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주, 「그해 여름 우리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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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주 │ 「그해 여름 우리는」을 배달하며…

 

    하도 자살 자살 그러니까 자살이 자살 같지 않네요. 자살이 우리가 아는 그 자살인지 아니면 여행이나 기록이라는 말의 단순 오기인지도 알 수 없네요. 자살이라고 자꾸 말할수록 그 말의 의미랄까 그런 게 증발해서 자살이라는 말은 과수원 사과나무의 사과를 쌌던 사과봉지처럼 하얗게 바래서 파삭파삭하네요. 그러니 도무지 소설의 세계로는 미처 들어가지조차 못 해요. 한유주의 문장들은 독자를 소설의 세계(흥, 그런 게 어디 있냐는 듯)로 끌어들이지 않으며 들어와 봤자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들어올 생각 따위 말고 시간 있거들랑 문 앞에 서서 문에 새겨진 문양이나 슬슬 더듬어 보라구,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손가락으로 열심히 가리키고 있는데 왜 손가락은 보지 않고 자꾸 달만 보니?

 

소설가 구효서

 

작가 : 한유주

출전 : 『연대기』, 「그해 여름 우리는」 한유주, 문학과지성사. p.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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