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순, 『조선 공산당 평전-프롤로그』 중에서
- 작성일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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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순│『조선 공산당 평전-프롤로그』를 배달하며…
각기 다른 이유로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잘 조명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몇 사람의 평전이라기보다 한 시대의 초상처럼 보이고요. 그 얼굴을 그리는 붓 선이 호쾌한 듯 복잡해, 당시 운동가들의 국제 감각이랄까 상상력의 스케일에 어안이 벙벙해지다가도, 종래에는 신념을 위해 무언가 지불한 사람들, 너무 일찍 죽은 청년들의 눈동자를 오래 들여다보게 됩니다. 제겐 ‘이념’이라기보다 ‘이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읽히고요. 어느 시대나 그런 걸 품은 사람들이 있지요. 그들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경이와 연민 그리고 보다 너른 감정이 있고요.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맥 짚듯 따라 읽고 나면 저 ‘아무 말도 묻지 않는’ 태도가 어떤 건지 어렴풋 깨닫게 됩니다. 무언가를 목격한 이들이 지키는 침묵 또는 예의랄까요. 그게 의심이든 방어이든 혹은 간명하고 깊은 이해든 우리 현대사가 민초들에게 만들어준 또 하나의 태도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기서는 무뚝뚝한 존중 혹은 통달처럼 보이지만요.
소설가 김애란
작품 출처 : 최백순, 『조선 공산당 평전』, 28-29쪽 , 서해문집,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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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건
문학에 정치적이다. 아니다.라는 잣대를 대는 순간, 그것은 검열의 시작입니다. 또한 이 세상 모든 좋을 것을 독점하려는 나쁜 정치인에게 시민의 상상력을 절단시키는 단두대를 주는 행위입니다. 이 세상 정치적이지 않는 게 어디에 있을까요.
이 책을 보지 않은 사람으로 이 댓글을 쓰는 일이 옳은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요즘 문학집배원님의 글을 보면서 어쩐지 정치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굳이 로그인합니다. 문학이 시대상, 개인의 사상을 반영할 순 있겠지만 편향된 일부의 논리를 위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문장으로 문학으로 즐겁게 문학편지를 받아보던 예전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