네요. 자기만의 멋이 때론 엉뚱하게도 보이니까요. 그러나 천재적인 엉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만의 속도를 갖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그렇게 살고자 카톡 상태명도 '내 인생은 내 멋대로'라고 짓기도 했습니다^^ 나만의 스타일로 살고 싶지 않나요? 햇살토끼님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자신의 생각을 많이 알게 되면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생각이더라도 그러기 쉬운 건 아니지만요. 햇살토끼님의 방법도 공유받고 싶네요.

  3. 몸에 힘을 쭉 빼고 물 위에 가만히 누워있을 때 전해지는 느낌. 물의 출렁임에 맞춰 몸의 부분들은 제각각 흔들리고 오로지 하늘을 향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오롯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태양 빛의 온도. 내 의지를 몸의 어디에 싣는 순간 깨지는 균형. 온전한 내어맡김으로 나의 무게로부터 해방되는 순간. ‘입술에서 흘러나온 미소가 감기는 내 눈동자에 맺힘’을 느낀다.
    유리빌딩으로부터 걸어나온 발걸음이 향하고픈 방향은 제 몸을 띄워줄 수평선이 있는 곳. 보일 듯 말 듯 가리워진 길을 더듬더듬 따라 걷는다.

    1. 오! 이런 느낌을 떠올리시다니! 공감만빵이네요^^ 그런데 뭐 하나가 빠진 것 같은데요?^^ 물 위에 누워있으면 귀에 물 들어오잖아요ㅎㅎ 물 속으로 잠기면 내 귀는 청각을 잃는다^^ 추가합니다! 저는 물을 좋아해요. 목까지 물에 잠겨 있을 때의 그 따뜻함, 평온함이 좋습니다. 그래도 물 위에 누워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온전히 내어맡기다가도 순간 치솟는 불안감으로 자연이 주는 균형은 깨지고 제 무게는 저를 다시 덮치기도 합니다. aperto님은 온전히 내어맡김을 하실 수 있는 분이기에 이 글을 쓰실 수 있었다고 추측해봅니다. 여유가 느껴지네요. 그 여유에서 흘러나오는 입술의 미소가 상상됩니다. 마지막 말에서의 더듬더듬도 답답함이 아닌 여유로움, 천천히, 자연스러움이 느껴져요.

  4. 술을 마시면 세상이 달라 보이기도 한다. 때론 있는 그대로 보일 때도 있다. 나만의 현상학일지도 모르지만……. 우린 깨어 있으므로, 아니 현실적 자아가 작동하므로 그 본질을 보지 못하고 내가 보는 것이 진리인 냥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환희에 차고, 불안하고, 충만하고, 질투하고, 연민에 싸이고, 갈구하고, 아름답게 보이고, 추하게 보이고, 사랑하고, 절망하고, 의미를 만들고 그리고 죽어갈지도 모른다. 죽어가는 것도 죽어 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빛이 투과하는 실상은 있지만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유리 빌딩 속에서 연기처럼 흐느적거리며 걸어 나오는 사람들이 무의미하게 사라진다. 우리의 뇌에서 맺히는 영상들이 들이 마시고 내쉬는 숨의 리듬에서 떠오른다. 공기 속에서 듣던 내 귀가 크로로포름에 취하듯 잠겨 청각을 잃는다. 모든 사물과 동작들이 크로로포름에 녹아 증발한다. 붉은 뺨은 등을 돌린 가치와 의미를 날려 버린 곳에 태초의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간다. 그 곳에 재발견된 순수는 머리카락 날리듯 천천히 휘날린다. 감기는 내 눈동자에 맺히는 내 입술에서 흘러나온 미소. 나는 내 입술을 본다. 내 입술은 내 눈동자다. 내 눈동자는 내 입술이 아니다. 내 입술이다.

    하늘은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런데 푸른빛이 아니다. 붉은빛이다. 아니 검다, 아니 희다. 그런데 푸르다. 푸른빛으로 어두워지고 있다. 하늘은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다.

    크로로포름은 나를 녹인다.

    1. 죽어가는 것도 죽어 가지 않을 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이 참 인상적이네요. 몇 년 전, 저희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저는 이상했습니다. 몇 일 전까지 분명 내 눈으로 보였던 사람이 한 순간에 이 세상에 없어졌다는 사실이 이상했습니다. 그런 사실이 존재하는 것이 맞나, 아닌가, 틀린가, 누가 지어낸건가, 그럴 수 있는건가, 아니야, 그런 건 없어, 내 속에 살아있다고 믿으면 그건 살아있는거야, 혼란스러웠습니다. 계곡안개님의 말씀대로 죽어가는 것도 죽어 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판단하는 게, 이 우주에서 맞는 것인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요..

