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49회 : 1부 김개미 시인 / 2부 이원하 시인, 강백수 시인
- 작성일 2021-01-20
- 좋아요 0
- 댓글수 0
문장의 소리 제649회 : 1부 김개미 시인 / 2부 이원하 시인, 강백수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 오프닝 :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이근석 시인의 「여름의 돌」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김개미 시인

김개미 시인은 2005년 계간《시와 반시》에 시를, 2010년 《창비 어린이》에 동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앵무새 재우기』,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동시집 『어이없는 놈』, 『커다란 빵 생각』,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 등이 있으며,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제1회 권태응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최근에 신작 시집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를 출간했습니다.
Q. DJ 최진영 :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찬송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쓰시게 되셨어요?
A.김개미 시인 : 물론 20대에도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되게 열렬하게 사랑을 하는데, 저는 이 시집에 들어가 있는 것은 40대의 제가 지나온 시간들이에요. 저는 주로 시에 담는 게 그 당시의 저를 가장 치고 지나가는 일들,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저를 고민에 빠뜨린 것들, 절망에 빠뜨린 것들을 소재로 잡고 시를 쓰는 것 같아요. 40대에 엄청난 사랑을 했는데 그 당시에 저는 그게 그렇게 파괴적이고 그렇게 힘든 일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무방비 상태로 사랑에 빠진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게 사랑하는 동안에도 큰 사건이었고 사랑이 다 지나간 다음에도 여전히 큰 사건이어서 그 현재가 계속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대부분은 그것과 상관된 일이더라고요. 그렇다 보니까 그게 시집에도 그대로 옮겨온 게 아닌가 생각해요.
Q. 시집에 실린 시 「극심한 오늘」에서 시집 제목을 따오셨어요. 제목을 이렇게 삼은 이유와 시인님에게 악마란 어떤 의미일까 여쭤보고 싶었어요.
A. 악마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생각을 많이 해온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악마는 어디 제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있는데, 평소에는 죽어있다가 제가 불안하거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런 불안이나 갈등 같은 걸 먹으면서 악마가 자라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럴 때 제 안에 있는 악마가 서서히 성장해서 저를 치러 오는 느낌이 되게 강렬하게 느껴져요. 그 악마는 특히 평온하고 아무 일이 없을 때는 잘 오지 않다가 사랑에 빠져서 감정 변화가 굉장히 심할 때라든지 그럴 때 특히 아주 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거의 사람과 동일한 존재로 손에 만져지는 것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그 악마가 결국엔 저를 헤치러 오는 건데 그 절망에 빠져있을 때는 차라리 악마가 나를 완전히 없애주면 좋지 않겠나, 이런 생각에 순간적으로 빠지잖아요. 그런 순간이 지속되는 기간들이 있었는데 그 기간들을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 이 말로 축약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죠.
Q. 「혼자 오래 사는 사람은」과 「노을에 대한 내성」의 구절들을 보면 외로움과 고독의 정서가 자신을 향한 사랑과 혐오의 에너지와 더해져서 시인님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A. 이게 아마 저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의 재능이자 저주인 게 하나 있다면 남의 말을 되게 잘 들어주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까 제 형제라든지 선후배, 친구들이 저한테 와서 자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털어놓죠. 자기 문제라든지 고민 같은 것, 우울한 일을 저한테 털어놓으면 저는 그걸 다 듣고 있어요. 듣고 나서도 듣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듣고 나서도 그 사람의 비밀을 지켜주고 그걸 발설하지 않고 저한테 묻어두는 건데, 그 일이 거기까지가 저는 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어느 날 보니까 제가 남의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어주는데 제 얘기를 할 곳이 없는 거예요. 저는 누구와 얘기를 하다 보면 이상하게 제가 자꾸 들어주는, 그 버전의 사람이 제가 돼가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제 얘기를 할 데가 없으니까 저는 그 얘기를 할 곳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그 얘기 할 곳을 시로 정했고 그렇다 보니까 친구나 가족한테 안 했던 얘기를 처음으로 제가 하는 곳이 시인 거예요. 그렇다 보니까 솔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는 시를 쓴다거나 글을 쓸 때, 작가님도 그러실 것 같은데 참 막막해서 첫 말이 안 나오는 때도 많고 그렇잖아요? 