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 교코, 『시간을 달리는 노파』 중에서
- 작성일 2018-11-01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1,279
나카지마 교코│『시간을 달리는 노파』를 배달하며…
다케 씨는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흔 넘은 노인이에요. 어쩌다 4대가 모여 살게 된 집에서 친딸 하루카의 돌봄을 받으며 살고 있는 할머니지요. 다케 씨는 이따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 그때마다 무한 반복하는 얘기가 있나 봅니다. 바로 평생 함께 한 자신의 딸이 친딸이 아니라는 거지요. 정말이냐고요? 아니요. 다케 씨의 착각입니다. 그런데 그 혼동의 이유가 조금 아름답습니다. 그 혼란은 언젠가 ‘딸 손인 줄 알고 잡았다 놓친 다른 아이의 손’을 오래 복기하다 생긴 혼란이니까요. 연인이든 가족이든 전쟁 중 나와 가까운 이의 손을 놓친 서사는 드물지 않지요. 그렇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의 손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 않습니다. 다케 씨는 위대한 사람도 영웅적 인물도 아니지만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잠시 비치는 영혼 일부로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나약하고 또 평범한 인간이 살면서 잠시나마 숭고해지는 때가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다른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라고 묻는 순간이 아닐까? 라고요.
소설가 김애란
작품 출처 : 나카지마 교코 장편소설, 승미 옮김,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134-136쪽, 예담, 2016.
|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