  5. 사람이 사람에게 퐁당 빠지면 이런 기분일까. 나는 이런 기분을 느껴보았나. 이 시는 내게 20살 첫사랑의 이야기와 같이 다가온다. 넋이 나간 아름답고 순수하지만 가슴 속엔 맑은 열정을 가진 청년의 모습이 연상된다. 숨은 들이마시고 내쉬어야 한다. 그리고 내쉴 때 움직여야 한다. 내쉴 때 그녀가 떠오르는 것처럼. 시 속 인물은 마취제에 마취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떠올리고', 청각을 '잃고', 등을 돌리고 '내보이고', 눈동자에 '맺힌다'. 조용하게 계속 활동한다. 조금씩 조금씩..한걸음 한걸음.. 그 움직임이 내게는 더욱 건강하고,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사랑이 이런 기분일거야.. 사랑하고 싶다.

    # 유리 빌딩 # 풀려나간다 # 내쉬는 # 물 속으로 잠기는 내 귀는 청각을 잃는다 # 내보인 # 천천히 # 흘러나온 # 맺힌다

  6. 시를 읽으며 의식 저 아래로 침잠해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한없이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는 모습, 그 사람과의 이야기를 가슴에 묻고 눈을 감는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죽음이 두렵다.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은 어떨까? 요즘 들리는 사건 사고가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병원 환자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안을 일으킨다. 그러다 어차피 살아가다 한번은 반드시 마주할 일이지 생각하면 담담해 지기도 한다. 위내시경 준비를 하며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침대 옆으로 긴 창이 있고 하늘과 구름이 보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보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떠날땐 이런 편안한 상태면 좋겠다 , 그러면 떠나는 날이 덜 무서울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시에서 의식을 잃어가는 모습을 떠올렸지만, '의식의 습관이 깨진 틈 사이로'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바쁘게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에서 잠시만 벗어나보자. 취한듯 긴장을 풀고 '의식의 습관이 깨진 틈 사이로' 스며들어가 보자. 깊은 내면의 나와 닿아보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때 더 나다운 나를 만나게 될 것 같다.

  7. #1
    오전 11시 45분.
    잠이 부족한 날이나 마음의 에너지가 소진된 날 점심시간에는 마치 약속이 있는듯 서둘러 사무실 빌딩을 빠져 나와 스타벅스 2층으로 향했다. 통유리 창밖을 바라보게 배치된 1인석은 인기가 많은 자리라 조금이라도 지체해서는 안된다. 뜨거운 차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의자에 150도 정도로 걸터 누워 오리털 패딩을 내 몸 위에 덮고, 뜨뜻한 보온 물주머니를 품에 안은 채 잠을 잤다. 30분 정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10분 쯤은 실제로 잠에 빠지는 것 같고, 나머지 시간에는 창밖에서 쏟아지는 정오의 햇살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떴다 했다. 아린 심장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유리 빌딩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이 대기 속으로 풀려나간다.’ 라는 구절은 12시 즈음 건너편 빌딩에서 사람들이 쏟아졌던 모습을 연상케 하여 나를 그 겨울날의 나른함으로 인도했다.

    패딩 모자를 얼굴 끝까지 덮으면 카페의 소음보다 내 숨소리와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 패딩 안에서 나는 일이 아니라, 상사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챙겼다.

    12시 30분이 지나면 스타벅스는 여느 고등학교 점심시간을 방불케 할만큼 시끄러워지고, 그 번잡함 속에서 나도 나만의 시간을 마무리하기 시작한다.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차를 마시고, 빵을 먹는다. 핸드폰으로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들고온 책을 한두줄 읽고, 밀린 핸드폰 메세지를 확인한다. 그렇게 카페를 나와 사무실로 돌아가는 짧은 길, 공기는 차갑지만 햇살은 따스하다. 그 때 바라본 하늘은 그저 푸른게 아니라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다’는 표현과 어울린다.

  8. #2
    수면제가 담긴 유리병 뚜껑을 열고 그 향을 맡아본 적은 없지만, 매년 위내시경 검사를 위해 마취 주사 바늘을 팔에 꽂아야 했다. 나는 마취에 취해 정신 없이 자는 그 느낌이 좋아 일부러 극도로 바쁘고 피곤한 때에 건강검진 예약을 잡기도 했다. 마취에 깨어난 뒤 간호사분께 ‘마취 주사는 언제 맞나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쉽게 마취에 빠지는 편인데, 잘 일어나지는 못해 조금 더 누워있도록 권유받곤 했다. 이렇게 깰듯 말듯 잠에 취해 있을 때 나는 날개를 다친 아기새가 된 듯한 기분에 약간은 울컥한, 감성적인 모드가 된다. 이 때 간호사분의 부드러운 돌봄이 너무 따뜻하게 다가와 ‘평생 따뜻한 일을 하는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야지’ 야심 찬 마음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9. 무서운 속도

