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49회 : 1부 김개미 시인 / 2부 이원하 시인, 강백수 시인
- 작성일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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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제649회 : 1부 김개미 시인 / 2부 이원하 시인, 강백수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소 음감회 : 시인이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 분의 시인이 현직 작가로부터 다양한 사연을 제보받아서 매달 한 곡의 신곡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 오프닝 :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이근석 시인의 「여름의 돌」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김개미 시인

김개미 시인은 2005년 계간《시와 반시》에 시를, 2010년 《창비 어린이》에 동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앵무새 재우기』,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동시집 『어이없는 놈』, 『커다란 빵 생각』,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 등이 있으며,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제1회 권태응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최근에 신작 시집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를 출간했습니다.
Q. DJ 최진영 :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찬송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쓰시게 되셨어요?
A.김개미 시인 : 물론 20대에도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되게 열렬하게 사랑을 하는데, 저는 이 시집에 들어가 있는 것은 40대의 제가 지나온 시간들이에요. 저는 주로 시에 담는 게 그 당시의 저를 가장 치고 지나가는 일들,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저를 고민에 빠뜨린 것들, 절망에 빠뜨린 것들을 소재로 잡고 시를 쓰는 것 같아요. 40대에 엄청난 사랑을 했는데 그 당시에 저는 그게 그렇게 파괴적이고 그렇게 힘든 일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무방비 상태로 사랑에 빠진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게 사랑하는 동안에도 큰 사건이었고 사랑이 다 지나간 다음에도 여전히 큰 사건이어서 그 현재가 계속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대부분은 그것과 상관된 일이더라고요. 그렇다 보니까 그게 시집에도 그대로 옮겨온 게 아닌가 생각해요.
Q. 시집에 실린 시 「극심한 오늘」에서 시집 제목을 따오셨어요. 제목을 이렇게 삼은 이유와 시인님에게 악마란 어떤 의미일까 여쭤보고 싶었어요.
A. 악마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생각을 많이 해온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악마는 어디 제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있는데, 평소에는 죽어있다가 제가 불안하거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런 불안이나 갈등 같은 걸 먹으면서 악마가 자라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럴 때 제 안에 있는 악마가 서서히 성장해서 저를 치러 오는 느낌이 되게 강렬하게 느껴져요. 그 악마는 특히 평온하고 아무 일이 없을 때는 잘 오지 않다가 사랑에 빠져서 감정 변화가 굉장히 심할 때라든지 그럴 때 특히 아주 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거의 사람과 동일한 존재로 손에 만져지는 것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그 악마가 결국엔 저를 헤치러 오는 건데 그 절망에 빠져있을 때는 차라리 악마가 나를 완전히 없애주면 좋지 않겠나, 이런 생각에 순간적으로 빠지잖아요. 그런 순간이 지속되는 기간들이 있었는데 그 기간들을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 이 말로 축약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죠.
Q. 「혼자 오래 사는 사람은」과 「노을에 대한 내성」의 구절들을 보면 외로움과 고독의 정서가 자신을 향한 사랑과 혐오의 에너지와 더해져서 시인님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A. 이게 아마 저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의 재능이자 저주인 게 하나 있다면 남의 말을 되게 잘 들어주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까 제 형제라든지 선후배, 친구들이 저한테 와서 자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털어놓죠. 자기 문제라든지 고민 같은 것, 우울한 일을 저한테 털어놓으면 저는 그걸 다 듣고 있어요. 듣고 나서도 듣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듣고 나서도 그 사람의 비밀을 지켜주고 그걸 발설하지 않고 저한테 묻어두는 건데, 그 일이 거기까지가 저는 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어느 날 보니까 제가 남의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어주는데 제 얘기를 할 곳이 없는 거예요. 저는 누구와 얘기를 하다 보면 이상하게 제가 자꾸 들어주는, 그 버전의 사람이 제가 돼가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제 얘기를 할 데가 없으니까 저는 그 얘기를 할 곳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그 얘기 할 곳을 시로 정했고 그렇다 보니까 친구나 가족한테 안 했던 얘기를 처음으로 제가 하는 곳이 시인 거예요. 그렇다 보니까 솔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는 시를 쓴다거나 글을 쓸 때, 작가님도 그러실 것 같은데 참 막막해서 첫 말이 안 나오는 때도 많고 그렇잖아요? 저는 시 자체에다가 인격을 부여하고서 쓰거든요. 그럼 시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라고 생각을 할 때 아주 내밀한 애인이나 혈육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저는 쌍둥이가 아니지만, 쌍둥이 동생이 저한테 있다고 가정을 하고 그 쌍둥이 동생한테 하고 싶은 말을 시에다가 해요. 그래서 그 쌍둥이 동생은 저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저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다 이해하는 존재인 거죠. 그래서 제가 시에다 저를 폭로하고 발설하고 그런 점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안지영 평론가님께서 시집 뒤에 이렇게 써주셨어요. “김개미 시인은 날것의 원초적 폭력을 포착해내는 독특한 감각을 가졌고 실제를 응시하기 위해 삐딱하게 보는 태도를 취한다.” 이런 문장과 더불어 솔직함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그렇게 시를 쓰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제가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다 보니까 문학을 전공한 분들보다는 한참 뒤에서 출발한다는 느낌이 저도 모르게 있었던 거예요. 이미 전공해서 학사는 물론이거니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분들도 시를 쓰는데 그분들하고 제가 섞여서 시를 쓰는데 제가 비전공자라는 걸 전제하고 시를 읽지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분들과 비교해서 무얼 잘할 수 있을까, 사람이니까 무엇이든지 한 가지는 있을 거야, 하고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다 보니까 이런 생각에 도달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시를 쓸 당시 그 당시의 나와 그렇게 생각하는 나와 이런 존재는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 그 느낌과 제가 생각하는 어떤 사고, 상상력, 그런 것을 정말 집중해서 정말 잘 표현하지 않으면 나는 살아남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볼 때도 필터를 거치지 말자, 필터는 공부한 자들이 훨씬 더 잘하는 거고 저는 그냥 제 맨눈으로 보는 것, 그리고 제가 이 하나의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로서 무엇을 대하는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자고 마음을 먹었었어요.
