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밤」


 

 

 

신용목 ┃「밤」을 배달하며

 

    저녁의 시간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언제부터가 저녁이며, 또 언제까지를 저녁이라 할 것인가? 하는 조금 쓸데없는 물음에서 시작이 된 말들이었습니다. 제 친구는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이 저녁의 시작이며, 더는 어두워질 수 없을 만큼 어두워졌을 때가 저녁의 끝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저는 저녁밥으로 무엇을 먹을지, 먹는다면 누구와 먹을지 고민을 하는 순간부터 저녁이 시작되며, 밥을 다 먹고서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두었을 때쯤 저녁이 끝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각자 내어놓은 답의 우열을 가를 필요는 없었지만, 재미삼아 사전에서 저녁이라는 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저녁; 해가 질 무렵부터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 사전적 정의라고 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인 답을 보고 친구와 저는 동시에 웃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저녁은 오지 않을 듯 머뭇거리며 오는 것이지만, 결국 분명하게 와서 머물다가, 금세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곧 “총소리를 얇게 펴놓은 것 같”은 밤이 오는 것이고요. 짙은 어둠 덕분에 더 선명해지는 생각들과 고요로 소란해지는 소리들을 함께 데리고.

 

시인 박준

 

작가 : 신용목

출전 :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 시간에 온다』 (문학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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