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34회 : 첫 책 특집(3) – 박선우, 허희정 소설가

문장의 소리 제634회 : 첫 책 특집(3) – 박선우, 허희정 소설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사이버문학광장 홈페이지와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존 버거, 『A가 X에게』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첫 책 특집(3) : 박선우, 허희정 소설가


  

    박선우 소설가는 2018년 계간《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첫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를 출간하였습니다.
    허희정 소설가는 2016년 계간《문학과사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첫 소설집 『실패한 여름휴가』를 출간하였습니다. 최근에 엔솔로지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에도 참여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우리는 같은 곳에서』와 『실패한 여름휴가』의 표지는 소설집에 실린 소설을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집을 처음 받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A. 허희정 소설가 : 아이돌 그룹 우주소녀 노래 〈칸타빌레〉의 가사 중에 “가장 예쁜 날개를 달고 너에게로”라는 가사가 있어요. 딱 그 기분이었어요. 제 책이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하기에는 양심에 찔리지만 표지도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고 처음 봤을 때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제목은 처음에는 이 제목을 별로 안 하고 싶었어요. 단편 제목은 될 수 있어도 책 제목으로 하면 느낌이 안 오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되게 마음에 들어요. 실물로 보니까 와 닿는 게 있었어요.
 
박선우 소설가 : 저는 책 제목이랑 표지 그림을 제가 직접 골라서 제안을 드렸었어요. 편집자님이랑 디자이너님이 그걸 잘 받아서 마무리를 해주셔서 마음에 들어요. (Q. 이 그림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시다면?) 제가 그 그림 작가님 인스타를 계속 보고 있었는데 원래 다른 그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그림은 작가님이 특별히 아끼는 거여서 원래 허락을 안 해주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최근작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으로 하게 됐어요. 제목도 제가 이걸로 하고 싶다고 제안을 드리니까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Q. 소설집을 묶으면서 자신의 작품세계와 쓰고 싶은 게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것 같아요. 책 묶으면서 느끼신 바가 있으신가요?

A. 박선우 : 저는 청탁 하나씩 받고 작품 쓰고 발표하던 시기에는 그냥 글쓰기 자체에만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작품들 전체를 잇는 맥락이나 작가로서의 정체성 같은 큰 그림을 생각해볼 여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첫 소설집 묶는 과정에서 썼던 작품들을 다시 보니까 그제야 좀 뭘 하고 싶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실마리들을 다시 보면서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을 출간하는 이 작업이 제가 저자로서 처음 참여하다 보니까 어떤 한 시기를 매듭짓고 다음으로 나아갈 동력 같은 걸 찾을 수 있는 계기였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허희정 : 저는 오히려 여전히 뭘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르겠어요. 책을 묶어서 보낸 교정지를 받잖아요? 그게 책상에 딱 놓여있는데 보면서도 이게 내가 쓴 게 맞나, 싶고 얘가 되게 낯설고 내가 소설을 쓴 게 아니라 소설이 날 쓴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교정보는 내내 뭔가 ‘어, 이게 뭐지?’ 했었어요. 저는 사실 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좋아하고 재밌으니까 좋아하고 재밌는 방식으로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엮여서 나온 결과물을 봤을 때 그냥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대로 써야겠다, 다른 거 듣지 말고 내 직관대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박선우 작가님의 작품 속 인물들이 퇴사를 한다면 허희정 작가님의 작품 속 인물들은 여행을 간다, 이렇게 범박하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퇴사나 여행이 변화의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소설 속 인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퇴사나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A. 박선우 : 제가 이 작품집 묶을 때 알았던 것 같아요. 제가 글에다가 그런 단어나 그런 상황, 퇴사를 꿈꾸는 사람을 자꾸 만들어놨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퇴사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에요. 되게 오래 머물렀던 공간이나 사람들을 훅 떠나는 과정이 물론 안타까움 같은 것도 크지만 저한테는 해방감 같은 것도 크기 때문에요. 몇 번 해보니까 그게 어떤 건지 알겠더라고요. 저는 퇴사하면서 그게 약간 임사체험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사회적으로는 죽는 일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활동하던 어떤 분야에서 완전히 자리를 빼고 나오는 거고 매일 만나던 동료들이랑 밖에서 만날 수는 있지만 거의 이별하는 수준으로 멀어지게 되고. 그런 걸 겪으면서 그 과정에서 내가 지금까지 회사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는 이것과 무관하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그럴 때에 오더라고요. 그래서 퇴사라는 순간 자체를 좋아해요. 사실 퇴사를 아무 때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면 책상에 업무들이 쌓여있어도 약간 초연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여기 뭐가 엄청 많아도 내일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라고 생각을 하면 좀 할 만해지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마인드컨트롤의 방법이기도 해요. 어르신들이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면서 장수하시는 느낌으로 나가야지, 나가야지, 하면서 근속을 하는 저만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희정 : 사실 저는 여행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스무 살 때 갓 성인 돼서 국내 기차여행도 가고 싶고 유럽여행 계획 세우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때도 그런 거 정말 하나도 관심 없었고 집안 식구들이 어디 놀러가자 해도 궁시렁궁시렁 대면서 따라가는 스타일이에요. 주변 환경 바뀌는 것도 싫고 새로운 걸 열심히 겪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그런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책을 묶고 보니까 여행이 너무 많이 나온 거예요. 정말 어이가 없었는데. 보면서 왜 이렇게 웃기고 어이없는 상태가 되었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반쯤 농담인 얘기를 하자면 쓰는 사람 입장에서 인물에게 어떤 사건이 닥치게 하는 것보다 인물을 딴 데로 보내버리는 게 편리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게 있는 것 같고 반쯤 진담인 얘기를 하자면 제가 저를 느끼기에 뭔가 좀 늘 어딘가에 안 맞는, ‘세상이 날 이해 못 해’ 이런 게 아니라 비행기 같은 것을 타면 멀미가 심하게 오거나 귀 먹먹할 때 있잖아요? 약간 그런 느낌의 물리적인 안 맞음 같은 게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여기가 아닌 다른 데에 마치 이 나사가 안 맞는 곳에 다른 나사 구멍이 있지 않을까, 이런 느낌으로 여기 아닌 다른 곳을 생각하는 게 결과적으로 여행처럼 비춰지는 거고 하지만 나는 딱히 어딜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고….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음에 책을 묶게 되면 그때는 같은 얘기를 하게 되더라도 다른 방식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만 있네요.

