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16회 : 1부 함정임 소설가/ 2부 류시은 소설가
- 작성일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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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제616회 : 1부 함정임 소설가/ 2부 류시은 소설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 오프닝 :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함정임 소설가

함정임 소설가는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장으로 가는 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소설집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아주 사소한 중독』, 『버스, 지나가다』, 『네 마음의 푸른 눈』,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 여러 산문집과 동화, 번역서를 펴내셨습니다. 최근에 소설집 『사랑을 사랑하는 것』을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사랑을 사랑하는 것』은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이후에 5년 만에 선보이는 아홉 번째 소설집입니다. 이 제목은 소설집 마지막에 실린 작품 「영도」라는 소설의 문장에서 가져온 것 같아요. 제목을 정하게 된 계기 같은 것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만약에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으로 표제작을 한다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스페인 여행」으로 하고 싶었어요. 지금 수록된 작품들 발표부터 해서 뭔가 형태나 여러 가지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그냥 맡기는 흐름 속에 있어요. 자연의 흐름,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순간에 맺히는 것이 다가오면 그때 그것이 어느 순간에 결정적인 것이 되기도 하고요. 그 결정적이라는 것에도 의미부여를 그렇게 강하게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상태에요. 『저녁식사가 끝난 뒤』에서는 작가의 말에 "소설이라는 것은 추모 이외에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2015년 3월에 출간했기 때문에 그렇게 썼는데 여전히 추모이고 애도를 넘어설 수 있는 게 뭔가, 아니면 그것을 해체하거나 소멸시키면서 그 흐름 속에 빛과 공기, 바람처럼 풀어놓을 수 있는 게 뭔가, 라고 했을 때 제가 끌어안고 살고 있는 몇몇 고유명들이 있어요. 국내외로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는데 그중에 하나가 롤랑 바르트고 저의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지금까지 30년의 흐름을 되새겨보니까 역시 사랑의 문제인 거예요. 어떠한 사랑이든지 간에. 우리 본질에 대한 것이 지금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니까 그 부분을 한번 놓아보고 싶었어요.
Q. 소설집 전체 구성이 독특합니다. 중간 지점에 브릿지처럼 「고원에서」라는 짧은 소설이 등장하고 앞뒤로 사진이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어떤 의미가 담긴 구성인지, 독자들이 이것을 어떻게 읽으시면 좋을지 말씀해주세요.
A. 우리 소설을 쓰지만, 삶하고 소설하고 어떻게 다른가,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시간도 만지고 싶고 그런 걸 볼 때 어떤 형태를 갖게 하는 구조, 스타일을 생각하는데 그야말로 브릿지(bridge)에요. 짧게 앞과 뒤를 이어주는. 그래서 앞의 소설들과 뒤의 소설들이 결이 좀 달라져요. 건너가기도 하고 약간 휴지기로 멈추어 서 있기도 하는 그런 것이기도 해요. 제목이 「고원에서」거든요. 제가 초단편이라는 형식을 굉장히 좋아하고 오랫동안 해왔는데 그게 시기에 따라 다르게 불렸어요. 콩트부터 해서 짧은 소설, 요즘엔 초단편이라 불리잖아요. 초단편 양식이란 중편소설 양식을 굉장히 주목하는데 초단편으로서 지금 많이 쓰잖아요. 한 페이지짜리도 쓰고 다섯 페이지짜리도 쓰고. 초단편에 대한 현장적인 의미도 여기에 살짝 넣어봤어요.
Q. 소설집 맨 처음에 실린 「순간, 순간들」과 세 번째 소설 「순정의 영역」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서울 수유리 파란대문 감나무 집을 배경으로 하고 황해도 출신 실향민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작가의 말에 쓰신 걸 보면 수유동 감나무집의 故 박희복 어르신과 故 오순남 어르신께 감사하다고 적으셨어요. 이 작품 쓰시게 된 계기 같은 것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저녁 식사가 끝난 뒤』라는 이전 소설집의 표제작은 추모의 형식인데 'P선생님'은 박완서 선생님과 오랜 인연으로 추모를 못 한, 그것을 유예 당한 것을 소설의 형식으로 쓴 거예요. 소설가들은 유무형의 이름들에 되게 민감하잖아요. 어떤 이름을 만나고 소개를 받거나 우리가 삶에서 어떤 어르신 이름을 들으면 또는 지금 10대 20대들과 만나거나 외국인을 만났을 때 이 이름은 소설로 꼭 쓰고 싶다, 이후에 언제는 이 이름을 녹여서 쓸 거야, 해요. 이름이 거느리고 있는 본래 그 사람의 성정, 캐릭터와는 어긋나지만, 그 이름을 그야말로 오마주하고 싶고 자꾸 불러주고 싶은 그런 이름이 있어요. 이 두 분은 제가 2005년부터 뵌 분들이에요. 그리고 그분들 자체가 우리가 소설로 아무리 써도 따라갈 수 없는 삶의 드라마틱한 곡절들이 개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거느리고 있어서 이분들의 삶을 고스란히 따라가 보고 아주 조금만 터치만 해도 잘라서 편편히 소설이 되죠. (후략)
Q. 「너무 가까이 있다」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세상을 떠난 노부부가 살던 빈집을 관리합니다. 소설집에 실린 소설 대부분에는 이생에서 저승으로 떠나는 여정과 남기고 간 자취들이 담겨있습니다. 앞서 계속 말씀해주셨지만, 애도의 소설이기도 하고 세월호 이후에 애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애도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세월호 이전부터 작가는 본질적으로 애도 행위이죠. 삶이라는 것은 밝은 쪽은 우리가 안 써도 얼마든지 충만하니까. 물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우리가 어떤 형식으로 눈을 감았느냐 이 부분을 떠나서도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조약돌까지도 우리가 어떤 태도로 볼 수가 있겠죠. 그런 부분들이 최진영 소설가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게 인물에게 어떤 미션을 줄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할 때 저는 직업 같은 경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가, 그 부분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너무 가까이 있다」 같은 경우 빈집관리사거든요. (중략) 죽음이라든가 삶을 빈집관리사인 청년의 눈으로 본다면 어떨까를 쓰게 된 거죠. 그러한 애도 방식. 보지도 못했는데 이미 누군가는 죽어서 그 사람의 흔적을. 빈집관리사라는 사람이 아무 관계도 없던 사람인데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지인들이 애도하는 것보다도 또 우리 공동체로서 애도하는 것보다도 그 청년이 어떤 태도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하는 그런 것조차도 저는 애도라고 봤습니다.
