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헬밍거, 「겨울」 중에서
- 작성일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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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헬밍거 │ 「겨울」을 배달하며…
겨우, 그녀의 이름이 발 부인일 뿐입니다. 남자가 누구인지, 그는 어째서 혼자인 그녀를 집에서 끌어내어 눈 덮인 호숫가 한가운데 얼음 구멍에다 처넣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발 부인을 발 부인이라고 말할 뿐 룩셈부르크의 이 작가는 그녀에 관해서도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남자가 그녀를 집에서 끌어내고, 때리고, 호수 한가운데의 얼음 구멍 속에다 밟아 욱여넣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생명, 인권, 약자 등의 말이 생겨나기 이전, 순수 악과 절대 폭력의 시간으로 장면을 되돌려 보는 작가의 의도는 뭘까요. 모르겠네요. 다만, 매우 낯설고 거부감이 들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내 안 깊숙한 곳에 그것에 대한 익숙함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랄 뿐입니다.
소설가 구효서
작가 : 기 헬밍거
출전 : 『유럽, 소설에 빠지다 1』, 강명순 역, 민음사. 2009. p.12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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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미월 │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배달하며 그러네요. 지구 멸망 열네 시간 전이네요. 사랑하는 사람과 지구 최후의 날을 맞겠다던 대학 교양수업 작문 과제 때의 소망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네요. 그때 맘에 두었던 사람이 공이었으니까요. 열네 시간 후면 지구가 멸하는데 이 두 사람은 공원벤치에서 황도 원터치 캔 하나로 웃고 있습니다. 지구가 곧 멸망해도 웃을 일은 있다는 거겠지요. 스피노자의 경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인데 이걸 김미월의 문장으로 다시 읽으면 새롭게 따뜻해집니다. 제목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네요. 설령 그것이 열네 시간 후에 온다 하더라도 아직은. 소설가 구효서 작가 : 김미월 출전 :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김미월, 문학동네. p.65~67.
- 2020-02-27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주란 │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를 배달하며 일기식으로 된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수제비 반죽 떼어 넣듯 뚜걱뚜걱 던지는 문장이 참 좋구나 좋아, 하고 중얼거립니다. 길면서 길지 않은,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내용도 연결된 끈 없이, 그러면서도 보이지 않게 어딘가 연결되는. 세상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이랄까 태도 같은 것도 이제는 썩 부러워집니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하다가, 생각만이라도 이렇게 해보고 싶다 하다가, 에이 뭐 그냥 이런 소설 읽게 된 걸로 고마워하자 하고 말았네요. 개화역 공중화장실에서 똥 싸는 장면이 곧장 이어지는데 지면이 적어 소개하지 못해 정말 안타깝네요. * 소설가 구효서 작가 : 이주란 출전 :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 이주란, 문학동네. p.86~88.
- 2020-02-13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선재 │ 「누가 뭐래도 하마」를 배달하며 살 찐 주제에 허구한 날 먹을 것만 밝힌다고 유조 씨는 냉장고를 자물쇠로 잠그고 양을 관리하네요. 그러면서 유조 씨는 입만 열면 '그건 개돼지도 안 하는 짓이다.' '사람도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요. 그러니까 냉장고를 걸어 잠그고 못 먹게 하는 까닭이 뭐라는 거죠? 사람 만들려고 그런다는 거 아닌가요. 사람 만든다면서 사람 취급 안 해도 된다는 건지 뭔지. 사람이라 멋대로 명명하고 호명하는 특권을 차지한 자들에게는 애초부터 사람 따위는 없는 건지도 몰라요. 휴머니즘 또한 언제나 폭력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고도 할 수 없고요.* 소설가 구효서 작가 : 김선재 출전 : 『누가 뭐래도 하마』, 「누가 뭐래도 하마」 김선재. 민음사. p14~16.
-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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