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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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를 배달하며…

 

    빨래는 한낮의 따가운 볕에 잘 마르겠지만 마음은 열기가 꺾인 저녁 해라야 더 잘 마른다. 이글대는 불에 마음을 그대로 말렸다간 그을려 까맣게 타버리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같은 불이라도 기울어 사납지 않고 다감한 몽상의 불이다. 이 다감한 불의 이미지가 저녁의 시간대를 부르고 노을빛을 닮은 소를 부른다. 이삭 핀 보리의 따가움이 부드럽게 다가오는 것도 송아지 등을 핥는 어미소가 있어서다. 저녁해와 어미소와 보리밭을 불어가는 바람이 흙탕물에 핥퀸 마음을 핥아준다. 이 불은 그러니까 '젖은 불'이다. 나는 젖음으로서 마른다는, 고통을 마주함으로써 치유된다는 역설이 이미지의 역동적 힘에 의해 가능해졌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지만 '마을을 핥는 문밖 마음'이 있었다는 기억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인 손택수

 

작가 : 장석남

출전 : 장석남 시집.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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