저는 시 자체에다가 인격을 부여하고서 쓰거든요. 그럼 시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라고 생각을 할 때 아주 내밀한 애인이나 혈육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저는 쌍둥이가 아니지만, 쌍둥이 동생이 저한테 있다고 가정을 하고 그 쌍둥이 동생한테 하고 싶은 말을 시에다가 해요. 그래서 그 쌍둥이 동생은 저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저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다 이해하는 존재인 거죠. 그래서 제가 시에다 저를 폭로하고 발설하고 그런 점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안지영 평론가님께서 시집 뒤에 이렇게 써주셨어요. “김개미 시인은 날것의 원초적 폭력을 포착해내는 독특한 감각을 가졌고 실제를 응시하기 위해 삐딱하게 보는 태도를 취한다.” 이런 문장과 더불어 솔직함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그렇게 시를 쓰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제가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다 보니까 문학을 전공한 분들보다는 한참 뒤에서 출발한다는 느낌이 저도 모르게 있었던 거예요. 이미 전공해서 학사는 물론이거니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분들도 시를 쓰는데 그분들하고 제가 섞여서 시를 쓰는데 제가 비전공자라는 걸 전제하고 시를 읽지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분들과 비교해서 무얼 잘할 수 있을까, 사람이니까 무엇이든지 한 가지는 있을 거야, 하고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다 보니까 이런 생각에 도달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시를 쓸 당시 그 당시의 나와 그렇게 생각하는 나와 이런 존재는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 그 느낌과 제가 생각하는 어떤 사고, 상상력, 그런 것을 정말 집중해서 정말 잘 표현하지 않으면 나는 살아남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볼 때도 필터를 거치지 말자, 필터는 공부한 자들이 훨씬 더 잘하는 거고 저는 그냥 제 맨눈으로 보는 것, 그리고 제가 이 하나의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로서 무엇을 대하는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자고 마음을 먹었었어요.
● 2부 <문소 음감회>/ 이원하 시인, 강백수 시인

이원하 시인은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하였으며 작품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산문집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이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강백수 시인님께서 만든 곡을 듣기 전에 이원하 시인님이 작성한 사연 신청서를 시인님의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A. 이원하 시인 : 반갑습니다. 음감회 음유시인 여러분, 저는 시인 이원하라고 합니다. 2018년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요. 작품으로는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와 산문집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이 있습니다. 저는 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되 하고 싶은 말은 아끼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묵언 수행자 같기도 해요. 제가 말을 아끼는 이유는 말을 아끼기 시작하면 글 속에 하고 싶은 말들이 풍부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에게 실수도 덜하게 되고요. 말하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 좋아하던 술자리도 피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혼자가 돼버리면 작품에 집중할 시간이 많아져요. 작품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외로워지기도 하는데요. 그럴 땐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들으며 외로워하는 귀를 달래곤 합니다. 제 귀를 외롭지 않게 해줄 노래하는 강백수 시인을 찾게도 되네요. 부탁드려요, 강백수 시인.
Q. 강백수 시인님은 이원하 시인님의 사연을 듣고 떠오르는 가사의 분위기가 있나요?
A. 강백수 시인 : 일단 원하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면 솔직한 그리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함이라는 면에서 공통분모를 찾았어요. 그 그리움과 슬픔이 막 도를 지나쳐서 격정적으로 만들어내지도 않고 아닌 척하지도 않고 딱 그 솔직한 그리움만큼만 적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영감을 찾아봤어요.
Q. “하도리에서”라는 제목의 신곡 1절을 들어보았습니다. 어떠셨나요?
A. 이원하 : 저는 이 시를 썼던 그곳이 딱 기억나면서 그곳의 냄새가 느껴졌어요. 그때는 냄새였는데 지금은 향기. (Q. 바다 향기?) 바다 향기랑 옆집 마당에서 풍겨오는 향. 그런 게 있었어요.
강백수 : 저는 하도리를 안 가봤어요. 근데 원하 시인의 시 속에서 하도리의 풍경을 상상하면서 노래를 만들어봤어요. 왠지 파도도 높게 치지 않고 잔잔한 파도가 있을 것 같고 낮은 담장의 집들이 있을 것 같고 그 사이로 자그마한 길이 나 있고 옆에는 꽃이 피어있고. 그런 장면을 생각하면서 작곡을 했어요.
