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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그리고 글쓰기 :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 X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10월 특집 공개 방송 현장

  • 작성일 2020-10-27
  • 조회수 1,760







문장의 소리와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이 함께한 10월 특집 공개방송!
여성, 그리고 글쓰기

글 정원(에디터), 사진 문학광장













바람에서 가을 향기가 물씬 느껴지던 지난 10월 16일, 마로니에 공원 예술가의집 3층에선
‘사이버 문학광장 – 문장의 소리’와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이 함께한 특집 공개방송 〈여성, 그리고 글쓰기〉가 진행되었습니다!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라고 했던가요.
에디터 역시 오후 7시 방송을 한참 앞둔 5시부터 설레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생방송 준비에 여념이 없는 예술가의집으로 향했는데요.
저 멀리 진행을 맡아주실 최진영 소설가와 〈여성, 그리고 글쓰기〉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실 박민정, 박서련 소설가의 자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원래대로라면 함께 해주실 관객 분들로 북적여야 할 공간이 코로나로 인해 다소 한산해 보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도 분주하고 뜨거웠습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함께해주실 분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수차례의 리허설은 물론, 〈문장의 소리〉 제작진들과 영상 제작진의 열띤 회의가 방송 직전까지도 계속되었어요.






드디어 두 분 작가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먼저, 박민정 작가님은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고, 김준성 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소설집으로는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아내들의 학교』,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 『서독이모』를 쓰셨고, 최근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를 출간하셨죠.







박서련 작가님은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시작으로 독자의 곁에 다가와주셨습니다.
2018년에는 한겨례 문학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과 『마르타의 일』을 쓰셨고, 최근에는 장편소설 『더 셜리 클럽』을 출간하셨어요.







세 분이 나란히 앉으신 모습을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마침내 찾아온 여러분과의 ‘랜선’ 만남:)
예술가의집엔 침묵과 함께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는데요. 우리의 문장지기가 조심스럽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모니터링에 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시간 채팅으로 여러분과 소통하며, 정성스레 답변을 남겨주기도 하셨죠.









이날 방송은 윤이형 작가의 단편소설 「작은 마음 동호회」의 일부를 최진영 DJ의 목소리로 감상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 딸로 살아가던 여성들이 글쓰기 모임을 만들고, 독립 출판으로 첫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는데요.
이들에게 ‘글쓰기’란 진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또 세상에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죠.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터라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남겨주는 댓글과 질문을 읽으며 〈여성,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요.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과 함께하는 특집 방송이었던 만큼 첫 번째 질문으로 ‘백일장 수상 노하우를 전달해 달라!’는 미션이 던져졌습니다.




박민정 소설가는 단호하게 “없다!”라고 말해서 현장과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는데요. :)
박서련 소설가는 ‘복권을 사야지 복권에 당첨된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많은 백일장에 나가면 하나는 수상할 수 있을 거다, 라는 재치 있는 답변을 남겼습니다.





Q. 최진영 : 시청자가 남겨주신 질문입니다. 글을 쓰면서 ‘이것’만큼은 꼭 지킨다! 라는 게 있으실까요?

A. 박민정: 어떤 장르의 글을 쓰느냐에 따라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항상 생각하는 건 ‘목에 기름치지 말자’입니다. 기름기 있는, 느끼한 말을 하지 말자, 고 생각하며 임하는 것 같아요.

A. 박서련: ‘마감’이죠. 저는 좀 강박적으로 ‘당일 오전 내로 원고를 보내야 한다. 그 이후면 나는 늦은 거다’ 라는 생각이 있어요. 물론 늦은 적은 많지만요.(웃음)


Q. 최진영: 박민정 작가님 『신세이다이 가옥』에 보면 다소 가부장적인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나와요. 작품을 쓰다가 내 안에 내재된 남성의 언어랄까, 그런 것들을 마주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A. 박민정: 제가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여성 작가로서 이중적인 모순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 서사’를 쓰는 작가로 여기에 앉아있지만 저는 오랫동안 공부하고 사랑해온 문학이 어쩌면 굉장히 여성 혐오적이고, 또 나의 여성적인 발화를 억누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그런 언어나 기법, 시선에 익숙해져 있는 내가 ‘과연 어떻게 좋은 여성 서사를 쓸 수 있을 것인가’가 정말 큰 고민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고전이라고 읽어왔던 작품들을 통해 길들여지고 단련된 문장들은 남성적인 언어와 표현이 많은데 저는 이것을 전부 다 표백하고 제거해야 한다 라기보다는 ‘그런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 것들이 그러하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A. 박서련: 저는 요즘말로 ‘유교걸’인데요.(웃음) 저 스스로는 저를 폭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사회를 굉장히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처한 상황을 인정해야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치 알코올중독자 모임에서 “나는 알코올중독자입니다”를 소리 내 말함으로써 시작하는 것 처럼요. 일단 저는 이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주류의 폭력성에 순응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을 인정하는 지점에서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하는 서사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파괴하고 싶은 스스로의 어떠한 부분들, 목격해온 많은 것들을 차곡차곡 남겨두었다가 소설에 녹여내려고 노력하죠.


