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홍, 「노가다 칸타빌레」 중에서
- 작성일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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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홍 「노가다 칸타빌레」를 배달하며
다른 사람의 직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종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얘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그것이 ‘먹고 사는’ 일과 관련된 분투이기 때문이겠지요.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노가다’라고 부르는 건설업 종사자가 쓴 건설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루 일당이 얼마인지 하는 것부터 인력 사무소 소장에게 떼어주는 수수료, 건설 현장의 각종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 실제로 해당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들 기술을 배우라고 하는 건설 현장에서, 그 중에서도 돈 잘 버는 ‘철근공’을 추천하는 곳에서, ‘직영’은 기술 없이 이 일 저 일 떼우는 잡부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영은 거의 모든 건설 공정에 개입하니까, 달리 보면 ‘판’을 읽는 기술자인 셈입니다. 작업 반장은 땀 흘리지 말고 진득하고, 찬찬히 일하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실은 그런 태도로 일하는 사람만이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한순간의 ‘땀값’ 말고 진득하게, 찬찬히, 실실. 그게 바로 내공 아닐까요.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송주홍
출전 :『노가다칸타빌레』 (시대의창, 2021) p.77-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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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30
최유안 「보통 맛」을 배달하며 누군가의 후배일 때, 우리는 자주 ‘그런 선배’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치졸하게 굴고 쉽게 잔소리하고 싫은 말을 참지 않는 사람이 대개는 ‘그런 선배’가 되지요. 하지만 일단 선배가 되고 나면 속 좁게 굴기는 너무 쉽습니다. 어느새 후배의 못마땅한 점이 눈에 많이 띄고, 내가 저 나이 때는 그렇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자니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면서 매사 지적하고 싶은 것이 많아집니다. 그런 마음을 힘겹게 눌러 참거나, 참지 못하고 화를 낸 후에는 한없이 씁쓸해지기 마련입니다. 나 역시 어느새 그저 ‘그런 선배’가 되어버렸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음식도 회사 점심 시간에 쫓기듯 먹으면 별다른 것 없는 그저 보통 맛으로 느껴집니다. 아무리 맛있는 커피도 회사에서 마시면 그저 그런 맛이 되고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 하던 사람들도 조직 생활에 익숙해지면 보통의 선배로 남기도 어려워집니다. 그건 조직이나 시스템이 개인을 다루는 방식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개의 조직은 환하게 피어나 은은한 향을 풍기다 일찍 지는 생화 같은 사람보다 뻔한 향기를 풍기더라도 시들지 않는 드라이플라워 같은 사람을 원하니까요.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최유안 출전 :『보통 맛』 (민음사, 2021) p.210-p.212
-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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