Q. 사연이 곡으로 탄생한 걸 들어보니 어떠세요?
A. 이원하 : 그때가 제가 진짜 되게 슬펐던 때였거든요? 제주도 내려간 지 1개월 막 넘었을 때였어요. 제가 비가 살짝 내리는 날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가고 있었어요. 제주도는 쓰레기 버리는 곳이 항상 멀거든요. 바다 근처에 있는 쓰레기장까지 쓰레기를 들고 걸어가서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두 번째 저의 월세를 은행에 가서 입금했는데 통장에 25만 원이 남은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 한 달을 더 살아야 하는데 25만 원으로 괜찮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시인은 되고 싶어서 여기에 계속 있어야겠고 돈은 없고. 그냥 그때 되게 슬퍼서 하늘 보면서 약간 울고 싶은데 참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 기분으로 집에 들어와서 쓴 건데 그때가 확 그려지면서 좋았어요. 딱 그만큼의 슬픔을 표현해주셨어요.
문장의 소리 649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 ‘팟빵’ 접속하기
▸ ‘네이버 오디오클립’ 접속하기
※《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추천 콘텐츠
문장의소리 제790회 : 1부 황정은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문학주간2024 , 백 투 더 퓨처 : 이전 ‘문장의소리’의 진행을 맡았던 작가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는 시간 황정은 소설가는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 『야만적인 앨리스씨』, 『계속해보겠습니다』,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연년세세』, 산문집 『일기』 등이 있다. 2011년 ‘문장의소리’ DJ를 맡았다. ● 오프닝 : 황정은 소설집 『파씨의 입문』에 수록된 단편소설 「낙하하다」 중에서 ● 〈로고송〉 ● 1부 〈문학주간2024, 백 투 더 퓨처〉 / 황정은 소설가 Q. DJ 우다영 : 근황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A. 황정은 소설가 :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하면요. 마감해야 하는 소설이 있어서 초비상 상태로 하루 루틴을 꽉 채워 살고 있고요. 그밖에 매우 많은 일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소설 쓰는 것 외에 소설 쓰는 사람이 하는 일 있지 않습니까. 읽고, 쓰고, 운동하고, 20년 만에 파마도 하고요.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Q. ‘백 투 더 퓨처’라는 제목을 듣고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 왜지? 하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고요. 제목을 지으신 분의 연령이 몹시 궁금해졌고요. 제가 백 투더 퓨쳐를 영화관에서 본 세대거든요. 우다영 작가님이 이걸 보셨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퓨처가 왜 백에 있지? 왜 그런 제목을 선택하셨을까? 그런 생각도 했고요. Q. ‘문장의소리’ 첫 진행을 맡으신 234회, 기억하시나요? A. 정확하게 기억 안 나요. 벌써 몇 년 전인지 모르겠네요. 그즈음에 첫 방송은 신나게 했고요. 오면서도 신났고, 하고 나서도 ‘나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하는 생각을 하며 신나서 집에 간 기억이 있네요. Q. 시간이 흘러 어느덧 ‘문장의소리’는 790회를 맞았습니다. 이 시간 동안 작가님께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궁금합니다. A. 일단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사람 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고요. 여전히 조심스럽고, 어려워요. 지금도 어렵습니다. 대기실에서 긴장하고 있다고 이야기 나누다가 들어왔는데, 게스트 분들 오시면 긴장되시잖아요. 저도 여전히 그렇고요. ‘문장의소리’ 이후에 다른 팟캐스트 방송을 하기도 했고, 올해 7월까지도 방송 만드는 일을 했는데 여전히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다만 변한 것은 예전보다 더 겸손해진 것 같아요. 단념할 건 하고, 조금 더 상대방 이야기에 몰입하고 집중해서 듣게 되고요. 그런 것 같습니다.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
- 관리자
- 2024-10-09
문장의 소리 제786회 : 1부 한영원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박참새 시인이 함께합니다.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영원 시인은 시집 『코다크롬』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 오프닝 : 한영원 시인의 시집 『코다크롬』에 수록된 시 「저기 내가 모르는 숲」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한영원 시인 Q. DJ 우다영 : 지면에 개별의 시를 발표하지 않으시고, 한 권의 시집 『코다크롬』으로 독자님들을 만나 뵙게 되셨는데요. 시집을 묶으며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한영원 시인 : 제가 등단 준비하면서 시를 쓰다가 시집 분량으로 시가 모이게 되었어요. 그냥 문예지나 신춘문예에 투고하는 것보다 출판사에 적극적으로 투고해보고 싶어서 출판사 ‘봄날의 책’에 투고하게 되었어요. 특별히 ‘봄날의 책’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권누리 시인과 친분이 있거든요. 그 친구가 ‘봄날의 책’에서 시집을 내게 되었을 때 그 출판사 자랑을 되게 많이 했어요. 시집 내는 전반적인 과정을 다 작가가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Q. 