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학집배원(문장배달)을 소개합니다.

 

문장배달 – 소설가 이기호

 

    옛날, 시골 할머니 집에서 살 때의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찾아오던 집배원 아저씨가 있었는데, 이분은 읍내 터미널 옆 약국 건물 이층에 세 들어 사는 이십 대 후반의 솔로이기도 했다. 집배원 아저씨는 할머니 집에 들어서면 항상 자전거를 마당 한가운데 삐딱하게 세워두고 마치 제집인 양 신발을 벗고 툇마루로 올라왔다. 그러곤 할머니와 마주 앉아 군대 간 막냇삼촌이 보내온 편지를 쭉 찢어 소리 내어 읽어주곤 했다(할머니는 까막눈이었으니까). 막냇삼촌이 보낸 편지는 대부분 '아아, 그리운 어머님께'로 시작되곤 했는데(나중에 내가 다시 읽어보니 '아아' 같은 말은 없었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훌쩍훌쩍 눈물을 찍어내곤 했다. 막냇삼촌 편지를 다 읽고 할머니가 내준 미숫가루도 다 마시고 난 뒤에도 아저씨는 도무지 갈 생각을 안 했다. 할머니 옆에 앉아서 읍내 미장원 남편이 또 사고를 쳤더라, 먹골 잣나무 집 박 영감님은 오늘내일하시더라, 같은 말만 한참 늘어놓았다(심지어 몇 번 낮잠도 자고 갔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고 는적는적 다시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서 아저씨는 항상 같은 말을 했다. "에이, 일하기 싫어 죽겠네." 어린 마음에(당시 아홉 살이었다) 나는 집배원이야말로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저 정도 일하고, 일하기 싫어 죽겠다는 말이 나오는 직업이라니…(그래서 나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아아, 이번 달 전기요금은…') 시간이 지나 군대 갔던 막냇삼촌이 다시 돌아오고 언제 '아아, 그리운 어머님' 같은 편지를 썼냐는 듯 매일 툇마루에 누워 물 떠와라, 선풍기 이쪽으로 돌려라, 말만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집배원 아저씨를 떠올렸다. 아저씨는 편지를 읽으면 그냥 그 사람이 되었구나, 그 사람처럼 굴었구나, 하는 생각. 그 마음으로 문장을 전할 작정이다. 아아, 추임새도 넣으면서.

 

 

   이기호

   – 1972년 강원도 원주 출생
   –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 시작
   – 소설집 『최순덕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장편소설로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 등이 있음
   –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수상
   –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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