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25회 : 1부 안현미 시인 / 2부 황종권, 강백수 시인

문장의 소리 제625회 : 1부 안현미 시인 / 2부 황종권, 강백수 시인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 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오프닝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안현미 시인


  

    안현미 시인은 2001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곰곰」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곰곰』, 『이별의 재구성』,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가 있으며 2010년에는 제28회 신동엽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6년 만에 신작 시집 『깊은 일』을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시집 처음에 실린 작품이 「깊은 일」이에요. 제목을 『깊은 일』로 정하게 되신 이유가 있나요?

A. 안현미 시인 : 『깊은 일』은 세월호 이후 그 시간들을 견디면서 아래로, 아래로 깊게, 깊게 침잠하는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고 제 소박하나마 작은 위로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서 썼던 작품이에요. 이 시집은 그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묶게 됐어요.

 

Q. 이번 신작 시집이 세월호 참사에 전하는 메시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 작품집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A. 『사랑은 어느 날 수리된다』라는 세 번째 시집을 2014년 5월 23일에 출간을 했는데 4월 16일부터 그 사이에 시집을 준비하고 나서 너무 힘든 시간들이 있었어요. 세 번째 시집을 냈다는 기쁨보다는 그 바다에 대해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 때문에 슬펐어요. 구상을 한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제가 건네는 위로라든가 이런 것들이 쓰여 졌고 그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안 될 것 같아서 지금쯤 꼭 내고 싶어서 스물다섯 편을 작은 시집으로 묶게 됐어요.

 

Q. 안현미 시인님의 지난 작품집에서도 느껴지지만 사랑에 관한 사유가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번 시집에 수록된 「기향 국수」라는 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A. 국수를 좋아해요. ‘기향’이라는 건 사람이름이에요. 제가 사는 동네에 실제로 ‘기향 국수’라는 집이 있었어요. 그 국숫집을 차린 사람이 화가였거든요. 그림만 그리고 살 수 없으니까 자기 아틀리에에서 자기가 잘 하는 국수를 파시는 거예요. 그래서 임대료도 좀 내고 이러는 분이었는데 그분이 중국에서 돌아오셨었어요. 청경채 라든지 야채가 듬뿍 들어있는 국수였는데 굉장히 이국적인 맛이었어요. 그 국수를 먹고 사랑에 대해서 제가 그냥 쓴 거예요. 기향이라는 분과는 상관은 없지만 그 이국적이고 따듯한 국수를 넘기면서 썼던 시였어요.

 

Q.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슬픔과 현실을 안현미의 방식으로 견디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안녕, 노랑」, 「장미공동체」, 「무능력의 능력」 같은 작품에서 특히 그런 마음이 느껴졌어요. 시 쓰기와 견디기에 대해서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시 쓰기와 견디기는 다른 말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당연하게 시인한테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삶의 무게를 누구나 견디고 있듯이 견디는 것 자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시 쓰기가 아닐까. 약간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저는 세상의 모든 게 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열심히 살고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나 견디기 위해서 고양이를 기르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정치를 새로 시작하기도 하고,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 저 같은 사람은 취직을 하면서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견뎌왔고……. 그렇지만 견디는 가운데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나를 견디게 하는 힘은 뭘까? 이런 생각에서 저한테 시 쓰기는 그런 견딤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친구 같은, 연대하는 우정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는 어떤 그런 것 같기는 해요.

 


 


 


2부 <문소 음감회> / 황종권 시인, 강백수 시인



 

    황종권 시인은 201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하였으며 201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예술인력육성사업(AYAF)1)에 선정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제18회 여수해양문학상 대상과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으신 바 있습니다.

  1)  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옛 차세대예술인인력육성사업). 만 35세 이하 차세대 예술가의 창작 및 기획 역량을 높이고, 소재 확장과 아이디어 실현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Q. DJ 최진영 : 문소 음감회의 첫 주자는 황종권 시인입니다. 시인님께서 강백수 시인님께 드린 사연을 직접 낭독해주세요.

