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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두번째 강물」

  • 작성일 2020-10-22






이장욱 ┃「두번째 강물」을 배달하며


때로 나는 내가 강가에 사는 사람 같아. 가벼운 저녁 산책을 나왔다가 흘러가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저토록 성실하게 강물은 흘러가는데 내 얇은 그림자는 흐르지 않지. 그럴 때면 전생이나 후생의 메아리마냥 “나는 같은 강물에 두 번 손을 담글 수 있네” 라고 노래 부르게 되지. 어제 신문을 오늘 오후에 읽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듯이 내일 신문을 오늘 아침에 읽었어.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 늦은 저녁상을 차릴 거야. 식탁 위에 물 글씨를 쓰는데, 이곳은 너무 깊어 아직도 바닥에 닿질 않는구나. 그래도 우리는 저 강물의 시간처럼 바다 쪽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는 걸까. 우리는 그림자처럼 흐르지 않는데. 창밖에는 어둠이 내려 검은 거울이 되는데. 검은 거울은 오늘밤에도 “나의 두번째 얼굴”을 창문밖에 하염없이 세워 두는데.


시인 김행숙


작가 : 이장욱

출전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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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법원」

황인찬 ┃「법원」을 배달하며 할머니의 세월을 생각해본다. 아침마다 양동이에 쥐덫을 빠뜨리고 그것이 죽을 때까지 흔들리는 물을 가만히 바라보던 할머니. 죄를 지으면 저곳으로 가야 한다고, 언덕 위의 법원을 가리키던 할머니. 일상의 잔혹에는 무감각하고 권력의 상징에는 공포심을 내면화한 영혼, 그것은 근대사와 현대사가 훈육하고 길들인 우리의 영혼이다. 그러나 쉿, 법원이라는 이름의 상징 권력에 포획되면, 물에 빠진 쥐처럼 버둥거리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그런 소문이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던 세월이 있었다. 근대사의 유령 같은 그 세월의 그늘 속에서 우리는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의 정세 속에서 다시 베스트셀러로 회귀한 까뮈의 소설 『페스트』를 읽는데 죽은 쥐가 밖으로 기어 나왔다. 이제 할머니도 안 계시는데, “저 차갑고 축축한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황인찬의 질문을 떠올렸다. 시인 김행숙 작가 : 황인찬 출전 :『구관조 씻기기』(민음사, 2012)

  •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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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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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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