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22회 : 1부 정지돈 소설가 / 2부 김태선 문학평론가

문장의 소리 제622회 : 1부 정지돈 소설가 / 2부 김태선 문학평론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 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윌리 로니스 사진 에세이 『그날들』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정지돈 소설가


  

    정지돈 소설가는 2013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눈먼 부엉이」가 당선되며 데뷔하여 2015년 젊은 작가상 대상, 2016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 문학 평론집 『문학의 기쁨』을 내셨습니다. 최근에 짧은 소설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과 에세이 『영화와 시』를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짧은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의 말에 “써보지 않은 형식이라서 부담스러웠는데 쓰다 보니 즐거워졌다.”라고 쓰셨어요. 짧은 소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A. 정지돈 소설가 : 소설집에 보면 청탁 받은 곳도 다 다르고 분량도 10매부터 50매까지 있어요. 특히 한 10매 정도로 짧아지면 확실히 제가 전에는 생각 안 했던 것들을 할 수 있더라고요. 단편 소설이나 보통 일반적인 청탁에서는 할 수가 없는 게 있잖아요. 이를테면, 제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아넥도트”라고 해서 짧은 일화 모음들이 있어요. 다닐 하름스 라는 20세기 초반 러시아 작가 작품인데 톨스토이나 고골 같은 유명한 선배 작가들의 캐릭터를 이용해서 유머처럼 일화처럼 엄청나게 짧게 쓴 글들이 있어요. 이게 조금 웃기는데 우리나라 식으로 치면 ‘최불암 시리즈’같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가 그런 역할로 나오는 거예요. 그런 거 보면서 엄청나게 재밌었는데 이런 걸 쓸 일이 마땅히 없잖아요. 혼자 쓰지 않는 이상. 이번 소설집에 딱 그런 게 들어있진 않지만 뭔가 이런 것들을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그런 청탁이 이어지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게 돼서 써봐야지, 그런 마음가짐으로 콩트 같은 걸 생각을 했습니다.

 

Q. 짧은 소설을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A. 아까 그런 콩트 얘기도 했는데 쓰면서 그때그때 몇 가지 시도를 했는데 잘 안 돼서 버리기도 했어요. 어차피 쓰는데 시간이 많이 안 걸려서 시도하기에 마음이 조금 더 편하더라고요. 밀란 쿤데라가 단편은 한정된 공간에서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얘기하는 거고, 장편은 인물을 가지고 그 인물이 여러 사건을 쭉 거치는 거다, 이런 식으로 기준을 나눴는데. 그 기준을 반대로 적용을 시켜보기도 했어요. 이를테면, 10매 20매인데 거의 일생에 가까운 여러 사건을 다뤄보자. 그래서 제가 쓴 단편 중에 10매인데 되게 간단하게 스케치 묘사하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소설이 있거든요? 반대로 적용해서 그런 걸 쓰는 게 되게 재밌더라고요. 왜냐면 그것도 사실은 레퍼런스가 있어요.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자로 많이 알려진 애니 프루 라는 미국 소설가가 「직업 이력」이라는 단편 소설을 썼는데 엄청나게 짧아요. 엄청나게 짧은데 약전 같은 거 있잖아요. 짧은 전기, 엄청나게 건조하게 꼭 약력처럼 ‘누구누구는 이때 태어났고 뭐 했는데 그때 아버지는 죽었고 무슨 일을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그냥 쭉 전개되는 소설인데 그런 걸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정확히 그런 걸 썼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시도도 해봤습니다.

 

Q. 이 작품집은 실제 인물의 서술이 연결되고 역사적 사건에 관한 기술로도 이어지는 독특한 형식을 소설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님 소설을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으시죠? 그런 얘기 들으면 어떠세요?

A. 그냥 슬프죠. 그런 거 있잖아요. 되게 단순하게는 저희 어머니가 그런 말씀 많이 하시는데. 외국 이름 좀 그만 쓰라고. 외국인들 왜 이렇게 나오느냐. 사람들이 러시아 소설 같은 거 볼 때 이름 때문에 골머리가 있잖아요. 그냥 그것 때문에 읽기도 싫어하고. 이게 참 그런 게 저는 그런 이름들 나오는 게 재밌어요. 외국 지명, 외국 이름, 특히나 그런 것 중에 말맛이 있으면 재밌어요.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나 단어나 이름 구성 같은 걸 보는 것도 흥미롭고. 그런 거부터 벽에 부닥치시니까 슬프죠.

