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74회 : 1부 이문재 시인 / 2부 박생강 소설가

문장의 소리 제674회 : 1부 이문재 시인 / 2부 박생강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 박소란(시인)

진행 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지금 읽어요 :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책을 광고할 수 있습니다. 단, 시간은 3분.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본업인 글쓰기 외에 전문가 못지않은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에 관해서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입니다.


 

 


 


 


오프닝 : 백무산, 「정지의 힘」 중에서


 


 


 


로고송


 


 


 


1부 〈지금 만나요〉 / 이문재 시인


 

 

    이문재 시인은 1982년 동인지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지금 여기가 맨 앞』, 산문집 『내가 만난 시와 시인』,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등이 있습니다.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최근 시집 『혼자의 넓이』를 출간하였다.

Q. DJ 최진영 : 최근 시집 『혼자의 넓이』를 출간하셨어요. 7년 만의 시집인데, 독자분들이 많이 기다리고 계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A. 이문재 시인 : 이전 시집인 『지금 여기가 맨 앞』은 10년 만에 내게 되었어요. 시를 게을리 쓴 것은 아닙니다. 시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여기저기 발표했는데, 제가 게으른 편이라 발표된 시를 시집을 위한 원고로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이번 시집도 3년 전에 나왔어야 했는데, 문학 외적인 일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내게 되었습니다.

 

Q. 올해가 시인님 등단 40주년이시라고.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A. 저도 이번 시집을 내면서 놀랐어요. 제가 시를 일곱 편 내던 1982년 봄엔 그게 데뷔인 줄 모르고, 다들 그걸 등단이라고 하길래 공식화하게 된 거거든요. 예전에 다른 분들의 40주년을 기념하는 시력 행사에 참여해서 대단하시다는 생각, 일종의 경외감 같은 걸 느꼈는데 막상 제가 그 처지가 되어보니 40년이라는 무게감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40년을 썼는데 아직 대표작이 없구나, 더 열심히 써야겠구나, 그런 생각도 하고요. 독자의 위치와 장소, 나에게 독자란 무엇인가 같은 것에 대해 요즘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단지 고맙다, 내 시와 같이 간다는 차원을 떠나서 독자분들과 한 발 한 발 나아가야겠다, 그런 생각이지요.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이 있잖아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지금까지 시는 혼자 쓰는 것이고, 의미를 향유하는 것은 독자라는 낡은 도식이 있었잖아요. 그걸 벗어나서 멀리, 함께 가는 생각을 하면서 독자분들을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시집의 제목이 『혼자의 넓이』입니다. 같은 제목의 시가 실려 있기도 한데요. 시집의 제목을 『혼자의 넓이』로 정하시게 된 계기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제가 시집 원고를 정리하다가 지난 1월 31일부터 3월 1일까지 강화도에 들어갔어요. 혼자 한 달 동안 생활을 했습니다. 그때 새삼스럽게 ‘혼자 산다는 것’, ‘혼자 숙식을 해결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혼자’라는 시어가 이번에 갑자기 생긴 건 아니고요. 저는 시나 문학에서 ‘혼자’라는 개념이랄까 의미는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강화도에서 혼자 일어나 끼니를 해결하고, 근처 저수지를 돌아보고, 그렇게 지내다가 혼자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무심코 ‘혼자’라는 시어를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혼자’라는 것에 대해 깊이, 그리고 함께 생각해봐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혼자라는 것에 집중했지요. 제목을 어떻게 정할까 고민을 하다가 『혼자의 넓이』가 떠올라 주변에 물어보았어요. 힘이 없다거나 긴장감이 없다, 수렴되는 느낌보다 확산하는 느낌이 들어서 묻게 되었는데,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혼자의 넓이』가 제목이 되었어요.

 

Q. 그러면 시인님께서는 혼자 계실 때 주로 뭘 하시나요?

A. 남 생각을 하죠. 어느 시인이 썼던 것 같은데, 방 안에 벌레 한 마리가 들어오면 그 벌레가 방의 주인이 된다고요. 모기장이라는 게 타자를 배제하고 홀로 있게 되는 느낌이 드는데, 그 안에 모기 한 마리가 들어오면 난리가 나잖아요. 뭔가 그런 것 같습니다. 혼자를 고독이나 쓸쓸함, 자립, 자족, 자율, 독립,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저는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혼자는 아주 특이한 단어인 것 같더라고요. 신자유주의 이후 혼자라는 게 계급, 신분이 된 것 같아요. 액체 근대라는 게 모든 이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마음껏 꿈꾸고 설계하라고 해놓고선 책임을 지지 않잖아요. 성공할 확률은 복권 정도 되는데, 실패하면 국가와 사회, 시장, 기업은 뒷짐 지고 너의 능력 탓이라고 환원하면서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저는 못마땅합니다. 우리가 혼자라는 걸 다른 의미에서 자각하고, 혼자들이 손을 잡으면, 우리의 미래를 옥죄고 있는 불합리와 불공정 같은 걸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의 넓이들이 지금은 좁겠지요. 그러나 그것들이 교집합을 조금씩 만들어가면 넓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Q. 지구와 환경, 생태에 관한 시들도 실어 주셨어요. 관심이 시작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운이 좋아 1984년 10월, 대학교 4학년부터 일을 다녔어요. 2~3년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해가 지면 시인으로 돌아간다’는 경계를 분명하게 지켰습니다. 그런데 3~4년이 지나고, 제가 아침부터 밤까지 취재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때 시인으로서의 내 정체성이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1980년대 후반인데, ‘성 바오로 딸’이라는 가톨릭 서점을 찾았지요. 거기에서 자끄 러끌레르끄의 『게으름의 찬양』이라는 아주 얇은 책을 만나게 됐습니다. 1920~1930년대 벨기에 어느 학술원에서 강연한 강연록인데요. 당시 이미 유럽 젊은이들은 기차와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며, 빨리 가다 보면 풍경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저는 그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속도지상주의에 저항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두 번째 나온 제 시집의 제목이 『산책시편』이기도 합니다. 그 시기에 《녹색평론》이 창간되었고,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같이 현대문명의 폐해를 극복해내야 한다는 책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구, 생태, 반문명, 느림에 관심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시인님의 시 「꽃말」에 ‘꽃말을 만들던 첫 마음을 생각한다’는 시구가 있어요. 시인님께서 시를 만든 첫 마음, 처음 시를 쓰던 그때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때 백일장 나갔던 기억은 거의 나지 않고요. 1978년 4월 4일 오후 네 시에 저희 대학 문학회 회원을 모집한다는 공모가 붙었어요. 다음 주까지 시를 써오라고 했습니다. 써갔죠. 검은 옷을 입은 청년, 그러니까 학생이 제게 악수를 청하면서 함께 문학을 해보자고 했어요. 그가 류시화 시인입니다. 그게 제가 시와 만나게 된 거의 첫 순간, 첫 장면이지 않을까 싶어요. 시에 대한 첫 마음은 확실하지 않아요. 제가 시를 쓰는 스타일은 어디선가 오는 무언가를 받아적는다는 느낌이기 때문에, 시에 대한 지적 재산권이랄까 그런 마음가짐은 부족합니다. 그게 2~30대엔 콤플렉스였고요. 생태주의 쪽 책들이 제게 녹아들었고, 그런 바탕으로 써온 것이고요.