 

Q. 두 분 혹시 등단작 쓰실 때 느낌이나 경험이 기억나세요? 혹은 책을 묶으면서 가장 최초에 쓴 그 작품을 다시 보셨을 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A. 박선우 : 첫 소설 쓸 때 어디서 썼고 어떤 분위기였는지 생각나요. 저는 보통 카페에서 많이 썼는데 카페에서 어디 앉아있었고 어떤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고 조명이 어느 정도 밝기였고. 그런 게 마치 제가 제 시점으로 본 풍경이 아니라 제가 제삼자인 것처럼 앉아서 작업을 하는 모습 같은 거로만 기억에 남아있어요. 유체이탈을 한 건 아닌데 과거 기억을 떠올릴 때는 영화 한 장면처럼 그런 식으로 되더라고요. 그리고 보통 교정지 받아서 세 번 정도 보잖아요? (등단작을) 처음 볼 때랑 두 번째 볼 때는 제가 제 주변 사람들한테도 말했는데 왜 이런 거 썼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왜 이 시기에 이런 정신으로 이런 걸 썼는지 모르겠다 싶은 게 있었어요. 사실 발표할 때도 느꼈는데 그 직전에 발표한 것도 한두 달만 지나서 보면 완전히 남의 글처럼 읽혀요. 그래서 다시 보면 아니 내가 이렇게 쓰다니, 이렇게 열심히 했다니, 이런 놀라움이 있어요. 그래서 정말 교정지 받고 초반에는 적응이 안 돼서 거의 남의 것처럼 데면데면 대하다가 3교쯤 가서는 그나마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빨리 책을 내고 끝내고 싶다는 마음도 좀 컸던 것 같아요. 제 글들이랑 이별하고 싶었어요.

 

Q. 두 분 작품 읽으면서 가족이나 연인으로 정의되지 않거나 시효가 지난 관계, 시차로 인해 달라진 관계,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어요. 관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궁금했어요.

A. 박선우 : 저는 책 내고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보니까 저는 관계라는 것 자체가 다양한 방향으로 열려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인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보통 다른 사람들한테 설명하기 쉽게 친구, 동료, 선후배, 이렇게 얘기를 하기는 하는데 그 단어 하나로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 관계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되게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예를 들면, 제가 아는 형이 한 명 있는데 그 형이 대학원일 때 제 후배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후배로 시작했는데 소설가로 작품 활동은 먼저 시작해서 선배 작가가 됐고 편집자로 연차가 많아서 또 선배예요. 그런데 이 형이랑 저랑 거의 친구처럼 지내서 말도 놓고 정말 험한 말도 하는 사이에요. 저는 이 형을 친구처럼 대하고 가끔은 정떨어지게 굴면 동네 건달이나 아저씨처럼 대할 때도 있어요. 이게 결국에는 관계 안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서 관계가 계속 바뀔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생각이 제가 소설을 쓸 때 자연스럽게 녹아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허희정 : 저는 사실 되게 혼자 노는 스타일의 사람이에요. 친구도 별로 없고 친구를 많이 만들기 위한 노력도 딱히 하지 않고 그냥 오는 사람 있으면 ‘어, 오네’, 가는 사람 있으면 ‘어, 가네’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제가 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의 관계가 약간 좀 거리가 가까우면 그만큼 역학관계가 더 쫀쫀해진다고 할까, 더 엮여있는 힘의 크기가 더 커지는데 거리가 기본적으로 머니까 이 역학관계 자체가 되게 느슨해지는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너무 나같이 써서 이런 게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 저는 현실 세계의 제가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아주 즐기지 않고 혼자 노는 걸 좋아하고, 이거는 그냥 제가 그런 거지만 이제 내가 쓰는 사람으로서 계속 이렇게 갈 것인가, 말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들을 요즘 하고 있어요.

 

Q. 허희정 작가님의 소설들은 형식적으로 다양합니다. 「우중비행」은 SF장르고 삼각형이 곳곳에서 떨어지는 「Stained」도 만화적인 상상력이 느껴졌습니다. 의식적으로 다양한 형식을 시도하시는 건가요, 쓰다 보니 나온 것인가요?

A. 허희정 : 쓰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딱히 의식적으로 이번엔 이걸 했으니까 다음엔 저걸 해야지, 이런 느낌으로 쓰는 건 아니고 아까 지나가듯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쓰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냥 그렇게 하다 보니 된 것 같아요. 책을 본 사람들이 “이런 건 되게 독특하다.”, “이런 설정 되게 특이하다.”, 이런 얘기 해주는데 당시의 저로서는 제일 자연스럽고 제일 직관적인 선택들을 한 거였거든요. 그래서 이게 독특하다는 말을 들으면 ‘왜?’가 되더라고요. 이런 게 또 글쓰기의 재미인 것 같아요.

 


 


 


 

문장의 소리 634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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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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