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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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 「깊이에의 강요」를 배달하며…

 

    '어느 평론가'의 말을 듣고 이 사달이 난 거에요. 평론가는 그녀에게 말했죠.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하다고. 여인은 순진하게도 그 말을 곧이듣습니다. 139미터나 되는 방송탑에 올라 떨어지다니.
    그녀를 죽인 게 깊이인 셈이죠. 그런데 그럴까 싶어요. 평론가가 깊이라는 말을 무책임하게 썼고 그녀가 깊이라는 말을 무책임하게 받아들였잖아요. 깊이라는 게 무엇이관데 두 사람에게 그 뜻이 완벽하게 공유되었을까요. 두 사람 다 무책임하다고 하는 건 이 때문일 거예요. 진짜 무섭지 않나요. 하나의 단어가 일말의 여지도 없이 두 사람에게 그 뜻이 철저하게 공유되는 거. 그러니까 그녀를 죽인 건 깊이가 아니라, '깊이라는 게 대체 뭐지?' 하고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그녀의 태도가 아니었을까요.*

 

소설가 구효서

 

작가 :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전 : 『깊이에의 강요』, 「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p.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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