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574회 : 이은선 소설가의 『유빙의 숲』 편
- 작성일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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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제574회 : 이은선 소설가의 『유빙의 숲』 편
인터넷 문학 라디오 <문장의 소리>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560여명의 초대손님이 다녀갔습니다. 연출과 진행, 구성 모두 현직 작가이며 2018년도에 이어 2019년도에는 소설가 조해진, 해이수, 시인 정현우가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를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ㅇ 코너
- 작가의 방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책들의 방 : 책을 둘러싼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 첫 책을 소개합니다 : 첫 책을 발간한 작가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작품을 소개합니다.
● 오프닝 : 나희덕 시인의 『그녀에게』 중에서 「라듐처럼」
● <로고송>
● <작가의 방> / 이은선 소설가

이은선 소설가는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며 첫 소설집 『발치카 No.9』 이후 지난해에 두 번째 소설집 『유빙의 숲』을 출간하였습니다.
Q. DJ 해이수 : 표제작 「유빙의 숲」을 쓰게 된 계기나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A.이은선 소설가 : 제가 2014년에 안양예술고등학교에 처음 출강을 나갔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30대 초반이었는데요. 어느 날 마감을 막 하고 잠을 제대로 못자고 준비해서 학교에 갔는데 학교가 굉장히 난리가 났더라고요. 원래 1교시에는 휴대폰을 반납을 하는데 애들이 손에 휴대폰을 다 쥐고 있더라고요. "야, 너희 (휴대폰) 반납 안 했어?" 했더니 분위기가 이상하고 "선생님..." 하면서 애들이 울기 시작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그때 세월호 사건을 알게 됐어요. 그 이후에 일어났던 일에 사실 다른 분들도 굉장히 많이 고통스러웠을 거예요. 저도 그랬고요. 안산 단원고 옆에 있는 학교다보니까 아무래도 학교 내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장례식장에 갈 때 응원해주는 것, 그리고 두둔해 주는 것, 어떤 문서에 체크를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체크하지 않고 덮어주는 것. 근데 그것은 비단 저만 한 것이 아니라 그때 같은 반에 있던 모두가 한 마음으로 했던...(중략)... 그러고 나서 약속된 소설 마감을 해야 됐던 작품 중에 『소설 제주』에 들어가는 단편이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사실 제주도에 가서 사려니 숲과 비자림 숲의 정령 로맨스를 쓰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세월호가 있었고, 『소설 제주』 기획이 좀 미뤄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구병모 작가님, 윤이형 작가님, 전석순 작가님 다 어떤 테마를 잡았을 때 제가 미리 연락을 좀 했어요. 세월호에 관해서는 제가 쓰겠다고. 우리가 제주 소설을 쓰는데 제주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이야기를 쓰지 않고는 작가로서 혹은 한 사람으로서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요. 그래서 사실 『소설 제주』가 더 팔릴 수 있었는데 제 소설이 너무 어두워가지고... 지금 안 그래도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번역이 되고 있는데 힘들어 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어쨌든 저희가 할 수 있는, 그리고 제가 있는 곳에서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위로와 위안의 문장들을 좀 싣고 싶었어요. 「귤목」을 쓰고 나니까 「유빙의 숲」이 다가왔던 것 같아요. 아직 해소되지 않은 어떤 것들을 형사의 입장에서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그때 가장 미워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잖아요. 국가권력 밑에서 자신의 의지 없이 명령에 따라야 했으나 그 명령이 인간적이지도 않았고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다뤄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Q. 아무래도 세월호 이후의 소설작업이 이전과는 같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작업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겠지요?
A. 그 고통이라는 것에 대해 항상 제가 무엇을 생각하느냐면, 유가족보다 슬퍼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내가 슬퍼하는 것이 포즈이면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리고 제가 아직도 가슴에 새긴 장면이 하나 있어요. 세월호 1주기 때 그러니까 그 때 광화문에 차벽 세우고 어머니들이 경복궁에 가서 현판 앞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김치통에 배변을 해소하고 며칠을 시위하는데도, 팔이 부러졌는데도 안 내보내주고 막 그럴 때가 있었잖아요. 참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는데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제가 그냥 모든 약속을 포기하고 광화문으로 나갔어요. (후략)
Q. 글을 쓰면서 슬럼프라고 할까요, 잘 안 써지는 시간이 어쩔 수 없이 생기잖아요?
A. 저는 슬럼프라는 단어를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각을 해요. 왜 그러냐면 저는 제가 생각한 어떤 지점에 도달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슬럼프는 사용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래도 어떤 산을 이미 높게 올라가시거나 어디에 서계신 분들이나, 많이 작업을 하신 분들에게는 슬럼프라는 이름을 갖다 붙일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저는 글 쓰는 건 원래 어렵고 원래 어려운 걸 알고 있었고, 아는데도 어려울 때는 참 어렵지만 어려운 일을 하면서 어렵다고 말하는 것처럼 미련한 일이 없다고 늘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슬럼프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아요. 청탁은 원래 없는 거고, 없다면 만들어내는 거고, 만들다가 좋은 일이 생기면 뭐 그 글 나름대로의 운이나 복에 따라 세상에 나가는 거고. 또 저는 그래도 운이 굉장히 좋은 편이어서 제때 묶을 수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또 다른 걸 쓰고 다른 걸 구상을 하고 있는 지금을 늘 감사하게 생각을 해요. 그냥 살아 있는 요즘이요. 슬럼프는 죽은 다음에 왔으면 좋겠어요.
