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록,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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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록 | 「발」을 배달하며…

 

    구두 속에 갇혀 야성을 잃고 사는 발의 노역과 수모에 대한 연민이 있으나 너무 익숙해서 의식할 수 없는 게 신체기관이다. 발을 길들인 가축으로 관찰하는 낯선 시선 속에서 그간 잊고 살았던 나에 대한 고백과 성찰이 일어난다. 나를 과연 나라고 할 수 있는가? 나라고 할만한 것이 있기는 한가?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허락되는 위험한 질문'은 '길들여진 고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생을 함께하는 짐승을 어루만지고 '우멍한 눈동자'를 마주하는 시간이 자조를 넘어 따뜻한 비애의 정서를 낳는다. 내가 나를 포옹하는 순간이다. 자명한 질서를 재구성해서 명확히 재단되기 이전의 감각을 발생시키는 힘이 놀랍지 않은가. 예상한 변화만을 허락하는 시들을 읽다가 '나를 태우고 또 어딘가로 가려 하는' 시의 발을 문득 어루만져본다.

 

시인 손택수

 

작가 : 유병록

출전 :2015년 『현대시』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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