시집 『코다크롬』의 표지가 정말 아름다운데, 표지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작가님께서 참여하셨나요? A. 네. ‘봄날의 책’ 시인선이 제가 알고 있기로 작가가 직접 표지 그림을 골라야 하는 시스템이에요. Q. 시집 『코다크롬』을 펴내기 전과 후에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글 쓰면서 습작할 때는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그냥 글은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제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좋은 일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걸 읽어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외롭지 않은 마음이 들어서 참 좋았어요. 누군가 제가 만든 세계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일이 신기하게 느껴졌고요. 그런 게 달라진 것 같습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리뷰나 독자님과의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책을 내고 한동안 찾아보지 않았어요. 책을 낸 사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그랬는데요. 제 책을 읽은 친구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냐’고 묻는 거예요. ‘그러게, 나는 뭐로부터 도망치고 있지?’하고 대답했는데, 그 친구가 ‘이 시집은 다양한 각도로 슬퍼하고 있어. 그게 참 좋아. 그러니까 도망치지 않아도 돼’라고 이야기해 주어서 그게 기억에 남는 반응 같습니다.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작가 | 박참새 시인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미디어류(Make S
- 관리자
- 2024-08-07
문장의 소리 제785회 : 2부 장민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박참새 시인이 함께합니다. - 당신의 첫 :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인 작가를 초대합니다. 장민 소설가는 중단편소설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로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 오프닝 : 장민 소설가의 소설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 중에서 ● 〈로고송〉 ● 2부 〈당신의 첫〉 / 장민 소설가 Q. DJ 우다영 : 화학 박사님을 모시는 건 처음인데요. 화학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장민 소설가 : 화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될 화化, 학문 학學으로 세상의 구성 방식을 탐구하는 학문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세상이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그쪽 공부를 좋아했습니다. Q.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부터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시상식 당시까지만 해도 얼떨떨하고 실감 나지 않는 시간이었어요. 굉장히 큰 상이라고 생각했고, 좋은 작가님들을 많이 배출하기도 한 상이라 그 중의 일원이 된다는 게 실감이 안 났어요. 함께 했던 친구분들이 즐거운 시상식을 만들어 주셔서 굉장히 즐겁게 보냈고요. 많은 축하 메시지와 이야기를 들어서 놀러 다니기도 했고요.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던 건 올해 초였는데, 제가 그 무렵에 박사 졸업을 하게 되기도 해서요. 졸업한 이후에 시상식을 겪고, 축하도 받았고요. 지금 취직 준비하고, 다른 작품도 쓰면서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Q. 소설을 쓰기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이 단편을 쓰게 된 계기 자체는 제가 가지고 있는 레퍼런스에서 기반하고 있는데요. 애니메이션, 만화, 거대 로봇물 같은 것, 기후 위기, 로봇, AI, 인간의 윤리와 현상으로부터의 거리감 같은 것들을 종합해 이야기했을 때 ‘우리가 만약 우주의 끝까지 존재하게 되었을 때, 어떤 형태로 존재하게 될까’ 하는 의문으로부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미래까지 살아남기 위해 어떤 형태여야 할 것인가,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보다 거대 로봇 외피화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미래 형태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소설 같습니다. Q. 소설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는 화자가 사랑하는 딸들에게 바치는 소감문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어떠한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그 부분은 처음 글을 쓸 때부터 명확한 의도가 있었는데요. 간혹 그런 이야기가 있죠. 문어가 사람만큼의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지구를 대표하는 종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수명이 짧으면 다음 세대로 지식의 연속성, 존재적 지속성을 연쇄할 수 없기에 문어가 지구를 지배할 수 없다는 농담이 있는데요. 그게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류가 어쨌든 80년 이상 살 수 있고, 두 세대에서 세 세대 정도는 겹칠 수 있는 종 수준의 지속성과 연속성이 있다 보니 그것이야말로 인류가 다
- 관리자
- 2024-07-24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