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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가시」

  • 작성일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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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 「가시」를 배달하며…


아침에 일어나 얼굴을 씻는다. 살 속에 묻힌 뼈가 섬뜩하게 손끝에 와 닿는다. 내 안의 폐허다. 도리질하듯 다시 물을 뿌린다.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폐허는 이내 잊힌다. '다소곳이', '우아하게' 단장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망각은 오늘도 평안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 시는 그러나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직면하는 것이야말로 감추어진 존재의 비밀을 마주하는 일이라고 노래한다. 가시가 버려질 때 버려지는 것은 나의 삶이다. 가시는 만지면 아프지만 폐허를 밀어내고 무시하기에 바쁜 삶이 가식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각성하는 경험을 선물한다. 죽음을 은폐함으로써 소외된 삶을 '선연히 드러내는' 가시의 통증이 얼마나 눈부신가. 가시도 잎이다. 겨울나무들이 가시처럼 하늘로 뻗어가고 있다.


시인 손택수


작가 : 남진우

출전 :『죽은 자를 위한 기도』, 문학과지성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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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봄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문재 | 「봄날」을 배달하며… "봄이 하느님의 눈에 띄고자 한다면 나무나 들판 같은 데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봄의 기운은 인간의 내부로도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봄은, 말하자면 시간 속에서가 아니라 영원 속에서, 그리고 신의 임재 가운데서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였던가. 오는 봄의 소리가 영원이 되도록 나도 온몸으로 벙그는 저 목련을 급브레이크로 삼아 보자. 봄이 빠져나가 버린 뒤에야 보이는 것이 봄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일이 슬프기도 하지만 괜찮다. '부아앙' 소리가 사나운 기계음이 아니라 봄나팔 소리가 되도록, 책가방 대신 철가방에 든 봄을 배달할 줄 아는 눈이 있으니까.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 하는 경쾌한 리듬과 함께 '부아앙' 막 당도한 계란탕 같은 백목련이 아직 식지를 않고 있으니까. 시인 손택수 작가 : 이문재 출전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2014.

  • 2020-02-20
하상만, 「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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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06
백무산, 「초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백무산 | 「초심」을 배달하며… 눈이 오니 눈사람이 노동을 한다. 눈을 치우는 눈사람의 노동은 노동을 잊은 노동으로서 자기 자신 외엔 다른 목적이 없는 활동이다. 이 무구한 놀이가 종종거리는 구두와 택배 오토바이와 폐지를 모으는 손수레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는 선업을 달성한다. 아무려나 눈은 아버지의 흰두루막 자락을 놓치 않는 다섯살의 새벽길을 잊지 않게 하고, 삶에 지친 영혼을 당목처럼 쳐서 천둥소리를 내게 하는가 하면, 마음과 몸의 구분을 넘어 온 천지를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의 경이로 다시 살고 싶게 한다. 직선적인 시간의 흐름과 규칙과 제도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이 감각적 사건을 노동에게 다시 돌려줄 수는 없을까. 곱은 손을 호호 불며 눈사람을 만들던 첫날이 나의 미래임을 겨우 안다. 시인 손택수 작가 : 백무산 출전 :『初心』, 실천문학사, 2003.

  •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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