●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식물 : 류시은 소설가

류시은 소설가는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나」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작가님의 식물 사랑은 당선 소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나의 나무 올리브와 어린 식물들, 책상 위의 씨앗 유칼립투스 나나에게도 기쁨과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라고 적으셨는데 함께 사는 반려 식물들을 소개해주세요.
A. 류시은 소설가 : 그때 말했던 올리브 나무들은 잘 지내고 있고요. 유칼립투스 나나 씨앗은 그해에 파종했는데 뿌리 이파리 공격을 받아서 초록별로 갔습니다. 그 밖에 제가 '작수취' 섭외를 받고 화분 개수를 세어봤는데 조그마한 화분들이 약 70개 정도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과 복작복작 잘 지내고 있습니다.
Q. 이렇게 식물에 깊게 빠지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세요?
A. 한 가지 계기만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아닌데요. 그중에 예전에 제가 이케아에 갔다가 제 얼굴보다 큰 조화 이파리 한 장을 사 온 적이 있었어요. 인테리어 사진에서 본 것 같은 이파리라고 해야 할까요? 저도 장식용 정도로 사 왔는데 어느 날 인터넷에서 베란다에서 그 식물을 키우고 있는 사진을 본 거예요. 그게 몬스테라라는 이름도 그때 알았습니다. 저는 그게 열대지방에 밀림 같은 데서나 자라는 건 줄 알았는데 집안에서 키운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거든요. 호기심에 작은 모종 하나를 들였는데 그게 금방 자라더라고요. 화분이 좁아져서 분갈이라는 걸 그때 처음 해봤어요. 큰 화분을 사고 흙을 사고 그러다 보니 예쁜 식물도 눈에 들어와서 식물 들이고 또 그 식물이 크고 화분 사고 흙 사고 또 식물하고 흙 사고 그러다 보니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Q. 식물에 물을 주고 창문을 열어 환기해주고 볕 좋은 곳에 놓아주고 그러다 보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식물과 함께하면서 온 삶의 변화가 있나요?
A. 식물로 인해 하루아침에 규칙적으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워낙 야행성이어서. 다만 글 쓰는 일을 하고 제가 거의 집에만 있다 보니 글을 쓰지 않을 때도 움직이지 않는 편이었는데 화분에 물을 주려면 베란다나 욕식 같은 데서 물을 줘야 제대로 줄 수가 있거든요. 화분을 욕실로 옮기고 베란다로 옮기고 여기로 옮기고 저기로 옮기고 하는 과정들이 어떨 때 만보기를 재보면 이삼천 보 되더라고요. 전혀 움직이지 않던 사람이 은근히 운동이 되기도 하고. 창가에 오래 있다 보니까 햇볕을 많이 쬐게 돼서 얼굴이 많이 탔어요. 비타민D를 많이 합성하고 있습니다.
Q. 「나나」라는 소설에도 유칼립투스가 등장하지만 《문장웹진》에 발표하셨던 소설 「인물과 식물」이라는 소설에도 여러 식물이 등장해요. 식물계 헌정 소설이라고 소개를 하셨더라고요. 식물에서 문학적인 영감을 받으시나요?
A. 제가 「인물과 식물」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침엽수였어요. 화분에 침엽수들을 키우는데 다른 식물들에 비해서 유난히 더딘 거예요. 안 자라는 정도가 아니라 조화에 물 주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거의 멈춰 있는듯한 침엽수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문득 식물계 SNS에서 침엽수는 거의 10년 즈음 멈춰져 있는 듯 더디게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 막 무섭게 자란다는 그런 얘기를 본 거예요. 그때 약간 울컥하는 마음에 제 처지 같기도 하고 그래서 시작하게 된 소설이 「식물과 인물」입니다. 최근에 어떤 책을 읽다가 '유형기'라는 용어를 보게 됐어요. 그 유형기라는 시기가 숲속의 나무가 뿌리 성장에 온 힘을 쏟는 시기에요. 자기 안에 힘을 다지는 데 집중하느라고. 저희는 흙 속에 있는 모습들을 못 보고 위에 있는 모습만 자란다고 생각을 하게 되니까 안 자란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근데 흙 속에서 자라고 있었구나, 다지고 있었구나, 그런 영감을 얻기도 했어요. 소설에 나오는 일액현상 같은 경우도 제가 데리고 있는 친구들 몬스테라를 늘 보면서 소설을 쓰다가 얻게 된 영감이라면 영감이에요. 거의 뭐 같이 함께하다 보니까 거기서 얻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문장의 소리 616회는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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