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11 회 : 1부 최현우 시인/ 2부 강혜빈, 권민경 시인

문장의 소리 제611 회 : 1부 최현우 시인/ 2부 강혜빈, 권민경 시인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정세랑 『지구에서 오직 한아뿐』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최현우 시인


 

 

    최현우 시인은 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하여 6년 만에 첫 시집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를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최현우 시인님의 시를 보면 물과 관련된 표현이 많아요. 저는 '빛'과 '그림자'라는 단어도 눈에 띄고 인상적이었어요. 시집을 묶으면서 '아, 내가 이런 단어를 많이 쓰고 있었구나.' 라고 새삼스럽게 깨달은 부분이 있었나요?

A. 최현우 시인 : 제가 이 시집의 원고들을 들고 있었던 기간이 길어서 저도 몰랐는데 이게 다 한 권으로 묶이고 나니까 습관처럼 사용하는 단어들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물' 같은 경우는, 제가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좋아하기는 해요. 액체가 가지는 느낌 같은 것들. 왜냐면 물에 들어가면 제가 좀 가벼워지잖아요? 둥둥 떠다닐 수 있고. 그 기분이 좋아서 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었나.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빛'과 '그림자'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빛과 그림자 자체가 여러 가지 은유, 상징처럼 많이 사용되는 단어기도 해서 사실 그런 것들을 피해서 사용하고 싶기는 했어요. 그래서 어둠도 그림자가 있고 그늘이 있고, 어둠도 종류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시집에 많이 들어가게 된 것 같습니다.

 

Q. 시집 곳곳에 들어가 있는 잠언 같은 문장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예를 들면 "날씨는 태어난 곳의 기억을 버리지 않는다." "영혼에 홈이 가득 패어있는 사람은 매일 밤 마음과 시간을 반대로 돌려 끼우려 했던 사람이다" 같은 문장들이 그렇고요. 첫 시집이고 젊은 시인인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묵직하고 날카롭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평소에 어떤 정서일 때 이런 시를 쓰시나요?

A. 저는 다작을 못하는 스타일이기는 한 것 같아요. 한 편을 쓰려고 하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물론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시인들이 그렇겠지만. 이런 잠언 투의 문장들을 흔히 아포리즘이라고 하잖아요. 이런 것들이 너무 쉽게 다가가면 위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웬만하면 지양하고 싶었어요. 근데 제가 시를 쓸 때 약간 '잘라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 시들이 시 한 편, 시집 한 권 단위로도 사용되지만 가끔 어떤 시 한 편의 어떤 문장이 그걸 읽기 전과 후로 나뉘기도 하잖아요. 잘라서 쓸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라는 저만의 말도 안 되는 감각을 가지고 쓰다 보니까 문장 하나, 말 하나에 담고 싶었던 게 많았던 것 같아요.

 

Q. 지금 이 순간 문득 떠오르는 시집 속의 한 문장이 있으신가요?

A. "날씨는 태어난 곳의 기억을 버리지 않는다" 저도 그 문장을 문득 쓰게 됐어요. 비구름이나 그런 것들이 바다에서 물이 올라가서 그게 그대로 와가지고 뿌리기도 하는데, 구름이 생성된 장소의 기류를 갖고 있대요. 습도나 이런 것들을. 그게 이동해서 육지에 뿌려지는 건데 그게 저는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Q. 시집 제목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라는 구절이 시집에 실린 「아베마리아」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이 구절을 시집 제목으로 삼은 이유가 있을까요?

A. 이것도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제가 시집 원고를 교정지가 나오고 나서도 한 1년 정도를 들고 있었어요. 처음에 등단하고 나서 6년 치의 원고이고. 저는 시를 스무 살 때부터 써서 저한테는 10년 정도의 텀이 있었던 거라서 제가 혼자서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던 거예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제 나름대로 가름을 해서 출판사 편집부에 드렸어요. 드릴 때 보통은 제가 어떻게 생각했다, 이런 방향으로 하고 싶다,라는 것을 드릴 수 있는데 일부로 그러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드렸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에게 받을 수 있는 합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제가 몇 가지 제목을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도 말을 안 드리고 가만히 있었어요. 근데 이 제목이 사실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제목이었어요. 원고 살펴주셨던 편집자께서 이 제목을 하면 어떻겠냐, 말씀하실 때 "제가 처음 생각했던 제목이었습니다."하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Q. 시집에 실린 「아베마리아」를 비롯해서 다른 시에서도 촉각이 잘 느껴집니다. 만진다, 쥔다, 문지른다, 닦는다, 라는 시어들이 등장하고요. 시집 제목도 "만질 수 없는 날씨" 이고. 시각이나 청각적으로 외부를 많이 파악한다고 하는데 촉각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봤어요. 되게 특별한 감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A. 저도 어디서 본건데.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감각은 사실은 다 촉각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무언가를 보는 것도 어떤 물체에 튕겨져 나오는 빛이 시각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접촉이 일어나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고. 냄새도 떠돌아다니는 냄새 분자가 후각세포에 접촉이 일어나서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사실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감각은 촉각이라고 하더라고요.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려고 하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게 보인다면 만질 수 있을 것이고. 만질 수 없을 때 거기서부터 발생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고. 그래서 아마 그런 촉각의 감각을 많이 사용했던 것 같아요.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사진 : 강혜빈, 권민경 시인