 

Q. 그만큼 마니아층이 단단한 것 같아요. 혹시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독자 반응을 들으신 게 있나요?

A. 독자 반응을 안 찾아볼 수 없죠. 주변 사람 누가 농담으로 그런 얘기를 했어요. 정지돈 소설은 대형 온라인 서점에 달리는 댓글까지 작품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댓글에 이상하고 웃긴 별점 평들이 달리고 이러거든요. 방금 말씀하신 한 줌의 마니아와 지인도 아마 섞여 있을 거예요. 정확히 누군지 모르겠는데. 그런 분들의 평점 사이로 진짜 독자 분들의 평점이 가끔 별 한 개, 재미없다, 번역 투다, 이런 식의 이야기 같은 걸로 쓰여요. (Q. 번역 투가 왜 나쁜 거예요?) 어떤 종류의 작가나 문학평론가나 어떤 담론 때문에 나쁘게 퍼져서 번역 투면 나쁘다, 그런 게 계속 퍼져서 쉽게 말하는데. 저는 진짜 번역 투가 전혀 안 나쁘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한국어 고유의 뭔가를 지켜야 한다, 이것도 굉장히 이상한 것 같아요. 한국어 자체가 고유의 뭔가가 있지 않았는데. 사실은 그 언어가 풍부해지고 건강해지고 재밌어지려면 외국의 언어들과 이런 것들이 막 들어오면서 섞이고 언어의 모양 같은 것도 점점 달라지고 그래야지 진짜 흥미로워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인용을 하자면 백남준이 프랑스랑 독일 얘기하면서 프랑스어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는데 프랑스어는 프랑스 미술도 그렇고 20세기 중반 이후에 오히려 갈수록 쇠락의 길을 걷고, 독일은 예술이나 이런 것들이 번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언어의 폐쇄성이라는 거예요.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 언어를 너무 소중하고 사랑해서 너무 가둬두는 데 비해서 독일어는 하루에도 신조어가 수십 개씩 생긴다고, 그게 되게 중요하다 얘기하면서 한국어는 더 오염되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요. 저는 그게 참 맞는 말 같아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제 소설은 딱히 번역 투도 아닌데. 번역 투인 것도 있죠. 약간 섞여있긴 한데…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요리 : 김태선 문학평론가



 

    김태선 평론가는 201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데뷔하였으며 304낭독회 일꾼으로 활약하고 계십니다. 또 김수영 시인의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여덟 명의 문학인들과 함께 쓴 책 『세계의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를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세계의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는 어떤 책인가요?

A. 김태선 평론가 : 이 책은 2018년 김수영 50주기 때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책 중 하나에요. 그 당시에 김수영 평전이라든가 김수영의 생애에 대해서 잘못 알려졌던 사실들을 바로잡고 이 책은 이 책은 김수영이 머물렀던 공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김수영의 생애를 다시 쓴 책이에요. 가령 만주라든가 일본에서 하숙했던 곳 등을 돌아다니면서 취재해서 쓴 책이죠.

 

Q. 오늘은 요리라는 취미로 모셨어요. 저희 문장의 소리 스태프 한 분이 말씀해주셨는데 연희 문학창작촌에 같이 계실 때 머무는 작가들을 위해서 맛있는 요리들을 해주셨다고 해요. 그 기억이 나시나요?

A.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벌써 5년쯤의 시간이 지나서요. 그때 아마 요리를 나누게 된 계기가 작가들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포틀럭(potluck) 방식으로 각자 요리를 준비해서 나누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파스타를 준비해간 것을 계기로 해서 부대찌개 같은 것을 만든 적도 있었고 공동주방에서 계란말이라든가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었어요. (Q. 그때 파스타는 어떤 파스타였나요?) 그때는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서 재료를 많이 준비하지 못했어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한데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었어요. 그 당시에 처음으로 면을 링귀니라고 일반 스파게티 면보다는 좀 납작하고 더 빠른 시간에 익혀야 하고 더 부드러운 식감인 면을 사용했어요. 그래서 조금 간이 싱겁고 너무 부드러워져서 처음 만들었을 때는 실패했다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그래도 좋아해 주신 분들도 계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요리는 언제부터 즐겨 하시게 됐나요?

A. 사실 저도 이걸 생각해봤는데 딱히 기억나는 시점이 있지가 않아요. 아마 제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하셨는데 가끔 제가 스스로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하다 보니까 이것저것 하게 되지 않았나. 그리고 제가 아버지를 닮아서 좀 까다로운 저주받은 입이에요. 미각이 뛰어나진 않고 좀 유별난 편이라서 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제가 스스로 먹고 싶은 것을 만들고자 한 거죠. 왜냐면 제가 어머니의 음식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Q. 요리라는 게 번거롭기도 하지만 재료를 썰고 볶고 끓이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좋기도 하잖아요? 요리의 매력을 한마디로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A. 가장 큰 매력이라면 우선은 나가지 않고서도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요새는 배달 문화가 발달해있어서 스마트폰 터치 몇 번만으로 음식들이 오기도 하지만 문제는 이런 아이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거예요. 물론 리뷰가 적혀 있어서 그걸 보고 판단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도 쉽게 가늠하기 힘들죠. 하지만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기존의 정형화된 레시피의 음식이라 하더라도 조금씩 바꿔볼 수 있고 뭔가 더하거나 빼볼 수도 있고 그런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Q. 창의성이 필요한가요?) 창의성이 필요하다기보다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 같아요.

 

 


 


 


 

문장의 소리 622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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