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아, 「잉글리시 하운드 독」 중에서
- 작성일 2021-08-05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717
정한아 「잉글리시 하운드 독」을 배달하며
다정하고 따뜻했던 마음은 언제 흐트러질까요. 어떤 관계든 몹시 허기지고 추운 날을 맞게 되기 마련입니다. 사이가 괜찮았을 때는 눈썰매를 타는 것처럼 붕 떠올랐던 마음이 어느 순간 아득하게 아래로 꺼져 버리죠. 그럴 때면 상대가 미워진 나머지 모든 걸 상대 탓으로 돌리고 싶어집니다.
마음이 식고 나서야,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관계가 나빠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우리가 얼마나 다른 줄 아느냐고 질문합니다. 마치 다른 사람인 줄 몰랐던 것처럼요. 마음이 두터울 때는 서로 다른 게 미덕이 되지만 마음이 희박해지면 어느 것도 참을 수 없어집니다.
“우린 모두 자기만의 개를 가지게 될 거야.”
눈밭에 외친 이 소망처럼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가지게 될 겁니다. 커다란 저택일 수도 있고 커다란 개일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둘다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말은, 우리가 갖게 될 미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가 잃게 될 것을 예언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사는 동안 우리는 뭐든 잃어갈 테니까요. 커다란 저택일 수도 있고 커다란 개일 수도 있고, 어쩌면 둘다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대개는 가까운 마음도 함께 잃고 맙니다..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정한아
출전 :『술과 바닐라』 (문학동네, 2021) p.31-p.33
이어보기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댓글신고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