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늦게 온 소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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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 「늦게 온 소포」를 배달하며…

 

    손톱 끝에 유자향이 묻어나는 시다. 먼길을 오는 동안 향이 희미해지기라도 할까봐 겹겹으로 둘러 포장을 했다. 매듭을 묶을 때 바짝 불거지던 힘줄과 부르튼 손마디의 매듭도 따라 나와 소포의 끈이 되었을 것이다. 버리지 못한 장갑과 버선 한 짝과 해진 내의는 어머니의 주름진 피부라고 해야 하리라. 유자가 속알을 품듯 소포를 품고 온 육친의 체취가 울컥, 남쪽 바다를 서울 한복판으로 밀고 온다. 낮은 지붕 위에 바다를 인 어느 마을 오래된 돌담길처럼 정겹게 뻗어가는 남해산 방언은 맞춤법도 없이 맞춤하다.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어느새 새벽 눈발도 유자의 흰 섬유질처럼 날린다. 봄볕을 당기는 이 글썽임의 힘으로 또 한 해가 '조흔 일'로 밝았다.

 

시인 손택수

 

작가 : 고두현

출전 :『늦게 온 소포』, 민음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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