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햇빛」 중에서


 
잠시 뒤 올리브가 발목을 반대로 꼬며 말했다. 
"아니, 내가 자기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늙은이이고, 편하게 말할 상대가 정말로 너밖에 없어서 말한 거야."
   
"알겠어요." 
신디가 말했다. 
"제가 곧 죽을 사람이니까 말해도 안전할 거라고 여기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쟤한테 말하지 못할 게 뭐야, 그러셨을 수도 있겠다고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햇빛」을 배달하며

 

    그럴 때 있지 않나요. 마음이 언짢고 잔뜩 꼬여서 세상이 볼품 없어 보일 때요. 신디는 병을 앓으면서 부쩍 그렇게 됐습니다. 이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러자니 외롭고, 남편이 구두쇠여서 자주 짜증이 나고, 친구들이 자신을 보러 오지 않아서 서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리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은 그저 경황이 없을 뿐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간 자신의 고통과 외로움에 취해 다른 사람의 사정을 미처 헤아리지 않았던 거죠.
    무엇보다 올리브와 신디가 함께 바라본 2월의 햇빛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2월이 어중간한 날씨라고 쉽게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신디만은, 그 짧은 빛은 앞으로 빛이 더 길어지리라는 약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남몰래 그런 2월의 햇빛을 사랑해왔어요. 질병 때문에 잊고 있었을 뿐이에요.
    2월의 햇빛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었다고 해서 신디의 육체적 고통이 잦아들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처럼 외롭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햇빛 덕분에, 자신에게 남은 것이 통증과 외로움만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테니까요.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출전 :『다시, 올리브』 (문학동네, 2020) p.222-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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