두 분의 말씀을 듣고 한 시청자 분이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라는 말을 남겨주셨는데요. 이에 세 분 작가님과 시청자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메시지가 이어지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Q. 작품에는 여성다움에 대한 강요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과도한 혐오나 경멸이 담기기도 합니다. 두 분 작가님은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한데요.

A. 박민정: 작품에 있어 ‘여성다움’이라는 게 무엇이냐, 라고 이야기한다면 제가 예전에 읽었던 길리언 플레인의 『나는 언제나 옳다』가 떠오르는 데요. 그 작품에는 같은 여자가 봐도 싫어할 만한, 정말 멍청한 여성이 등장해요. 일전에 어떤 행사에서 “작품 속 어떤 여성 인물이 나올 때 못 견디겠느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 있는데 그때 그 인물을 떠올리며 답했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아, 나도 참 똑똑하지 못 하네’ 싶은 거예요. 사회에서 비난받을 만큼 멍청하고, 지저분한 여성이지만 그런 여성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등장하는 작품이 또 흔한 건 아니잖아요.

A. 박서련: 어떤 문화권에서는 히잡이나 부르카를 쓰는 것이 여성성의 표현이고, 또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타문화권에서 그런 문화가 오히려 여성성의 억압이라면서 히잡을 억지로 벗겨내려는 시도를 취하곤 하는데, 그 사회의 여성들에겐 하나의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거든요. 우리는 그 사회에서 살아본 적 없고, 그 사람이 되어 본 적도 없고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죠. 그런데 한 사람이 표현해내는 여성성의 일부분에 대해 타인의 시선으로 너무나도 쉽게 재단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 되어보기 위해 문학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고, 이런 여성성, 저런 여성성이 많은 작품을 통해 표현되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과 ‘글쓰기’에 대한 깊은 고민은 이어지는 여러 질문을 통해 계속되었습니다. 다소 심오한 주제를 진지하게, 때론 재치 있게 풀어내며 탁월한 완급조절을 보여주신 두 분 작가님의 말씀에 절로 박수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많은 분들도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공감의 메시지를 남겨주셨습니다. 이어지는 순서는 두 작가님이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아끼는 문장을 낭독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문장을 찾아오셨는지 만나볼까요?







〈박민정 작가가 선택한 『바비의 분위기』 속 문장〉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였다. 날마다 교문 앞에서 작은 상자에 병아리를 풀어두고 한 마리에 백 원씩 파는 병아리 장수가 있었다. 친구들이 죄다 병아리를 한 마리씩 사서 검은 봉지에 담아 들고 가던 날, 나도 얼떨결에 병아리를 샀다. 참새도 무서워할 만큼 겁이 많았는데 그땐 친구들에게 뒤처지기 싫었던 것 같다. 집이 가까워져 오자 손에 받쳐둔 병아리가 갑자기 무서워지기도 했고, 대체 이걸 집에 데려가서 뭘 어쩌자는 건가 싶기도 했다. 고모가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순간, 병아리를 등 뒤로 숨겼다. 고모는 그때 빨간 책가방을 맨 내가 움찔하며 눈치를 보는 모습, 뒤로 숨긴 병아리가 삐약 하고 소리를 냈을 때 새빨갛게 달아오르던 얼굴을 보며 이 아이에게 모든 것을 주리라고 다짐했다고 했다.”


박민정, 『바비의 분위기』 중 「숙모들」에서




박민정 작가님은 위의 문장을 본인의 소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흔치 않은 따듯한 장면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치만 읽으면서 갑자기 따듯하지 않은 것 같다, 라며 의견을 번복하시기도 했는데요.(웃음) 박민정 작가님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서일까요? 저는 방과 후의 그림과 어린 아이의 시선을 통해 그려내는 따듯함을 보았습니다, 분명 보았습니다!





〈박서련 작가가 선택한 『더 셜리 클럽』 속 문장〉


“셜리에게. 에밀 리가 이미 멋진 편지를 써서 나는 그리 할 말이 없다. 네가 찾고 있는 사람도 혼혈이라고 했지?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서보다 그들을 사랑해주는 사람들 안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 네가 찾고 있는 사람에게 네가 주는 사랑이 그 사람을 완성해줄 거다. 건강해야 한다.”


박서련, 『더 셜리 클럽』 중에서




박서련 작가님은 소설을 쓰다 보면 소설 속 인물이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 같아서 어떤 문장의 경우에는 되게 와 닿고 너무 감사하고 다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이 소설에선 위의 문장이 바로 그러했다고 답해주셨어요.







따끔하지만 반드시 고민하고, 또 이야기되어야만 하는 주제를 두 분의 작가님과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위로와 공감이 가득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문장의 소리 X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특집 공개 방송이 마무리되었는데요.
100여 분의 시청자가 ‘여성’과 ‘글쓰기’에 대해 실시간으로 귀 기울여주셨습니다.
비록,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마음만큼은 가까이 이어져 두 분 작가님의 이야기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셨기를 바랍니다.




박민정, 박서련 소설가와 함께한 10월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사이버 문학 광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njang.or.kr/archives/category/lit-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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