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38회 : 1부 천선란 소설가 / 2부 이린아 시인

문장의 소리 제638회 : 1부 천선란 소설가 / 2부 이린아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작가를 초대하여 전문가 못지않게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취미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프닝 : 한정원 에세이 『시와 산책』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천선란 소설가


  

    천선란 소설가는 2019년 첫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를 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천 개의 파랑』으로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을 출간하였습니다.

Q. DJ 최진영 : SF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천선란 소설가 : 처음에는 SF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서 정확하게 몰랐었다가, 대학교 교과 과정 중에 장르소설을 배울 때가 있었어요. 그때 SF에 이런, 이런 하위 장르들이 있다는 걸 배우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전부다 SF였잖아? 그럼 SF를 써볼까?’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Q. 『어떤 물질의 사랑』 작가의 말에 보면 분함과 억울함, 쓸쓸함과 서러움, 외로움과 기괴함 같은 감정을 담았다고 하셨는데요, 지금까지 써온 소설들을 한 권의 책에 묶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고 책으로 나왔을 때 어떤 느낌이셨나요?

A. 책으로 나왔을 때는 너무 신기했어요. 왜냐하면, 어디에 원고를 올렸던 게 아니라 혼자서 습작처럼 썼던 소설들이었거든요. 대부분이 〈브릿G〉1)라는 웹사이트에 올리거나 《환상문학웹진 거울》2)에 올려서 이게 책으로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썼던 소설들이 묶이니까 정말 너무 신기해서 책 나왔을 때 못 펼쳐봤어요. (Q. 한 권으로 묶어놓으니 보이는 게 있으셨나요?) 처음에 「사막으로」를 넣은 것은 편집자님의 추천이었고 하다 보니까 소설의 무게들이 조금 뒤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그런 흐름이 있었어요. 마지막 소설 단편이 원래는 다른 거였는데 마지막에 끝내는 유종의 미가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대표님한테 정말 죄송한데 제가 마지막 소설을 다시 쓸 테니까 바꿔달라고 해서 「마지막 드라이브」를 새로 써서 넣었어요.

 

Q. 표제작 「어떤 물질의 사랑」의 화자인 ‘나’는 7살 때 배꼽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엄마에게서 자신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됩니다. 엄마는 배꼽이 왜 있어야 되냐고 도리어 물으며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어”라고 얘기를 해줍니다. 어머니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혹은 「어떤 물질의 사랑」을 쓰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주세요.

A. 제가 소설을 한참 쓸 때쯤이 예고 친구들 말고 인문계에 다녔던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였어요. 저도 그 사이에서 방황을 많이 했거든요. 이제 대학교도 졸업했고 일을 해야 될까, 하는데 저는 너무 소설이 쓰고 싶고.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까 나이의 통과의례 같은 게 너무 많다는 게 느껴지는 거예요. 애들끼리 말을 할 때도 “이 나이에는 이걸 하는 게 맞을까?” “근데 원래 다 이렇게 하니까 그 나이 때는 그걸 해야지.”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다가 먼저 그걸 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무슨 고민을 얘기할 때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원래 그런 거 없어’, ‘괜찮아 뭐 어때’, 이런 얘기를 습관적으로 주문을 걸듯이 하다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게 굉장히 좋더라고요. 당연한 게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Q. 「어떤 물질의 사랑」의 주인공은 우주를 가로지르는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합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여쭤 봐도 될까요?

A. 좀 거창하게 썼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구에 내가 찾는 사랑이 없을 수도 있다.’ 이거거든요. 한동안은 사랑이 질렸어요.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보든, 대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어떤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든, 뭔가 사랑을 하지 않으면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그냥 지나게 된다는 뉘앙스로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실제로 누군가가 꼭 이성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나의 취미를 사랑할 수도 있고 정말 다양한 것에 사랑을 분산시키는데 왜 꼭 어떤 인간의 형태의 다른 성별의 사랑을 해야만 진정한 사랑이 되는 걸까, 라는 고민을 했어요. 내가 볼 때는 좀 재미없는데. 애들한테 “나는 이번 생엔 글렀어.” 이런 얘기를 장난처럼 하다 보니까 우주 밖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Q. SF물은 우리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여길 때도 있는데 작가님의 소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가 없어요. 소설집에 실린 「너를 위해서」라는 소설은 낙태죄 폐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히셨고,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이야기들을 SF적인 상상력으로 엮어나가시는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A. 몇몇 소설들은 좀 일부러 비꼬고 싶어서 공부를 하면서 생각을 여러 차례 거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특히, 「너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긴 글을 잘 못 읽어서 짧은 글로 임팩트 있게 치는 소설을 쓰고 싶다, 라고 생각을 해서 오히려 다른 단편소설의 내용을 짤 때보다 더 오래 걸렸어요.

 

Q. 「두 하나」는 동아시아 상공에 정체모를 물체가 나타난 뒤에 남성들이 좀비와 비슷한 집단으로 전염 혹은 변이가 되는 세계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의 공동체, 여성들의 전투에 관해서 쓴 소설이에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A. 제가 작가의 말에서 아이돌에 관한 얘기를 썼는데요. 저는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산다라박 2NE1 활동할 때 머리로 묶고 뛰어다니고 했던 것들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아요. 그렇게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인데,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을 때 되게 새벽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를 힘나게 해줬던 언니들이 왜 이제는 없지? 나는 그들 덕분에 이렇게 자랐는데. 왜 그들은 이 세상을 포기했어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때 처음으로 말 섞어보지 않은 타인의 죽음이 너무 서러운 거예요. 그리고 그 죽음 이후에도 입에 오르내리는 것들이 썩 좋지는 않았었고 그랬을 때 어차피 누군가에게 계속 회자될 거라면 나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쓰기 전에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과연 이런 얘기를 해도 될까?’ 생각 끝에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하지? 누구나 다 하는데 나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쓸 때도 그렇고 다 쓴 후에도 그렇고 원고를 넘긴 후에도 그렇고 진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소설이었어요.

