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승, 「반성 673」
- 작성일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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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 ┃「반성 673」을 배달하며
식구를 밖에서 만나는 것은 우연에 가까운 일이지만 만났을 때 공연히 서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이 서럽다는 말에는 애틋하다 애처롭다 가엽다 미안하다라는 마음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아울러 반가우면서도 난처하며 동시에 근원을 알 수 없는 화도 조금은 섞여드는 것일 테고요. 그렇게나 무거운 짐을 양손에 들었는데 왜 택시는 안 타고 버스를 타고 온 것인지, 번번이 밥때를 놓치고 다니는 것인지, 이제 그 옷은 그만 입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왜 아직도 그 외투를 입는 것인지. 이런 물음들도 치밀어오릅니다. 하지만 점점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그냥 웃고 마는 것이 보통입니다. 내 앞에 선 그가 나를 보며 웃는 것처럼.
시인 박준
작가 : 김영승
출전 : 「반성」(믿음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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