●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문장들>
이은선 소설가가 『유빙의 숲』에 실린 「귤목」의 일부를 낭독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슬퍼하고 있을 때 유독 할아버지들은 뒤로 물러나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보이지 못한 슬픔이 더 곡진하게 쌓여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합니다.
● <사운드 앤 스토리>
이은선 소설가는 두 번째 소설집은 세월호의 학생들과 같은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쓴 소설들이란 것에 의미를 두고, 앞으로 문학의 범주 안에서 평생을 머물게 될 예진 학생과 다은 학생의 목소리를 녹음해 가져왔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듣고 함께 행복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 2부 <책들의 방>/ 알라딘 MD 김효선, 박태근

박태근님은 미국의 심리치료사 메리 파이퍼의 『나는 심리치료사 입니다』의 일부를, 김효선님은 이주란 작가의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의 일부를 읽습니다.
Q. 어떻게 이 책을 선택하셨나요?
A. 박태근 : 저희가 지난 시간에 하루에 이삼십 분 정도 출판사 미팅을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늘 그렇게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상대는 늘 저희에게 무언가 설명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전달하거나 자기가 해야 되는 일들을 전해주기 위해서 노력을 하죠. 저는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 역시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이런 태도에 대해서 늘 고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이 심리치료사의 얘기가 굉장히 와 닿았어요. 이 책은 아마 올해를 지나고 났을 때, 제가 올해 선택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서 잘 된 책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면 다른 서점에선 지금 크게 주목하지 않고 알라딘에서만 주목해서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거든요.
김효선 : 말씀드린 것처럼 MD라는 일은, 좋았던 책이어도 타이밍이 지나가게 되면 프로모션을 할 수 없게 되는 부분들이 좀 있어요. 사실은 제가 좀 잘했던 책보다, 그러니까 저희가 생각하기에 이 책한테는 잘해줬다, 좋은 관계를 맺었다, 생각하는 책보다 아쉬운 책이 더 마음에 많이 남아서 (이 책을) 들고 왔습니다.
Q. 온라인 서점의 MD가 되고 싶은 청취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박태근 : 도서 MD라는 직군이 하나의 직업으로 설명될 수 있을 정도의 시간과 수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의문이긴 해요. 왜냐하면 도서 MD가 한국에 몇십 명 남짓이고. 이일이 생긴 게 불과 15년 정도밖에 안 됐으니까요. 이후에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혹여나 도서MD가 되고자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 아마 책을 좋아하실 거라고 예상되거든요. 그렇게 계속 책을 좋아하시는 자세와 습관을 갖고 계시면 저는 뭐 기본적인 준비는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김효선 : 지난 시간에 말씀하신 것처럼 박태근MD나 저나 10년째 그만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알라딘에는 티오가 나지 않아요. 그 부분은 조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요즘에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기분이 태도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런 태도의 문제가 MD로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을 해요. 박태근 MD가 말씀하신 것처럼 분단위로 전화가 오고 서로 연락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그 사람한테 그 순간의 기분으로 잘못된 대응을 하게 되면 그 대응이 그 사람한테는 전부일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빨리 넘기고 일상적인 평정심을 유지하는 그런 성격적인 요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첫 책을 소개합니다>/ 조미희 시인 『자칭씨의 오지 입문기』
Q. 첫 시집이 나온 소감이 어떠신가요?
A. 퇴근하고 오니 제 시집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백지 같은 색이었어요. 어디서들 알았는지 지인들이 축하 문자가 오고 어느 문자의 한 구절에서 갑자기 감정선이 무너져 그동안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더군요. 눈물이 눈가에 조금 흘렀고 좀 울었던 기억이 났어요. 그동안에 어떤 시간들이라고 할까. 제가 시와 만났던, 시를 썼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 조금 어려웠던 일들이 같이 겹쳐져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Q. 시집의 제목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A. 제목 짓는 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떻게 제 시집에 전반적인 구조가 구축되는 지점에 가닿을 수 있을까? 제목이 주는 힘이 있잖아요. 그래서 작품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찾아봤어요. 「오지로의 입문」이라는 시가 있거든요. 그 시가 제 시집의 전반적인 맥을 짚어주는 시라고 생각했어요. 이 시의 끝 문장에 보면 "오늘부터 자칭에서 타칭이 된다"라는 문장이 있거든요. 스스로를 계속해서 증명해야만 하는, 소외되어 가는 사람들. 그러나 타칭이 되는 순간 또 누군가의, 그것은 아마도 거대 자본이겠죠. 누군가의 폭력 속에 괴로워해야 하는 상황에 또 다시 던져지는 그런 소시민들의 이야기이기에 『자칭씨의 오지 입문기』라는 제목이 딱 맞는 것 같아서 정했습니다. 스스로 자칭을 계속 증명해야 하잖아요. 그러면서도 또 타칭으로 가면 폭력을 당해야 하고, 그런 이야기들이에요.
문장의 소리 574회는 팟빵과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구성 : 박정은(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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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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