A.황종권 시인 : 안녕하세요? 음감회 음유시인 여러분. 저는 시를 쓰는 황종권입니다. 딱 10년 전에 등단을 했고 시집으로 『당신의 등은 엎드려 울기에 좋았다』가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시를 가르치기도 하고 시를 배우기도 하며 시의 울타리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시보다 더 아름답고 빡센 육아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를 볼 때마다 생명의 신비와 신의 은유를 느끼지만 제가 사라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늘 마음의 한복판에는 시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유식, 기저귀, 소독, 목욕 등 육아에 대한 것들뿐입니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상상력에 대해 자주 얘기하곤 하는데 아이를 재우고 막상 제 시를 쓰려고 하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내일은 어떤 이유식을 만들어야 하나, 애는 크는데 어디서 돈을 벌어야 하나, 생활에 묻혀서 어떤 언어도 기워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다들 애는 키우는 거라고, 어려울수록 시에 매진하라고 하는데 막막한 밤을 헤메는 것 같습니다. 시가 자라야하는데 아이만 계속 자라고 있습니다. 행복하지만 슬픕니다. 막막한 발자국으로 밤을 헤맬 때 음악과 문학의 요정 강백수의 음감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따뜻했습니다. 맑은 위트와 청아한 소리는 지친 육아에 힘이 되었습니다. 문득 강백수의 목소리로 제 시를 듣는다면 더없는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온전히 나였던 그 시절로 돌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막막한 밤들이 노래가 될 것 같았습니다. 강백수의 목소리로 내가 가장 열정적이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듯 제 시의 지성소를 다시 짓고 싶습니다.

 

Q. 강백수 시인님은 이 사연을 바탕으로 곡 작업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세요?

A. 강백수 시인 : 아무래도 저는 결혼도 육아도 안 해봤기 때문에 감히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생활이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어려웠어요. 그래서 육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곡을 만들려면 어떻게 만들어야 될까 고민을 많이 해봤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집에서 틀어놨을 때 아빠가 들었을 때는 따뜻하면서 아이가 들었을 때는 잠이 왔으면 좋겠다. 잠깐이라도 해방시켜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약간 자장가 분위기의 음악을 제가 만들게 됐어요.

 

Q. 황종권 시인님의 「고양이면 다 된 거지」를 가지고 노래를 만드셨어요. 시구를 변형하신 거죠?

A. 강백수 : 네 뒤로 갈수록 변형이 좀 더 있는데요. 황종권 시인의 「고양이면 다 된 거지」라는 시는 진짜 고양이를 대상으로 쓴 시로 알고 있어요. 근데 저는 이 고양이라는 존재가 진짜 고양이일 수도 있고 아니면 황종권 시인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아기의 눈망울이 고양이의 눈망울일 수도 있고 또는 언제나 고마운 존재인 아내 분에 빗대어도 가능하게 가사를 좀 더 풀어봤어요. 사랑하고 내가 지키고 있는 대상이지만 그 눈빛이 또 나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Q. 노래를 들은 황종권 시인님의 소감을 안 들어볼 수가 없는데요, 어떠셨어요?

A. 황종권 : 일단 먹먹해요. 너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데 그때 시를 썼던 심정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은 제 고양이 포엠이가 어릴 때 입양을 했는데 많이 아팠습니다. 분양사기를 당한 거예요. 아픈 고양이였고, 암컷을 원했는데 수컷이었고, 노르웨이숲이라는 종의 고양이었는데 그 종인 게 확실하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병원을 갔는데 다들 안락사 이야기를 했어요. 본인도 살려고 했고 그것 때문에 살았긴 했는데 문득 그걸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얘는 노르웨이숲이 아니네, 암컷이 아니네, 이렇게 따지고 있는 내가 왜 분양사기를 당했는지 탓을 하고 있었어요. 딱 눈을 보는데 그냥 고양이면 다 된 거지, 이미 존재만으로 충분한데, 그렇게 하면서 아내를 만났어요. 아내도 그 존재만으로 충분하고 아기도 나를 너무 힘들게 하지만 밤에 잠들 때 보면 그 존재만으로 가득한 것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그런 것을 쓰고 싶었는데 그 마음들을 잘 그려낸 것 같아서 먹먹하기도 하고 좋았습니다.

 

 


 


 


 

문장의 소리 625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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