    강혜빈 시인은 2016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하였으며 사진가 파란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권민경 시인은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하여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를 출간하였습니다. 사진을 찍고 미술평론도 하고 있습니다.

Q. 시인과 사진이라 하면 어딘가 어울리는 느낌이에요. 두 분은 사진에 어떻게 빠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강혜빈 시인 : 저는 되게 사랑에 빠지는 편이에요. 사람이나 사물, 이 세상을 이루는 선, 몸짓, 표정, 눈빛, 이런 것들에 사랑에 자주 빠져요. 2016년 5월에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받고 그 해 여름부터 사진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살면서 피사체가 된 경험이 더 많은데 찍히다 보니까 찍고 싶어지더라고요. 사진을 찍을 때는 주변의 소음이나 머릿속의 생각 같은 게 사라지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 순간에 집중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시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정말 살아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권민경 시인 : 저는 아이들이 보는 미술잡지에서 기자 생활을 좀 했어요. 편집부 기자라 보니 사진을 잘 못 찍는데 찍어야 되는 일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래서 일단 그때 카메라를 처음 사고 제가 들고 현장 취재도 하고 그랬는데 오히려 직장을 관두고 나서 사진기가 있으니 이걸로 배워보자 했어요. 찾아보니 문화센터는 아니고 미디어 센터라는 곳에 사진 강의가 있더라고요. 거기 가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좋은 선생님을 만났어요. 약간 문화센터에 대한 편견 같은 게 있잖아요. 어르신들만 오실 것 같은 그런 편견과 정말 상관없는 되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서 사진을 계속 찍게 되었습니다.

 

Q. 최근에는 언제 어디로 출사를 다녀오셨나요?

A. 강혜빈 : 저는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집콕 중이에요. 출사를 너무 가고 싶은데 못 가고 있어요. 작년에 프라하에 갔었어요. 그 때 기억에 남는 게 굉장히 맑은 날이었어요. 제가 물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블타바 강물에 햇빛이 일렁이는데 그 장면이 되게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권민경 : 저는 주변에서 많이 찾는 편이라서 출사라고 할 게 사실 없어요. 코로나 때문에 집에 계속 있었는데. 제가 작년에 이사를 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강아지들이 주변 서치하듯이 저도 주변을 찾아다녔어요. 원래는 되게 오래된 동네인데 신도시가 됐는데 되게 큰 나무가 하나 있는데 제 눈에는 조금 이상해 보였어요. 그런데 그 나무가 예쁘게 나오는 시간이 새벽이에요. 작가들은 잠을 잘 안 자잖아요? 밤새워서 그 시간에 맞춰 나가서 사진 찍고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사진을 즐길 수준이 되려면 말씀하시는 것처럼 기다리고 찰나를 포착해야할 것 같아요. 정말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할 것 같은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하시는 노력이 있으신가요?

A. 강혜빈 : 아무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인물 사진 같은 경우에는 촬영 전에 먼저 모델분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빠르게 그 순간에 집중을 하고 디렉팅을 하면서 표정이나 분위기를 많이 끌어내려고 해요. 그리고 풍경이나 정물 사진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관찰을 많이 해요. 시 쓸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뭔가 미처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 앞에 멈춰 서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머릿속이 사진으로 가득 차있으면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카메라가 제 눈처럼 몸의 한 부분이 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숨 쉬는 것처럼 하는 일인데 셔터를 누를 때는 숨 참는 것도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권민경 : 저는 노력이라 할 건 아니고. 글 쓸 때 되게 중요한 일이 선택이라는 얘기를 많이 봤거든요. 벤야민이 그랬나? 제가 틀린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선택이 작가들한테 되게 중요한 일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저는 굉장히 많이 걸어 다니면서 무조건 찍어요. 근데 어떤 것을 찍느냐보다 어떤 시선으로 찍느냐가 중요해서 많이 많이 찍으려고 노력을 해요. 그게 어떤 노력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저한테는 기본적인 사진 찍는 태도인 것 같아요.

 

 


 


 


 

문장의 소리 611회는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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