● 2부 <문소 음감회>/ 이원하 시인, 강백수 시인

이원하 시인은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하였으며 작품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산문집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이 있습니다.
Q. DJ 최진영 : 강백수 시인님께서 만든 곡을 듣기 전에 이원하 시인님이 작성한 사연 신청서를 시인님의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A. 이원하 시인 : 반갑습니다. 음감회 음유시인 여러분, 저는 시인 이원하라고 합니다. 2018년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요. 작품으로는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와 산문집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이 있습니다. 저는 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되 하고 싶은 말은 아끼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묵언 수행자 같기도 해요. 제가 말을 아끼는 이유는 말을 아끼기 시작하면 글 속에 하고 싶은 말들이 풍부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에게 실수도 덜하게 되고요. 말하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 좋아하던 술자리도 피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혼자가 돼버리면 작품에 집중할 시간이 많아져요. 작품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외로워지기도 하는데요. 그럴 땐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들으며 외로워하는 귀를 달래곤 합니다. 제 귀를 외롭지 않게 해줄 노래하는 강백수 시인을 찾게도 되네요. 부탁드려요, 강백수 시인.
Q. 강백수 시인님은 이원하 시인님의 사연을 듣고 떠오르는 가사의 분위기가 있나요?
A. 강백수 시인 : 일단 원하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면 솔직한 그리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함이라는 면에서 공통분모를 찾았어요. 그 그리움과 슬픔이 막 도를 지나쳐서 격정적으로 만들어내지도 않고 아닌 척하지도 않고 딱 그 솔직한 그리움만큼만 적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영감을 찾아봤어요.
Q. “하도리에서”라는 제목의 신곡 1절을 들어보았습니다. 어떠셨나요?
A. 이원하 : 저는 이 시를 썼던 그곳이 딱 기억나면서 그곳의 냄새가 느껴졌어요. 그때는 냄새였는데 지금은 향기. (Q. 바다 향기?) 바다 향기랑 옆집 마당에서 풍겨오는 향. 그런 게 있었어요.
강백수 : 저는 하도리를 안 가봤어요. 근데 원하 시인의 시 속에서 하도리의 풍경을 상상하면서 노래를 만들어봤어요. 왠지 파도도 높게 치지 않고 잔잔한 파도가 있을 것 같고 낮은 담장의 집들이 있을 것 같고 그 사이로 자그마한 길이 나 있고 옆에는 꽃이 피어있고. 그런 장면을 생각하면서 작곡을 했어요.
Q. 사연이 곡으로 탄생한 걸 들어보니 어떠세요?
A. 이원하 : 그때가 제가 진짜 되게 슬펐던 때였거든요? 제주도 내려간 지 1개월 막 넘었을 때였어요. 제가 비가 살짝 내리는 날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가고 있었어요. 제주도는 쓰레기 버리는 곳이 항상 멀거든요. 바다 근처에 있는 쓰레기장까지 쓰레기를 들고 걸어가서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두 번째 저의 월세를 은행에 가서 입금했는데 통장에 25만 원이 남은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 한 달을 더 살아야 하는데 25만 원으로 괜찮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시인은 되고 싶어서 여기에 계속 있어야겠고 돈은 없고. 그냥 그때 되게 슬퍼서 하늘 보면서 약간 울고 싶은데 참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 기분으로 집에 들어와서 쓴 건데 그때가 확 그려지면서 좋았어요. 딱 그만큼의 슬픔을 표현해주셨어요.
문장의 소리 649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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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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