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인, 「종이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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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종이 상자」를 배달하며…

 

 
    제가 존경하는 철학자 한 분은 부엉이 목각인형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으세요. 부엉이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새입니다. 그래서 철학자들의 새로 알려져 있지요. 선생님 서재에서 여러 나라의 예쁜 부엉이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에세이스트 데이비드 실즈의 말이 떠오릅니다. “지혜는 없다. 많은 지혜들이 있을 뿐이다. 아름답고 망상적인…”*
    여행 중인 지인분들이 이국의 작은 골목 가게에서 부엉이 인형을 발견할 때면 당신 생각이 난다며 꼭 사들고 오신대요. 선생님은 부엉이도 좋지만 먼 곳에서 당신을 떠올리며 가져온 그 마음이 더 좋으시다고.
    한 사람을 위해 먼 곳에서부터 긴 시간을 달려온 마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잔디밭에 풀이 있는 여름을 지나, 그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을 지나, 무수한 모양으로 구름들이 흩어지는 모든 계절을 지나 당신을 찾아온 마음이 있어요. 종이 상자처럼 찢기기 쉬운 것을 오래도록 들고 온 마음. 그런 내 마음을 당신도 알지요?
 
*  데이비드 실즈,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김명남 옮김, 책세상, 2014.
 
 

   시인 진은영

 

작품 출처 : 김경인 시집, 『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 민음사. 2012.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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