 


 


 


〈지금 읽어요〉


    올해 7월에 출간된 산문집 『사물들』 광고.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박생강 소설가



 

    박생강 소설가는 『수상한 식모들』로 2005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장편소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기담집 『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이 있고, 앤솔로지 소설집 『SF 김승옥』에 참여하였다. 2017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엔터미디어 대중문화 칼럼 <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를 연재 중이다.

Q. DJ 최진영 : 박생강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신 건 2014년부터죠. 이름에 대한 설명 부탁드려요.

A. 박생강 소설가 : 저는 박진규라는 본명으로 등단을 했고, 10년 정도 활동을 했어요. 당시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했고, 스스로 필명에 대한 욕심도 있었던지라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마땅히 생각이 안 나던 찰나 우연히 서점에서 생강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박생강으로 정했습니다.

 

Q. 박생강 작가님과 나눠볼 이야기는 ‘탁묘’인데요. 고양이를 기르고 계신데, 그 고양이가 다른 집 고양이인 거죠?

A. 네, 그렇습니다. 제 작업실 위층, 그러니까 2층이 고양이의 집사님이시죠. 올겨울부터 탁묘했으니 6개월쯤 되었네요. 2층에 이사 오신 분께서 고양이 네 자매를 기르기 위해서 이사를 오셨다고 들었어요. 잠깐 집을 비우신 상황에 세탁실 안에 고양이를 두셨는데, 당시 날씨가 추웠고, 자매끼리 사이가 별로 좋지 않기도 해서 쫓겨난 고양이들이 제 작업실 앞에서 울고 있었어요. 제가 문을 열어주었더니 한 마리가 뛰어 들어와서 그 아이를 탁묘하고 있었고, 다른 자매 두 마리가 기회를 노리다가 들어왔고, 그래서 총 세 마리를 탁묘하게 되었어요.

 

박생강 소설가가 돌보는 고양이 후후

 

Q. 탁묘 중인 고양이의 이름과 개성을 말씀해주신다면?

A. 제일 먼저 들어왔던 아이가 뽀뽀인데요. 하얀색과 검정이 섞인 얼룩 고양이예요. 겁이 많고, 돌아다니는 것도 빠르고, 다른 두 마리보다 체구가 작아요. 발을 잘 써서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마다 창문 방충망을 열고 나갔다가 들어오는 기행을 벌입니다. 나중에 들어온 두 마리는 후후와 팡팡이인데요. 후후는 삼색 고양이, 팡팡이는 턱시도 고양이입니다. 후후는 앙칼지고 예민한 성격, 팡팡이는 무뚝뚝하고 육상부 선수 같은 아이예요. 맨날 둘이 싸우고, 뽀뽀는 눈치를 보다가 도망치고, 그런 게 반복되는 상황인데 말릴 수가 없더라고요.

 

Q. 다른 집 고양이를 돌봐준다는 게 고양이에게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 같아요.

A. 저는 고양이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탁묘 과정에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고양이에 관해 공부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니까 걱정을 했는데, 다른 것보다 겨울이 지나니까 털이 많이 빠지더라고요. 털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Q. ‘내 고양이’를 들일 생각이 있으세요?

A. 그런 생각을 아직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나가다가 길고양이를 보고 데려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세 마리를 탁묘하는 게 정신없다 보니 아무래도 당장은 힘들 것 같아요.

 

Q. 고양이가 본래 집사를 그리워하진 않나요?

A. 2층 집사님께서 죄송하셨는지 세 아이를 데려가셨던 적이 있어요. 그때 뽀뽀가 처음으로 창문을 열고 탈출을 시도했었는데요. 2층 집사님께서도 그때부터 아이들이 아래에서 지내는 걸 더 좋아한다고 판단하신 것 같고요.

 

 


 

문장의 소리 674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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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스튜디오 소독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고정리 : 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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