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목, 「작은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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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목 │ 「작은 주먹」을 배달하며…

 

    꽃멍울을 닮은 주먹이다. '야물딱지게' 꽃을 움켜쥐었는데도 꽃잎 한 장 다치지 않는다. 분노와 적의, 치욕에 부르르 떨거나 무슨 대단한 결의에 차서 쥐는 주먹만 있는 줄 았았더니 주먹에서도 꽃이 피는구나. 손가락을 부드러운 감촉의 꽃잎이 되게 하는구나. 주먹을 쥐려면 이런 향기로운 꽃주먹을 쥐어야지. 세상에서 익힌 언어들에 지쳤을 때, 함부로 내뱉는 언어들에 상처 입고 가슴앓이를 할 때, 아기의 말을 배우자. 아기와 엄마가 말 없이도 교감하고 소통하듯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자. 이제 막 도착한 이 여행자는 비록 울음과 웃음밖에 모르지만 온몸으로 '최초의 언어'이다. 생명의 비밀과 기쁨을 간직한 채 잠든 아기들을 위해 그리하여 나같은 음치들도 자장가를 부른다. 잃어버린 노래를 되찾는다. 뿐인가. 기원의 기억을 상실한 사람들을 위해서 아기들은 '아무것도 없'는 주먹 속의 무한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한다. 그 앞에 서면 내 주먹이 부끄러워진다.

 

시인 손택수

 

작가 : 정종목

출전 : 정종목 시집, 『어머니의 달』, 실천문학사,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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