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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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 「섬」을 배달하며…

 

    모난 돌이 정 맞는 건 육지에서의 일이다. 섬에선 모난 돌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어느 돌 하나 쓸모없는 돌이 없다. 모가 나면 모가 난 대로 모난 구석끼리 암수를 끼워 맞춰 돌담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슬포 어느 돌담 올레길이었나.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깨지고 부딪치다 쓸모없어진 나도 섬의 슬하에 들어 모처럼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하염없이 귀를 맡겨 보고 있었다. 무엇인가와 적절한 거리를 설정해야만 생기는 발견이나 성찰 같은 뭍의 저 습관적 의식도 저만치 접어 둔 채.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오직 근원적인 질문으로서만 존재하는 섬의 바다만 한 침묵을 마주하고 있었을 때, 그때 불면으로 밝힌 '뜬눈'이 등대가 아니라면 무엇이었을까. 병가를 내듯 섬으로 간다. 그 섬의 돌들 속에 끼어 있으면 못난 것도 마냥 흉만은 아닐 것 같다.

 

시인 손택수

 

작가 : 안도현

출전 :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 (창비.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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