    장만호

    다큐멘터리 속에서 흰수염고래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죽어가는 고래는 2톤이나 되는 혀와
    자동차만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내레이터는 말한다
    자동차만한 심장,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도 있는 심장.
    나는 잠시 쓸쓸해진다.
    수심 4,821미터의 심연 속으로 고래가 가라앉으면서
    이제 저 차속으로는 물이 스며들고
    엔진은 조금씩 멎어갈 것이다. 그때까지
    마음은 어느 좌석에 앉아있을 것인가.
    서서히 죽어가는 고래가
    저 심연의 밑바닥으로 미끄러지듯이 가 닿는 시간과
    한 번의 호흡으로도 30분을 견딜 수 있는 한 호흡의 길이
    사이에서, 저 한없이 느린 속도는
    무서운 속도다. 새벽의 택시가 70여 미터의 빗길을 미끄러져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를 무서운 속도로 들이받던 그 순간
    조수석에서 바라보던 그 깜깜한 심연을,
    네 얼굴이 조금씩 일렁이며 멀어져 가고
    모든 빛이 한 점으로 좁혀져 내가 어둠의 주머니에
    갇혀가는 것 같던 그 순간을,
    링거의 수액이 한없이 느리게 떨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지금 가물거리는 의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마음아, 너는 그때 어디에 있었니
    고래야, 고래야 너는 언제 바닥에 가 닿을 거니

    '심연의 바닥으로 떨어져버리고야 말때,
    등을 돌리고 내보인 내 왼쪽 뺨도 붉어지기를.'

  10. 소감을 올리는 마감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미루다 겨우 몇 자 적고 있다. 시가 도저히 읽히지 않는다. 다른 시인님들의 감상에서는 동감할 수 있는 것이 이 시로 돌아오면 여지없이 멈춰버리고 만다. 술에 취한, 잠에 취한 내 모습을 떠올리며 시에 닿으려 노력했지만 그건 지금의 나의 마음에서는 진실하지 않은 것 같다. 전신마취하고, 수면 내시경 경험도 있지만 완전히 의식의 상태에서 완전히 비켜나는 것이니 이 시의 느낌과는 또 다른 것 같다. 뭘까…. 나는 이런 상태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은채 내게 침투하는 것들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건 아주 오랜 전 겪은 일로 인해 생긴 내 몸의 반응이다. 내 몸은 잊지 않고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11. 처음에는 클로로포름이 물에 빠져 말하지만 잘 들리지 않는 것을 꼬르륵 꼬르륵 처럼 표현한 의성어인 줄 알았습니다. 아이 시를 읽으면서 클로로포름이라는 것에 대해 궁금하여 찾아보면서 수면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클로로포름에 취하면서 내가 사랑한던 임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됩니다. 그녀의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그녀만 보면 긴장하게 되어 들리는 모든것이 차단되는 것을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마치 물 속에 빠진 것처럼. 그리고 귀먹어리가 된 것 처럼 웃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보며 풋풋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녀와 얘기하고 싶지만 차마 꺼낼 수 없는 제가 처음 클로로포름에 대해 생각한 것 처럼요.

  12. 마취제가 정맥주사관을 통해 들어오는 순간, 혈관을 타고 온몸이 마비되는 느낌이 퍼지면서 내 정신은 순식간에 아득한 곳으로 떨어진다. 강력한 마취제에 내가 정신을 잃는 것과 그녀를 보았을 때의 경이로움이 비교가 되어서 느껴지는 것 같다. 삭막하고 어지로운 세상 속에서 나의 희망이 되는 존재인 그녀 덕분에 행복감을 느끼는 화자를 보아서 좋았다. 힘든 일들, 견디기 힘든 시기를 견디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화자의 모습이 겹치면서 희망의 존재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느꼈고 앞으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클로로포름 같이 중독성 있는 목표를 생각하면서 희망적이고 도전적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13. 사람들이 들이고 내쉬는 숨에서 그녀가 떠오른다는 것은 떠나버리거나 이별을한 임을 생각하면 그리워하는 시적화자의 비애와 슬픔이 내 마음 속에 잘 와닿는다. 그리고 시적화자가 얘기하고 있는 대상이 꼭 사람한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한테 말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인상적인 점도 있다. 사람들의 숨속에서 '그녀'가 떠오르는 후에 여러 현상들을 마주하면서 클로로포름이라는 마취제에 잠이들어 꿈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일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꿈속에서 하는 행동들이 모두 임을 그리워하는 시적 화자의 마음이 드러난 것 같다. 나도 이 시를 보고 나서 잠시나마 꿈속에서 내가 그리워하던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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