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리, 「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 중에서
- 작성일 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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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을 배달하며
소설에 등장하는 부녀는 차를 타고 어두운 밤의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두 사람이 달리고 있는 게 아니라 멈춰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딘가로 가고 있지만 아무데도 가고 있지 않은 사람들 같습니다.
잘못 들어선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종종 그런 일이 생깁니다. 걷고 있는 중이라면 원하는 곳으로 당장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운전 중이라면 그럴 수 없습니다.
유턴이 가능한 곳을 찾아야 합니다. 유턴 지점을 찾아 한참 달리다 보면 목적지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이러다 영 길을 잘못 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어 조바심도 납니다. 그런 점에서 저마다의 인생은 '걷기'보다는 ‘주행'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에서는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방향을 틀거나 함부로 유턴을 할 수 없을 때가 많으니까요. 적당한 지점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일단은 앞으로 달려봐야 합니다. 소설 속 아버지처럼 어딘가에는 반드시 유턴 지점이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입니다. 우스워보일지라도 일단은 그렇게 믿어야 해요.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숨통이 트이고 그럭저럭 견디게 되는 일도 있으니까요.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이나리
출전 : 『모두의 친절』(문학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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