   01)  황금가지에서 만든 온라인 소설 플랫폼. 이름인 브릿G는 Briliant tales G의 약자로, 웹소설과 출판소설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02)  2003년 6월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무가 웹진으로, 판타지 작가 및 번역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이린아 시인



 

    이린아 시인님은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올해 대산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되었습니다. 2014년 연극 〈가을 소나타〉로 데뷔하여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Q. DJ 최진영 : 최근에 ‘비대면 시대의 이별’이라는 주제로 앤솔로지 시집 『목이 긴 이별』에 참여하셨어요. 시집 소개를 해주세요.

A. 이린아 시인 : 이 책은 시 전문 계간지 《발견》에서 만든 앤솔로지 시집인데요. 그 문예지에서 활동하시는 시인 분들이 다 모여서 7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특히 언택트 시대에 글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는 것을 생각해서 만든 거였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언택트 시대야말로 이별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정말 더 가까워진 시대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여기에서 되게 다양한 시 세계를 볼 수 있으니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시인이 된 것보다 먼저 배우로 데뷔하셨어요. 시를 원래 쓰셨던 건지 아니면 연기를 하시다가 시를 쓰신 것인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사실 시랑 연기랑 계속 같이 해왔던 것 같은데 더 일찍 시작한 게 뭔지 생각하면 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누가 뭘 하라고 하지 않아도 혼자 스스로 했던 것은 시였던 것 같아요. 노래 같은 것은 갑자기 한다기보다는 어릴 적부터 음악 수업도 있었고, 근데 어릴 적부터 시 수업이 있는 건 아니었잖아요. 저도 모르게 힘들고 이럴 때 보면 꼬마 같은 글씨로 나 혼자 힘든 걸 써보겠다고 그런 걸 보면 시가 먼저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Q. 시를 언제부터 쓰셨어요?

A. 첫 번째 만남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인가, 그때 한참 종이 인형 옷 입히기가 유행하고 있었어요. 그걸 너무 가지고 싶어서 엄마한테 졸라서 용돈을 받은 거죠. 그걸 동네 서점에서 팔더라고요. 용돈을 받아서 애들이랑 처음으로 서점에 들어갔는데 책이 이만큼 쌓여있고, 그때는 한글도 잘 읽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이게 뭐지 하면서 보다가 제 키에 딱 맞는 얇은 책들이 꽂혀있는 데가 있는 거예요. 거기서 말도 예쁘고 표지에 꽃무늬도 그려져 있어서 이게 뭐지 하고 펼쳤더니 다행히 여백이 되게 많고 글씨가 적은 거예요. 이거는 내가 읽을 수 있겠다. 그냥 그게 너무 좋고 저를 위한 페이지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종이 인형 사겠다고 모은 돈으로 시집 한 권을 사서 집에 갔었어요.

 

Q. 시는 혼자 쓰고 낭독회 같은 것이 아니면 독자들과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연기는 관객들의 반응을 바로 볼 수 있잖아요.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세요?

A. 처음에는 좀 있었어요. 관객들이 무표정하거나 졸거나 그런 걸 보면 ‘내가 진짜 이상하게 하나?’, ‘나는 연기를 그만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어느 날, 오늘 공연은 안 좋았구나, 생각했어요. 어떤 관객분이 가장 중간에서 줄곧 화난 표정으로 보고 계셨거든요. 근데 끝나고 나왔는데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 “제가 울음이 나오는 걸 꾹 참느라 너무 괴로웠어요. 정말 좋았습니다.” 이러는 거예요. 그때 ‘내가 믿고 나는 내 할 일만 해야겠다.’ 했어요. 그다음부터는 부담감이 좀 없어진 것 같아요.

 

Q. 시를 쓰는 자유로움과 무대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이 차이점이 있나요?

A. 확실히 차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시를 쓸 때는 퇴고의 자유가 있죠. 책상 앞에서는 이렇게도 써볼 수 있고 저렇게도 써볼 수 있고, 어떨 때는 시가 아니게 쓰려고 쓰다가 결국엔 시처럼 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도 오히려 자유롭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마음대로 모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혼자서 이건 진짜 이상하다, 유치하다, 그럴 때도 있어요. 그런 게 자유라면 연기에서는 진짜 여기 살아 있다고 느낄 때. 이 사람으로 내가 살아있었고, 내가 뭘 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래서 애드리브라는 게 내가 더 추가한다기보다는 그 인물에 완전 빠지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그 인물의 말을 애드리브라고 하거든요. 그런 게 딱 튀어나올 때 내가 진짜 살아있구나, 자유롭구나, 해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보면 불완전한 거잖아요. 텍스트 그대로 한 게 아니니까. 표정 같은 것도 정해놓은 것도 아니니까. 근데 그 불완전함에 대한 자유가 있는 것 같아요.

 

 


 


 

문장의 소리 638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접속하기
네이버 오디오클립’ 접속하기


 


 


※《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