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서울의 밤 그리고 주유소」

 

 

 

이원 ┃「서울의 밤 그리고 주유소」를 배달하며

 

    그래, 이 시였다. 그로테스크하고 황량한 사막 같은 세계를 가로질러 "우리는 언제나 조금 더 길을 가야 한다"라는 문장이 내게 도착했다. 내가 절망과 무기력에 빠져있을 때, 이 문장이 몇 번이나 나를 찾아와 일으켜주었다. 이 시가 발음하는 "우리"라는 말, "언제나"라는 말, "조금 더"라는 말은 어둠 바깥에서 내미는 부드러운 손 같은 환영이 아니었다. 세계의 악몽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어떤 전망도 내비치지 않았다. 희망 없이 가자고 했다. 다만 걸을 힘이 남아 있으니 순수하게 근육을 써서 조금 더 걸어가자는 것이었다. 이 문장을 중얼거리면 뭔가가 심플해지곤 했다. "우리는 언제나 조금 더 길을 가야 한다"라는 문장을 꺼내서, 조금 더 글을 쓰고, 조금 더 아파할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다. 어쨌든 살아 있으니 우리는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 김행숙

 

작가 : 이원

출전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문학과지성,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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